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와 증여세의 연부연납이란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여러 해에 걸쳐 매년 1회 납부하는 것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액이 거액인 경우가 많고, 취득재산도 부동산 등 환가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재산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까지 세금을 일시에 모두 납부하게 강제하면, 납세의무자에게 짧은 납기 내에 세금 납부를 위해 상속 또는 수증 받은 재산을 처분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납세의무자에게 분할 납부 및 기한유예의 편익을 제공하는 제도가 바로 연부연납제도이다(대법원 1992. 4.10. 선고 91누9374 판결).
상속세 납세의무자는 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고, 납세자가 담보를 법정기한까지 신청서를 제출한 때에 10년의 기간 내에서 연부연납을 허가받을 수 있다. 연부연납제도는 납세의무자에게 분할납부 및 기한유예의 편의를 제공하려는 것일 뿐 납세의무자의 납세자력 유무와는 관계가 없다. 위 사례에서 상철에게 상속세 5억 원을 일시에 납부할 충분한 재산이 있는 경우에도 상철은 연부연납을 허가받을 수 있다.
연부연납 허가를 받은 납세의무자는 분할납부에 따른 기한유예의 이익을 얻는다. 대신 상증세법은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연부연납 가산금을 분할납부 세액에 가산하여 납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연부연납 가산금은 연부연납이 허가된 세액에서 납부된 분할납부 세액의 합산금액을 뺀 잔액에 대하여 직전 회의 분할납부 세액 납부기한 등의 다음 날부터 해당 분할납부기한까지의 일수에 가산금 이자율을 곱한 금액이다.
가산금 이자율은 최근 계속 인상되고 있다. 2021년 3월 16일에 연 1.2%였으나, 2023년 3월 20일에 연 2.9%, 2024년 3월 22일에 연 3.5%로 인상되었다. 주의할 점이 있다. 연부연납 가산금의 이자율은 연부연납 허가 시점이 아니라 연부연납세액 납부시점의 이자율에 따른다는 것이다. 상철이 연부연납 허가를 받을 때 이자율은 연 1.2%였지만 2023년 3월 20일 이후부터는 이자율 2.9%로 인상 되었으므로, 상철은 2023년 7월 1일 상속세를 납부할 때 2022년 8월 1일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는 연 1.2%의, 2023년 3월 20일부터 2023년 7월 31일까지는 연 2.9%로 계산한 가산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이자율이 계속해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상철로서는 상속세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일시에 미리 납부할 경우 이익이 있다.
그렇다면 사안과 같이 납부기한 이전에 분할납부 세액의 일부 내지 전부를 조기납부하면, 실제 납부일까지의 가산금만 납부하면 될까? 아니면 예정된 납부기한까지의 가산금을 모두 납부해야 할까? 연부연납 허가에 의하면, 상철은 2025년 7월 31일에 쟁점 상속세 1억원과 2024년 8월 1일부터 2025년 7월 31일까지의 쟁점 상속세 1억원에 대한 연 3.5%의 비율에 의한 가산금 350만원, 총 1억 35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2025년 7월 31일이 아니라 2024년 7월 31일에 미리 쟁점 상속세 1억원을 미리 납부한 때에도 가산금 350만원을 더 납부해야 할까?
연부연납제도 자체가 납세의무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납세의무자가 실제 납부한 날 이후의 가산금까지 내야 한다면 납세의무자는 실질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실제 납부일 이후의 가산금까지 더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연부연납 가산금은 일반 가산금과 성격이 다르다. 일반 조세채무의 미이행으로 인한 가산금은 지연이자의 성격이 있다. 따라서 지체된 1일마다 발생되고 확정된다. 이러한 성격의 가산금은 납부일 이후부터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연부연납 가산금은 기한의 연장·유예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약정이자의 성격이 있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4다49816 판결). 상증세법 역시 연부연납 가산금에 관하여 일정한 기간 분납하면서 그 가산금에 대하여 매년 정해진 납부기한까지의 가산금을 납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나아가 상증세법 기본통칙은 연부연납 기간 중에 연부연납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시에 납부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분할납부 세액의 납부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상속세 일부를 납부하였더라도 당초 연부연납 허가에 따른 분할 납부기한까지의 일수에 대하여 계산한 가산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1다272971 판결).
상철은 2024년 7월 31일에 쟁점 상속세 1억원을 납부하였어도 2025년 7월 31일에 쟁점 상속세 1억원에 대한 2024년 8월 1일부터 2025년 7월 31일까지의 약정이자의 성격을 갖는 가산금 350만원을 더 납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연부연납 변경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납부기한 이전에 분할납부 세액을 미리 납부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분할납부 세액을 미리 납부하기로 정하였다면 반드시 사전에 연부연납 변경신청 등을 통해 납부기한을 변경해야 한다.
허승 판사
현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부장판사)에서 근무 중이며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