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산유국들의 정정 불안으로 시작된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리비아 사태로 그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리비아 소요를 포함한 중동 사태가 조기 종결되거나 인근 국가들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유가 급등세는 점차 진정되겠지만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거나 다른 국가로 확산된다면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적 비전을 가지고 추진되는 중요한 정책이다.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는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의 확대, 에너지 가격 현실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등이 추진되고 있다. 또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 및 세제지원, 의무비율할당제(RPS)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들은 우리 경제의 에너지 의존도를 축소시킬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대표적인 에너지 빈국으로 소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때문에 단기적인 유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등은 산업 부문의 비용 상승과 함께 소비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경기부양책의 여파와 겨울 한파, 구제역에 고유가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4.1%에서 2월 4.5%로 상승했고 이러한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에 대한 논란도 함께 심화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대표적인 석유제품인 휘발유 가격은 1월 ℓ당 1800원대에서 최근 1900원대까지 상승하자 유류세 인하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실 중장기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향해야 하는 시점에서 유류세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유럽의 선진국들과 일본은 이미 탄소세나 에너지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자국의 에너지 관련 세금이 너무 낮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정부는 중장기적 에너지정책만 고집할 수 없게 됐다. 중장기적인 경제 체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130달러를 넘어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유가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인 유류세 인하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물론 고유가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이미 추진 중인 해외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 개선 등 장기 대책들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