전 세계적으로 우주 산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청사진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아직 산업의 개화기에 불과한 만큼 투자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기대감을 먹고 사는 주가지수이지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민간 최초 우주여행 기록을 세웠던 우주여행 기업 버진갤럭틱(SPCE)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보다 먼저 우주여행을 성공시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버진갤럭틱은 3개 기업 중 유일한 상장기업이다. 2021년 10월 장중 62.8달러(약 7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5.59달러(약 6900원)로 추락한 상황이다. 우주여행을 성공시킨 컨벤션 효과로 상승했던 주가가 거품이 빠지고 미 긴축의 영향으로 9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4분기 우주여행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우주선 업그레이드가 지연되면서 재개 일정을 몇 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 올해 2분기에 상업적 우주여행을 재개한다고 밝히며 주가가 반등하고는 있지만 그만큼 이슈 하나하나에 변동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우주여행을 하지 않은 분기에는 매출이 0에 수렴한다. 그런데도 지난 3분기 버진갤럭틱은 약 1억700만달러를 지출했다. 정기적인 우주여행을 수행하기 전까지는 9억달러의 현금이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금조달을 위해 증자를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돈나무 누나로 알려진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가 2021년 3월에 우주를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크 우주 탐사&혁신 ETF(ARKX)’는 출시 연도에 20달러를 웃돌았지만, 1월 18일 기준 13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 ETF는 자산의 80% 이상을 세계의 우주 탐사 관련 기업에 투자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당시 성장주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보였다. 아크가 발굴한 기업에서 새로운 투자 힌트를 얻으려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주탐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혁신기업보다 전통적인 산업재 기업이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아직 우주 산업 영역에는 확실히 투자할 만한 안정적인 혁신기업이 부재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종목을 살펴보면 가장 비중이 높은 기업은 트림블(TRMB)이다. 이 기업은 건설, 농업, 유틸리티 분야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측량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아크 자동화 기술·로보틱스 ETF(ARKQ)’에도 편입된 종목이다. 우주 시대가 열린 이후에 활약할 수 있는 로봇 기업이라 할 수 있고 40년 넘은 중견기업이다.
두 번째 비중이 높은 기업은 이리듐(IRDM)으로 저궤도 위성으로 데이터 통신을 제공한다. 저궤도 위성은 800~1600㎞의 낮은 궤도를 도는 위성으로 정지궤도 위성보다 전송 지연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로 비중이 높은 기업은 에어로바이런먼트로 미군에 군사용 드론을 납품하는 업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에어로바이런먼트의 드론을 지원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비중 상위 기업임에도 직접적으로 우주에 나가는 로켓이나 위성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농업과 인터넷,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건설 등 ‘항공우주 수혜’ 기업이 포트폴리오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한 해 한국형발사체(KSLV-Ⅱ) ‘누리호’와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와 같이 큰 이벤트를 디딤돌 삼아 국내 증시에서 우주항공 관련 종목들에 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대표적인 누리호·우주항공 관련주인 한국항공우주(KAI)는 2022년 6월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며 지난해 초 8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도 같은 기간 20% 이상 상승했다. 다만 이벤트가 끝나고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며 주가도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국가정책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차세대 발사체·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의 기술을 확보하고 공공기관이 확보한 우주 관련 기술의 민간 이전 등에 나설 방침이다.
국내 우주 산업 관련주는 대부분 방위산업주로도 분류되고 있어 K방산 업체의 수출 호조의 영향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각국의 방위 예산 증액 등으로 한국 방산 업체들이 일부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우주항공청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우주개발 협력에도 착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수혜보다 개별 기업의 실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에 정부 정책 펀드 자금이 흘러갈지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 정책이나 달 탐사선 발사 등 이벤트가 지나면 재료 소멸로 인한 차익매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다만 산업 성장과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상할 때 장기 투자 전략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9호 (2023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