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의 7%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령자 비율이 19%에 달한다. 현재 추세라면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초고령사회에서 생겨날 각종 이슈들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2005년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1%. 인구의 고령화는 일본의 온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른바 초고령사회에서 신(新)고령사회로 향하고 있다.
저자는 2000년 초부터 초고령 국가가 된 일본을 두고 ‘한국의 고령화 선배’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일본 초고령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먼저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는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현장 중심으로 발전해 고령 친화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함께’ ‘천천히’ 키워드가 초고령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핵심이라고 말한다. 지역 사회에서는 ‘치매 카페’ 같은 모임이 생기고 인공지능(AI) 택시 같은 혁신적 교통수단이 도입돼 고령자 편의를 증진시키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고령자 특화 서비스인 ‘슬로 계산대’가 운영되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고령자의 파트너 역할을 하면서 IT 기기 사용법을 안내한다.
▶ 새로운 비즈니스 속속 등장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니어 비즈니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은 고령자들의 생활 인프라로 정착된 지 오래고, 피트니스와 의료가 결합한 메디컬 피트니스는 일본 내 새로운 건강수명 비즈니스로 자리잡고 있다.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어른 대학’을 통해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하는 고령자들도 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는 한국의 미래를 예견하는 거울이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서 도움이 돼줄 유용한 참고서다. 저자는 “일본의 성공 사례들을 통해 우리만의 고령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닌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신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된 사회적 현상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면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전달한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누구나 하던 것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는 ‘버티는 자’가 승자로 여긴다. 어떤 경우든 방향을 바꾸기 위해선 때로는 멈춰 설 필요가 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 기자였던 저자는 진정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퀴팅(Quitting·그만두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에서 신경과학자, 진화생물학자, 심리학자 등 150여 명에 달하는 사람을 만나 적극적인 퀴팅 전략으로 인생을 바꾼 사례들을 소개한다. 저자 역시 ‘그만두기’를 실천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장본인이다. 그의 삶도 ‘그만두기’와 ‘또 다른 시작’이 반복돼 왔다. 저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한때 잘나갔으나 기자 일을 그만둔다. 그는 첫 소설로 ‘배리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이 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끈기’를 인생의 정답으로 알고 사는 현대인에게 ‘퀴팅’이야말로 생존 본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 인구절벽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이민’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신설을 추진할 정도로 전향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그만큼 높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사회지리학과 교수이자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이주연구소(IMI) 창립 멤버인 저자는 이주를 둘러싼 여러 오해를 총 22가지로 정리한다. 일각에서는 저자를 ‘이주를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저자는 이주를 무작정 찬성하지도, 그렇다고 반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주와 난민 문제의 심각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수많은 데이터와 연구 사례를 통해 입증한다. 책은 우리가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이주에 관한 우려를 빠짐없이 다룬다. ‘이주 문턱을 높이면 불법 이주가 줄어들까’ ‘세계는 난민 위기에 봉착 중인가’ ‘이주자는 범죄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주자는 복지국가의 근간을 훼손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대부분이 오해라는 사실을 데이터로 증명한다.
‘채권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빌 그로스가 어떻게 미국 금융계를 자신만의 세계로 만들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빌 그로스는 글로벌 채권 펀드 운용사 ‘핌코’의 공동 창업자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토털리턴 펀드를 출시해 ‘채권 투자계의 1인자’라는 별칭을 얻으며 20세기 금융 투자계를 풍미했다. 저자는 핌코의 창립 파트너와 최초 고객, 그리고 1970년대에 함께 일했던 컨설턴트, 최근까지 핌코에서 일한 사람들, 지금도 일하는 사람들, 아내, 친구 등과의 이야기를 통해 그에 관한 전기를 풀어냈다. 채권이 어떻게 부상했고, 지금처럼 활성화되는지를 이해하려면 빌 그로스의 인생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2023년 현재 방송사와 포털 등이 내는 프로야구 중계권료는 연간 760억원 정도다.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의 한 시즌 중계권료를 모두 합쳐도 프로야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야구는 어떻게 ‘민족 스포츠’로 여겨지는 축구를 제치고 대한민국 최고의 흥행 스포츠 자리를 꿰차게 됐을까. ‘야구의 나라’는 야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을 톺아보는 사회문화 비평서다.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떠오른 과정을 추적했다.
야구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엘리트들의 학연이 절대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명문교의 교기(校技)였던 야구는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었다. 엘리트와 귀족을 상징하던 야구는 광복 이후에도 지역 명문교를 상징하는 스포츠가 됐다. 엘리트와 미디어의 관심은 프로야구 출범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야구를 최고의 스포츠로 만들었던 여러 요인들을 따라가면 우리 사회가 보인다”며 “야구는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역사적·문화적·정치적 맥락이 집약된 결정체”라고 밝혔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