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유 씨(45)는 최근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더니 마른기침, 가래와 함께 목의 통증이 심해졌다.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아닐까 의심이 돼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다. 코로나19 잠복기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이튿날 이비인후과에 방문해 신속항원검사를 했는데 병원에서의 결과도 음성으로 확인됐다. 대신 이비인후과에서 후두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후두에 염증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역류성 인후두염’으로 진단됐다. 김 씨와 같이 최근 코로나19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인 인후통으로 인해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닐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인후통’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질환들이 존재한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후통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들에는 대표적으로 코로나19를 비롯해 인후염, 역류성 후두염, 편도선염 등이 있는데, 이들 질환은 공통으로 목의 통증을 동반해 최근 코로나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발열, 권태감, 기침,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과 가래, 인후통, 설사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증상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다른 질환과 달리 개인에 따라 후각과 미각을 잃는 경우로 구분될 수 있다. 일반 독감이나 감기는 기침이나 근육통이 생긴 뒤 두통, 인후통, 발열, 설사, 구토 등의 순서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코로나는 보통 발열,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구토, 설사 등의 순서로 발현되어 인후통이 근육통보다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세영 교수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후각 이상을 객관적으로 감별하기 위한 선별검사(Sniffing Bead System)를 시행하는데 코로나19 환자에서 최대 85.6%가 후각 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필요에 따라 후각 기능 검사를 시행하여 후각 장애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균성 인후염, 전신권태 등 다양한 증상
인후통 원인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 ‘인후염’을 꼽을 수 있는데, 인두와 후두에 바이러스나 세균 등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는 흔히 말하는 목감기에 해당하는 질병이다. 인후염은 초기에 인두에 이물감과 건조함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음식을 삼키기 어려우며 고열, 두통, 전신권태, 식욕부진, 입 냄새가 생기고 후두에 염증이 확산하여 목소리가 쉬기도 한다. 귀 아랫부분의 통증이 동반되기도 하고, 목이 마르고 아프며 간질거리고, 피로하면 증세가 심해져 쉰 목소리가 나거나 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증상이 유사한 코로나19와 달리, 인후염은 맛을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기침 증상이 약하거나 없고 통증이 목에 집중되어 있다. 전신 근육통, 두통, 오한, 숨 가쁨 등의 증상은 드물다.
한편, 인후통을 동반하는 질환 중 ‘역류성 인후두염’은 다른 질환과 같이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이물감이 공통된 대표 증상이며, 신물이나 쓴물이 올라오는 느낌, 소화불량, 속이 타는 느낌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역류성 인후두염’은 위의 내용물이 거꾸로 식도를 통해 인두와 후두로 역류해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강한 산성화 물질인 위산이 위 점막 이외의 점막, 특히 인후두 점막에 상당한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한다. 목이 아프고 쓰리며 목소리가 잠기기도 하고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코로나19를 포함해 인후통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들과 유사한 통증이 있는 역류성 인후두염은 명치 부위가 화끈거리며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 비교적 적어 위식도 역류질환과 구별된다. 코로나19와 달리 발열이 없으면 코로나19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예는 없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오른쪽)가 인후두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편도선염은 구강 내 위생 중요
편도 내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편도선염’ 역시 인후통 증상으로 인해 코로나19로 착각하기 쉬운 질환 중 하나이다. 편도선염은 입 안 목 주위와 코 뒷부분에 있는 림프기관인 구개편도, 설편도, 아데노이드(인두편도) 등의 편도선에 세균, 바이러스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초반에는 목 건조감과 발열, 연하통, 연하곤란, 귀통증, 두통, 사지 통증과 요통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편도가 부어서 커진다. 급성편도염인 경우는 침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아프며 열이 나고 몸이 춥고 떨리고, 머리도 아프고 뼈 마디마디가 쑤시는 것처럼 아프면서 간혹 귀의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며 마스크의 오염과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구강 내 위생 상태의 악화로 편도염이 생기기 쉽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길 수도 있다. 편도염 역시 인후통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 코로나19나 인후염 등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기침은 없으며 후두내시경 검사를 하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엔 인후통 증상으로 코로나19를 비롯한 다양한 유사 질환으로 제대로 된 대처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인후통 증상이 있으면 개인이 미리 예단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고 코로나 자가진단검사를 시행해 본 뒤 결과에 따라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절차에 따라 코로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질환 진단을 통한 적절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더불어 잦은 음주나 흡연 등으로 인해 구강 점막이 건조해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 없이도 이물감이나 인후통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와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