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에 접속하면 어디든 뜨는 ‘테무(Temu)’ 배너 광고. 봄맞이 인테리어 아이템을 사볼까 하고 클릭해 봤다가 깜짝 놀랐다. 연말 시상식에서나 입을 것 같은 이브닝드레스가 단돈 5000원. 혹시 뒤에 0이 하나 빠진 게 아닌가 했는데, 클릭할수록 점입가경이다. 아웃도어 점퍼는 90% 할인해서 3000원, 시계가 2000원, 양말 한 켤레 100원…. 그런데, 배송비는 0원이다. ‘초저가에 배송비 제로’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 상품 검색을 해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테무 슬로건처럼, 그야말로 쇼핑천국이다. 덕분에, 테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입자가 1년 새 약 4000만 명이 늘어 5100만 명(1월 기준)에 달하고 한국은 지난해 7월 진출해 앱 사용자 수가 7개월 만에 580만 명을 넘어섰다.
테무의 이 같은 성장세가 달갑지 않은 것은 주요 기업정보가 상당 부문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 깜깜이인 상품들이 무차별적으로 전세계 국경을 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의혹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테무의 고속 성장에 비례하게 짝퉁, 불량품 신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고 테무 앱만 깔면 음란물 팝업광고가 쏟아지는 등 피해가 늘고 있지만 대책은 딱히 없다.
무엇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염두한다면, 재미 삼아 테무에서 구매할 일은 아니다. 공산품의 경우 가공, 염색 등 제작 전 과정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복잡한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입는다’의 저자 올든 위커는 “옷 한 벌에 많게는 5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이 중에는 호르몬을 교란하고 암과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특히 “옷은 성분 규제가 없어서 제조사나 유통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짝퉁이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판매업자들의 제품 구매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테무 셔츠 단추에서 기준치 40배에 달하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독일에서 있었다. 여성 불임이나 남성호르몬과 정자 수 감소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되는 이 독성물질은 임신 중 노출되면 태아에게 치명적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한다. 짝퉁, 유해 물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사무실 현장조사에 이어 소비자 피해구제 핫라인 구축 등 소비자보호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성 있게 가동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직구 방식으로 판매하는 테무는 국내 업체들처럼 KC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현행 법령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위해물품 차단을 자율협약으로 추진한다는 당국의 방침으로는 플랫폼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국의 대책이나 법령 개정에 앞서 소비자 스스로 지혜로운 소비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애국소비 ‘궈차오(國潮)’ 열풍처럼 국산 애용 운동을 벌이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재미 삼아 사고 아니면 버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구매하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김주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3호 (2024년 4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