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전개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망함에 있어 상수와 변수를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변수의 파괴력과 충격 효과를 가늠하는 데는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을 상수의 힘에 견주는 것이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유일한 상수는 박근혜다. 한나라당 안에도 도전을 선언한 정몽준과 잠재적 도전자인 김문수가 있다. 한나라당 밖 보수진영에도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세일과 기회가 오면 마다않을 정운찬이 있지만 대중적 지지도 측면에서나 정치적 세의 측면에서 박근혜를 따라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근혜는 진화하고 있다. 3년 반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나타난 박근혜는 예전에 비해 더 열려 있고 더 적극적이다. 정책에 대한 강조는 그가 지난 3년 반 동안 무엇을 준비하며 지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안철수 돌풍’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박근혜도 상처를 입었다. ‘대세론’이 ‘한계론’이 되는 정치 동향의 급변도 겪었고 각종 신당설이 보여주는 대로 언제든 ‘반 박근혜’ 흐름이 위력적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애초에 대세론은 없었다’는 박근혜의 언명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상수다.
박근혜 상수를 위협할 만한 변수는 두 개다. 하나는 총선 패배고, 다른 하나는 야권 연합이다. 총선 승패의 기준점은 1당이 되는가 여부다. 과반수 의석이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어느 쪽이든 135~140석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1당이 될 것이다.
2012년 정치 일정은 1당, 2당을 먼저 정해놓고 대통령을 뽑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총선 후 국민들은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들어 균형을 잡을지 ‘여대야소(與大野小)’를 만들어 안정적 국정운영을 도모할 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까지 얹어 대선에 임하게 된다. 불과 6개월의 시차로 치르는 두 개의 선거에서 국민은 견제와 균형을 중시할 것인가, 안정적 국정운영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인가. 2007년 12월과 2008년 4월에 우리 국민은 견제와 균형보다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선택한 바 있다.
어느 쪽이 135~140석의 1당이 될 것인가. 두 가지 요소가 결정적이다. ‘얼마만큼 공천혁명을 할 것인가’가 그 하나고, ‘총선이 이명박의 선거가 될 것인가, 박근혜의 선거가 될 것인가’가 다른 하나다. 총선이 이명박의 선거가 되면 한나라당은 정권 심판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여론 상황에서 심판까지 받게 될 경우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은 불문가지.
정권 심판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박근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총선을 박근혜 선거로 만드는 것이다. 회고 선거를 전망 선거로 바꾸는 것이다. 이 경우 승부는 ‘박근혜 vs 야권 대선주자’ 간의 대결, 한나라당의 ‘새 인물 vs 야권의 새 인물’ 간의 대결로 진행될 것이다. 결론은 공천혁명의 폭과 새 인물의 면면이 승부의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상수를 위협할 두 번째 변수인 야권통합은 총선 승패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총선을 지나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변수다. 만약 2012년 대선이 30~50만 표 차의 박빙 승부로 진행된다면(1997년 김대중 당선 시 39만557표 차, 2002년 노무현 당선 시 57만980표 차) 야권통합의 정도와 수준. 즉 ‘야권통합이 어느 정도의 긍정적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인가’가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는 사실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야권통합이 질서 있게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각 세력 간 지분 다툼 같은 구태들이 통제될 수 있다면 안철수의 참여나 지원도 용이해질 것이다. 반면 야권통합이 기득권을 둘러싼 지루한 밀고 당기기로 얼룩진다면 안철수는 물론 새 정치를 열망하는 20~40세대, 재능기부와 적극적 투표행동으로 자신들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보통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까지 잃게 될 것이다.
야권통합의 성공 여부가 박근혜 상수에 직접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닐지 모른다. 다만 야권통합만이 박근혜에 대항할 야권의 대안을 위력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통합의 성공 여부는 궁극적으로 박근혜 상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다. 야권이 통합에 목숨을 걸고 여권이 쇄신에 목숨을 거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2012년 정국은 박근혜 상수와 총선, 야권통합이라는 두 변수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지만 그 밖에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이러저러한 사건적 계기와 이슈들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친 이명박계)의 집단행동 여부, 민주당 내 호남 정치세력의 민주당 잔류 여부. 안철수 교수의 정치 입문 여부와 박원순 시장의 시정 평가 같은 정치적 이슈들도 중요하다. 그런가 하면 세계경제 회복 여부와 서민들의 살림살이, 미국 대선 전개 양상과 중국 지도부 교체 양상,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과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여부 같은 국제 정치, 경제적 이슈들 또한 중요하다. 20~40세대의 결집과 이완 여부, SNS의 정치적 영향력 점증 같은 사회·문화 요소들이 정치에 미칠 영향 또한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이슈들은 하나하나가 작지 않은 폭발력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이슈들이 만났을 때 생길 증폭 효과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사실 이 같은 폭발력 큰 이슈들과 사건들을 생각하면 2012년 정국을 과학적으로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도 보인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상수와 총선 승패, 야권통합이라는 세 개의 변수가 중요하다. 이 세 요소들을 2012년 정국 전망의 중심축으로 놓는 이유는 위에 열거한 모든 이슈들이 정치적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 세 축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분석틀이 독자들께 정치를 보는 좀 더 새롭고 좀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정치는 어떤 경우에도 권력투쟁이고 선거경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