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8월26일생이니 올해로 쉰 두 살이다. 그동안 강산이 두어 번 바뀌며 아들과 손자로 이어진 계보가 흥미롭다. 우선 센터페시아를 꽉 채운 속도계만 봐도 MINI의 패밀리즘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은 자신감이다. 사실 그 충만한 자신감은 21세기에 들어서며 날개를 달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INI는 BMW그룹이 영국의 로버(Rover)에서 인수한 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구성해 2001년 새롭게 선보인 독자 브랜드다. 기술과 디자인의 감성적 요소를 접목해 전 세계적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독자 브랜드로 우뚝 선 후 네 번째로 선보인 ‘컨트리맨’은 MINI 최초의 SAV모델이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ports Utility Vehicle)을 뜻하는 SUV가 오프로드, 레저, 스포츠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면 SAV(Sports Activity Vehicle)는 SUV보다 역동성을 강조한 BMW만의 신조어다.
제조사의 의미심장한 작명이야 엎어치나 메치나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SUV를 출시한 BMW가 U를 A로 바꾸며 타 브랜드와 차별성을 갖게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작명 하나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셈이다.
우선 컨트리맨은 나오자마자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차량 안전성 테스트에서 우수(Good)등급을 획득하며 ‘최고 안전 차량(Top Safety Pick)’에 등극했다. MINI 차량으론 처음 있는 일이자 BMW그룹 모델을 통틀어 두 번째(차량 전복 상황에서 루프 강도가 추가된 IIHS의 평가기준) 획득이다.
개성은 그대로… 성능은 UP
‘쿠퍼 컨트리맨’, ‘쿠퍼S 컨트리맨’, ‘쿠퍼S ALL4’ 등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 컨트리맨은 MINI의 독특한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SAV라지만 탄탄하고 강인한, 때론 귀여운 외관이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시승용 차량인 쿠퍼S ALL4를 강남대로에 세우자 흘끔거리는 시선이 싫지만은 않다. 4110㎜의 전장에 4개의 도어, 대형 테일게이트,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의 대형 헤드라이트, 거대한 휠 아치, 수직 리어 라이트까지 디자인의 독특함은 그대로 흡수했고 크기와 성능은 업그레이드시켰다. 미니쿠퍼에 여성적 부드러움이 첨가됐다면 컨트리맨은 남성미가 강조된 느낌이다. 원형을 포기한 헤드라이트와 툭 튀어나온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분히 도전적이다. 단단한 엔진음과 노면의 상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미니쿠퍼의 주행성능을 동경한다면 컨트리맨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초반 스타트는 묵직하고 시내 주행 시 민첩성도 뛰어나다. 다만 배기량이 미니쿠퍼와 같은 1598㏄인 탓에 고속주행 시 살짝 느린 반응이 거슬린다. 엔진은 그대로인데 크기와 무게는 늘렸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1.6ℓ 4기통 가솔린 엔진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트윈스크롤 터보차저가 장착된 쿠퍼S 컨트리맨의 경우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4.5㎏.m(오버부스트 작동 시 26.5㎏.m)의 성능을 발휘한다. 100㎞/h 가속시간은 7.9초, 안전최고속도는 210㎞/h다. 쿠퍼 컨트리맨은 최고출력 122마력, 최대토크 16.3㎏.m, 100㎞/h 가속시간은 11.6초다. MINI 브랜드 최초로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 쿠퍼S ALL4는 특유의 민첩한 핸들링과 추진력이 돋보인다.
기존 미니에 비해 긴(그렇다고 마냥 길진 않다. 골프TDI에 비해 약 10㎝가량 짧다) 차체와 지상고는 꽤나 쓸모 있는 사양이다. 미니쿠퍼나 미니 클럽맨이 결혼과 육아로 이어지는 인생사에 뒷좌석, 수납공간 부족 등의 불편을 낳았다면 컨트리맨은 월등한 편리함을 선사한다. 실제로 성인 4명이 무릎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고속주행을 즐길 수 있고 곳곳의 수납공간도 눈에 띈다. 골프나 낚시 등 레저를 즐기는 이들까지 아우른 영민한 선택이다.
뒷좌석은 2인용 개별 좌석으로 각각 이동과 각도 조절이 수월하다. 각도조절이 불가능한 SUV에 비해 꽤나 돋보이는 사양이다. 편리에 따라 3인용 시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선글라스 케이스, 컵 홀더 등이 적절히 배치된 실내 중앙부의 센터레일은 타 브랜드와 구별되는 특징. 컵 홀더를 앞뒤 좌석으로 이동시킬 수 있고 스마트폰처럼 컨트리맨 전용 액세서리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쿠퍼 컨트리맨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3850만원, 쿠퍼S 컨트리맨은 4480만원, 쿠퍼S ALL4는 5160만원(VAT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