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서 지하철2호선 을지로입구역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김미선(31) 씨는 요즘 출근할 맛이 난다. 회사가 새로 입주한 빌딩이 지하철역과 이어져 편리하고 넓은 로비를 지나 사무실에 들어서면 탁 트인 창밖 풍경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면 빌딩 앞에 마련된 광장에서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광장 앞엔 유유히 흐르는 청계천이 오롯하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지하 1, 2층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다루는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고 빌딩 1층 도로변엔 카페거리가 조성돼 노천카페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김씨는 “다른 빌딩보다 입지조건이 좋아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에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며 “도심 속에 개천이 흐르는 것도 용하지만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것도 이채롭다”고 이야기했다.
1층 로비 / 2층 로비에 마련된 접견장소
김씨의 회사가 입주한 곳은 지난해 11월 준공한 ‘미래에셋 센터원(Center1)빌딩’이다. 정확한 주소는 서울시 중구 수하동 5번지. 이스트타워와 웨스트타워 두 개 동이 지상 32층, 지하 8층, 총 면적 17만㎡(5만1000평)로 구성돼 도심권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빌딩 앞 1000평 규모의 한빛광장은 서울시에 기부 체납해 건물 1층까지 시민에게 개방했다.
건물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1층 로비는 피아노 연주가 은은하고 지하층에 내려서니 일본, 태국, 미국 등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이 근사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임대료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리테일숍 등을 활용한 건물 이미지 상승을 기대해 지하 레스토랑 임대에 만전을 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입주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아케이드가 아닌 일반 시민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구성이다. 이를 위해 총 769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주말엔 지하 레스토랑 이용고객에 한해 5000원(원 요금 종일 4만원)으로 종일 주차할 수 있게 개방했다.
센터원빌딩 도로변 카페거리
미래에셋맵스 아시아퍼시픽 부동산공모 1호 투자회사와 맵스프론티어사모펀드 28호가 각각 50%씩 소유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은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맥킨지 코리아, 리저스 코리아, 한화건설 등이 입주해 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 연합뉴스, 미쓰이물산, 한국국제교류재단 등이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블룸버그 통신 등과 임대를 위해 교섭 중이다.
사무실 곳곳에 스며드는 자연채광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센터원 빌딩의 건축 모티브는 음과 양. 빌딩 외부는 에너지 절약형 Low-E 복층유리와 화이트 알루미늄 바를 사용해 모던한 느낌의 미래형 빌딩을 구현했다. 입주사들을 위한 업무공간은 2층부터 시작된다. 안내데스크를 2층에 마련해 개방된 공간과 차별화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출입카드가 필요하다. 총 31대의 엘리베이터에는 별도의 층수 버튼이 없다.
36층(총 32층의 건물에 4자로 끝나는 층수는 제외됐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전, 건물 관리자가 출입카드를 스피드게이트에 대고 층수를 입력하자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에 불이 들어왔다.
입주사 전 직원에게 지급된 출입카드엔 주로 이용하는 3개 층이 입력돼 있어 언제든 빠른 운행이 가능하다. 이른바 ‘목적층 예약 시스템’이다.아직 입주업체가 정해지지 않은 이스트타워 전망대(높이 148m)는 가깝게는 청계천과 종로가, 멀게는 인왕산과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와 강북 지역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업무공간은 한 층이 1400~2000㎡로 80~100명이 일할 수 있다. 기둥 없이 들어서는 사무공간의 길이를 12~13.5m까지 확보해 사무실 끝까지 자연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층고는 4.15m, 천정고는 2.8m. 기계, 통신, 전기, 소방 등 설비시설과 엘리베이터, 공용시설 등 코어를 중앙에 배치해 전용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2개 층 이상을 사용하는 입주사는 일부 층에서 별도의 내부계단 설치도 가능하다.
을지로 금융시대의 중심
2층 스피드게이트 / 목적층 예약시스템 / 센터원빌딩 전체를 관리하는 관제소 /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 1층
한편 미래에셋 센터원빌딩은 미래에셋그룹 본사가 입주를 앞둔 탓에 ‘을지로 금융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집무실도 센터원으로 옮겨와 앞으로는 을지로가 미래에셋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홍콩, 인도, 영국, 브라질 등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현지법인과 열리는 글로벌 화상회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사내 인터넷 방송 ‘미래에셋미디어’의 스튜디오도 새로 꾸렸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경영전략과 금융자본 흐름상 미래에셋증권이 여의도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경영진의 의견에 뜻을 같이 했다고 전해진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센터원빌딩의 입주율과 효율적인 활용이 한몫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센터원빌딩의 임대료는 3.3㎡당 12만원, 보증금은 월세의 10배, 관리비는 3.3㎡당 4만원이다. 국내에서 3.3㎡당 임대료 최고 수준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와 서울스퀘어빌딩에 버금가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