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체들이 하나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후발업체들(N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의 경우 해외시장에서 만큼은 절대 늦춰질 수 없다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후발업체들은 ‘특성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수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내공을 쌓은 만큼, 개별업체가 갖고 있는 특성을 앞세워 해외시장에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경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를 중심적으로 공략해 글로벌 유통 ‘강자’로 성장해 간다는 계획이다.
내수시장에서 치열하게 내공을 닦으며 성장한 후발 홈쇼핑업체들의 과거와 미래전략을 살펴봤다.
먹거리 강자 NS홈쇼핑 ‘신선도’ 앞세워 해외로
후발 홈쇼핑업체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NS홈쇼핑(대표 도상철)이다. 2001년 5월 설립된 NS홈쇼핑은 10주년을 맞은 올해 판교로 사옥을 옮기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태다. 오는 2013년 취급고 1조원 돌파는 물론, 미국과 중국 등의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NS홈쇼핑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쟁업체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상품 구성에 있다. TV로 상품을 보고 택배 등 배송시스템을 통해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홈쇼핑업계의 특성상 ‘식재료’에 주력하는 NS홈쇼핑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NS홈쇼핑은 업계 최초의 식품안전센터는 물론, 전국 단위의 익일배송 시스템과 납품업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품질관리팀(QA) 운영을 통해 식재료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
그래서일까. NS홈쇼핑은 2001년 설립 초기 취급고가 249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약 7312억원의 취급고를 달성하는 등, 10년 만에 약 30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먹거리’ 상품만으로도 독보적인 존재로 떠오른 NS홈쇼핑은 이미 미국 LA에서 홈쇼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 초에는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 중국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NS홈쇼핑은 중국 홈쇼핑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방송 역량 인프라가 취약해 제작 대행과 MD 교육 등 컨설팅 사업 등에 대한 제휴업무를 맡다가 향후 TV와 인터넷몰을 포함한 홈쇼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매출 2조원 롯데홈쇼핑, 아시아 1위로 간다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홈쇼핑(대표 신헌)은 10주년을 맞아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존 해외 법인들은 물론 신규 진출을 통해 아시아 1위의 글로벌 홈쇼핑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2001년 개국한 롯데홈쇼핑(당시 우리홈쇼핑)은 2007년 롯데그룹의 품에 안긴 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영업개시 2년여 만에 흑자로 반전,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10년 만에 매출 15배(판매수수료 기준 매출액)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양평동에 HD방송센터를 개국, 홈쇼핑업계의 미래를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으로 보폭으로 넓히고 있는 롯데홈쇼핑의 강점으로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꼽고 있다. 백화점에서부터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유통업 전 분야에 진출해 있는 롯데그룹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08년 대비 14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롯데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 롯데아이몰은 홈쇼핑은 물론, 방송·인터넷·카탈로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아이몰은 롯데백화점의 인터넷몰은 물론 롯데슈퍼와 롯데마트 상품까지 한번에 판매하고 있어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거침없는 성장세에 이어 해외시장으로 나서고 있는 롯데홈쇼핑은 현재 대만의 모모홈쇼핑(합작법인), 중국의 럭키파이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과 일본 등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상하이 재입성한 현대홈쇼핑 “두 번 실패는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롯데홈쇼핑 내에 HD미디어센터 개국식에 참석해 HD카메라를 직접 조종해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홈쇼핑(대표 민형동) 역시 설립 10주년을 맞아 중국 상하이에 진출했다. 지난 2006년 중국에서 손을 뗀 후 5년 만의 재진출이다. 현대홈쇼핑은 2003년 당시 국내 최초로 광저우에 ‘홍야홈쇼핑’을 설립했지만 SO 송출수수료 등의 문제로 3년 만에 철수한 바 있다.
2001년 설립 당시 200억원에 불과하던 현대홈쇼핑은 지난 10년 만에 576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30배로 덩치를 키웠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현대홈쇼핑은 지난 2009년 정교선 대표가 공동대표로 취임하면서 오너 특유의 집중경영이 이뤄지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현대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인 H몰은 파죽지세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TV매출 성장률을 앞지르며 2년 연속 32%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H몰은 현대백화점그룹 내의 백화점, 쇼핑몰, 온라인몰의 상품을 모두 한곳에서 살 수 있어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현대홈쇼핑이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이에 현대홈쇼핑은 “내수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 해외 진출의 첫 번째 목표로 중국 상하이를 공략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홈쇼핑은 이미 중국진출에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신중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중국 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동방이푸’를 최대주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명은 ‘상하이현대가유홈쇼핑’으로 내년까지 연간 취급고 3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내수시장을 놓고 지난 10년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한 홈쇼핑업체들. 그중에서도 열돌을 맞은 후발주자들이 이제는 해외로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 내 유통 관계자들은 “한국의 홈쇼핑업체들이 치열한 내수 경쟁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 홈쇼핑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대도시를 제외하면 택배 시스템이 보급되지 않은 곳이 많고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로 인한 결제시스템도 미비해 이에 대한 해결책이 중국 진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