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복합위기 가시화에도 국회는 정쟁으로 나 몰라라 시급한 민생현안 해결에 여·야 없이 협치 나설 때
김주영 기자
입력 : 2022.06.27 10:09:12
수정 : 2022.06.27 10:09:36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주식에 투자한 포모족들은 요즘, 상승장의 단맛은 느껴보지도 못하고 폭락장의 공포에 떨고 있다. 치솟는 집값에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폭등해 밤잠을 설친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 더 공포다. 전 세계 금융·경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퍼펙트스톰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경제 리스크가 한꺼번에 덮치는 ‘퍼펙트스톰’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플레이션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중국은 봉쇄돼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으로 전 세계 원자재·농산물 가격이 도미노로 인상되고 있는데, 전쟁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고물가로 인한 임금 인상 요구와 경기침체를 우려한 대량 해고 바람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테슬라, 코인베이스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이 대량 해고를 예고한 가운데, 임금을 올려달라는 노조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문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임금이 오르고, 임금 인상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순환상승의 반복, 이른바 ‘임금·물가 상승 소용돌이(Wage-Price Spiral)’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임금과 물가 상승의 나선형 고리를 끊는 방법 중 하나가 통화정책이다. 전 세계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발표에 숨죽이며 귀를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분에 금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조차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부터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점보스텝, 울트라스텝까지 온갖 스텝을 망라해 알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미 연준은 금리를 0.75%P(자이언트스텝) 올려, 1994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를 잡기 위한 이 같은 노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달 FOMC에서도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으로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나 수출 주도 국가인 한국은 세계 경제 침체를 고스란히 흡수하는 경제구조를 지녀 타격이 예상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2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걱정이 더 깊어진다. 한국은 평가 대상 63개국 중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27위를 차지했는데 분야별 평가는 우려스럽다. ‘경제 성과’ 순위가 18위에서 22위로 하락한 것을 비롯해, 국제투자(3계단↓), 고용(1계단↓), 정부 효율성(2계단↓), 재정(6계단↓),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3계단↓), 대기업의 국제 기준 효율성(13계단↓) 등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 주가는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불안한 삼성전자의 미래는 암울한 한국 경제 전망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지난달 긴급히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책의 실효성과 방향성을 놓고 여·야가 연일 논쟁 중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비롯해 유류세 인하나 보유세 완화같이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 대기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들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인데 국회는 정쟁(政爭)으로 공전(空轉)하고 있다. 정치권은 ‘4류 정치’ 비판이 들리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