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새해에도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기존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007년 10월31일 종가 2064.85포인트까지 가볍게 넘어서며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1분기 중 2300, 2분기에는 2400 돌파가 무난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주가 상승은 외국인들의 바이코리아 열기가 떠받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매수를 지속하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 전망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 외국인들이 졸지에 매도세력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심상치 않은 물가상승 탓에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의 고삐를 조일 수밖에 없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른바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로 일컬어지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전개도 언제든 세계 경제에 압박을 가할 수 있고 우리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증시에는 언제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다만 주가가 오를 때는 낙관론이 득세하고 반대로 하락기에는 비관론이 팽배해지는 경향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낙관론에 휩싸이다 보면 거품이 만들어지기 십상이다. 투자자들은 자산가치가 언제까지나 치솟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 안달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토로했던 ‘무분별의 극치(irrational exuberance)’가 바로 이런 상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마비되기 직전에 벌어진 상황도 그랬다.
비관론자들에게는 이런 낙관론자들이 마치 높은 건물에서 뛰어 내린 사람이 2층을 지나면서 “아직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뻔한 미래를 외면하는 어리석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세계 금융 경제위기를 족집게처럼 집어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루비니 교수는 지금도 재앙을 경고하느라 바쁘다.
그렇다고 비관론에 빠져 행동을 망설이다 보면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도 있으니 고민이다. 우리는 과연 누구에게 동조해야 할까.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저서로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는 우리에게 통찰력을 준다. 그는 주식시장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만이 존재한다고 했다. 내일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사람이 한 부류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다른 한 부류다. 둘 사이에는 무지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통섭적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들리 박사의 발견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지금 석기시대보다 더 비참하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대로 가까이 올수록 세계는 놀랍고도 뚜렷하게 좋아져 장기적인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광기에 휘말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