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불안감이 거세게 확대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점차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유로존의 붕괴라는 더욱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전망하기도 한다. 과연 유로존은 붕괴될까? 단일 통화 공동체라는 유럽의 통합모델은 결국 지속 불가능한 모델인가?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 유로존이 처해 있는 위기의 본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유로존이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단일통화인 유로를 사용하는 17개국의 공동체를 말한다.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공동의 통화정책을 실시한다는 것으로 유로존 회원국 각각은 독자적인 통화 발권력을 갖지 않는다. 유로화는 자국 통화이나 실질적인 자국의 통제력이 결여된 일종의 외화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로존 회원국 재정의 문제는 자국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보전될 수 없다. 이러한 최종대부자 부재라는 문제점이 일부 회원국의 재정적자 누적과 결부되면서 급격한 투자자 신뢰 상실로 이어졌으며, 촘촘한 역내 금융망을 통해 유럽 전역에 금융위기로 전개되어 나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로존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강력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나 회원국 재정에 관해서는 강제성 있는 준칙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재정수렴의 원칙은 강제조항이 없는 일종의 권고사항으로 실제 대부분 회원국들은 이러한 권고사항을 준수하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유로존은 창설 초기부터 재정부분이 제외된 반쪽짜리 통합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고, 어떻게 본다면 현재의 문제점은 이미 유로존 창설 초기부터 예견되어 온 것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국가경쟁력 조정이 불가능한 유로존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재력이 낮은 비핵심 국가들의 국제수지적자 누적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들 국가의 재정악화 또한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실제로 유로존 창설 이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국제수지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이렇듯 유로존 통합방식의 문제점이 극명한 데도 유로존에는 아무런 대비책이 없었다. 유로존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현재 유로존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유로존의 상황은 이와 같이 매우 심각하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루비니 교수 등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비용이 GDP의 50%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및 해체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유로존 존속의 가장 큰 근거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문제가 그리스만의 문제로 국한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유로존의 당국자들은 수차례에 걸쳐 그리스 문제에 대한 방화벽이 견고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신뢰를 상실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타 재정 취약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로, 어떤 스케일로 계산을 할지라도 유로존 붕괴보다는 존속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높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붕괴는 다시 한 번 글로벌 신용경색과 대공황을 야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유로존에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무한 자금공급 능력이 존재한다. 유로화는 국제적 활용도 및 신뢰도가 매우 높은 국제통화이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한 유럽중앙은행의 직접지원 등의 마지막 카드는 상황의 전개에 따라 언제든 가능하다.
유로존의 현재 상황이 붕괴 시나리오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불확실하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로존의 미래가 붕괴보다는 존속 방향으로 간다 할지라도 성장과 긴축의 유연한 조정이 필요한 멀고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세기를 넘게 진행해온 유럽경제통합을 향한 공동의 노력만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공감대, 통화공동체로서의 여러 가지 장점 등 여러 각도에서 조망한다면 유로존의 미래는 더욱 견고한 통합의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되어 갈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