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82)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저서가 한국에 번역돼 나왔다. 저서 ‘전쟁(War)’에서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트럼프의 백악관 탈환 전쟁 속 핵심 권력자들의 면모를 파헤친다. 노(老) 기자의 평가는 이번에도 단호하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국가를 이끌 자격도 없는 인물이다. 명백히 범죄를 저지른 닉슨보다 훨씬 더 나빴다. 공포와 분노로 통치했고 공익에 무관심했다. 역사상 가장 무모하고 충동적인 대통령이다.”
우드워드는 백악관 내부 취재를 기반으로 바이든 정부가 직면한 세 가지 전쟁을 서술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애보트 사의 코로나 진단 키트를 비밀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냈다. 미국에도 키트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키트를 받은 푸틴은 트럼프에게 “이걸 제게 보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라고 한다. 트럼프는 “상관없어요. 괜찮아요” 하고 답한다. 오히려 푸틴이 “사람들이 저에게가 아니라 당신에게 더 화를 낼 테니까요”라고 말한다.
트럼프 1기 고위 참모들은 아직도 푸틴을 떠올리면 몸서리친다. 미 정보기관들은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만장일치로 확신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 부처와 주요 민간 회사 등 전 세계 1만 6000개 이상의 컴퓨터를 대상으로 한 ‘솔라윈즈 사이버 공격’의 배후도 러시아로 지목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국 정보기관이 아닌 푸틴의 손을 들어줬다. 2018년 헬싱키에서 푸틴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트럼프는 “그(푸틴)가 방금 러시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러시아일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한다. 미국에선 비난이 쏟아졌고 뒤늦게 “저는 우리 정보기관 사람들을 대단히 신뢰합니다”라는 트윗을 올린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실패와 실수도 있었지만 안정적이고 목적의식을 가진 리더십”이라고 평한다. 저자가 가장 자세히 묘사하는 장면 중 하나는 2022년 가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위기.
바이든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모든 채널을 통해 러시아와 연락하라”는 지시를 시작으로 핵 옵션 차단을 위한 전방위 노력에 나선다. 미국은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와의 접촉 등으로 압력을 넣는다. 바이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전화를 걸어 핵무기 사용 반대를 촉구했고, 시진핑도 화답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푸틴은 핵무기 사용을 보류했고, 칼 콜린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이 시기를 “전쟁 전체에서 가장 간담이 서늘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저널리스트의 간결한 문장과 명쾌한 흐름 덕에 두툼한 책이 쉽게 읽힌다.
한국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단 10년 만에 고령인구 비중이 30%에 육박해 금융·주거·돌봄·인간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책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노후를 두렵게 하는 건강·돈·외로움이라는 3대 불안을 어떻게 다뤘는지 탐색한다. 일본 시니어 산업을 연구한 저자가 돌봄·연금·주거·커뮤니티 등 혁신적 변화를 현장 사례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일본계 기업에서 11년 이상 근무했으며, 현재 대신증권에서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일본 부동산 시장과 시니어 산업에서 나타나는 제도 변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한다. 은퇴를 앞둔 예비 시니어, 부모님 노후를 준비하는 가족, 초고령사회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
‘많은 광고’ ‘가격 할인’ ‘온라인 몰’. 미국 마트 브랜드 ‘트레이더 조’에는 없는 것들이다. 전 세계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위기를 맞았다고 말하는 시대. 그런데도 트레이더 조는 온라인 진출 없이 냉동 김밥과 장바구니에 긴 구매줄을 만들었고, 미국 시장에서 단위 면적당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책의 공동 저자이자 트레이더 조의 창업자인 조 쿨롬은 소비자들의 팬덤을 만든 세 가지 동력을 그 비결로 꼽는다. 첫째는 ‘창의적 기획력’. 마트 본질인 ‘식료품점’에 집중하되 쉽게 구하기 어려운 희소성 아이템 확보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광고비 경쟁 대신에 종이 뉴스레터 발행, 쇼핑 팩에 새긴 지역 단체 소식 등으로 소규모 팬덤을 정확히 저격한 ‘거꾸로 마케팅’이었다. 마지막은 ‘과감한 변화’. ‘구매’ ‘인사/영업’ ‘회계’만으로 간결하게 구성된 경영진은 업계 최초의 신용카드 결제 도입, 최고 수준의 임금 등으로 변화를 빠르게 이끌었다.
세계적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이 1919년 파리 강화회의의 첫 6개월을 따라가며 ‘패전·해체·신생’이 교차한 세계사의 현장을 복원했다.
독일의 처벌과 배상, 국제연맹 창설, 위임통치와 신생국 문제, 오스트리아·헝가리·오스만 해체의 여진까지, 맥밀런은 ‘연표’가 아닌 ‘인물과 결정’의 드라마로 그려냈다. 한국 독자가 눈여겨볼 대목도 있다. 일본이 승전 5강의 일원으로 회담에 참여한 현실, 그리고 민족자결 담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빚은 허상이다. 3·1과 5·4의 맥락을 국제정치의 냉혹한 좌표 속에서 재독해하라는 역자의 촌평은 오늘의 국제 감각을 묻는다. 결과적으로 파리는 완전한 질서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연맹·국제노동기구 등 다자 질서의 씨앗, 신생국과 국경의 지도, 전범 처벌과 배상의 틀이 여기서 태어났다.
인간의 감정과 인공지능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시장과 관계를 추적한 책이다.
매경 럭스멘 기자인 저자는 AI 동반자 서비스, 감정 챗봇, 홀로그램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급성장하는 감성 AI 산업을 실증 사례와 이론을 분석했다.
감성 AI는 상상력·익명성·몰입이 결합된 ‘기회비용 없는 친밀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에코 챔버·정서 의존·애착 체계 교란이라는 위험도 동반한다. 기술 원리부터 사용자 심리, 산업 구조, 윤리적 쟁점까지 폭넓게 탐구하며 묻는다. 인간과 AI의 친밀함이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재발명해야 하는가? 그 질문의 지도를 제공하는 본격적 가이드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