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가지 문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다른 문화를 접촉하고 받아들이면서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는지를 살펴나간 책이 나왔다. 기원전 1352년 왕위에 오른 제18왕조의 파라오 아멘호테프 4세는 왕비 네페르티티와 함께 아멘 숭배를 완전한 단절시키기 위해 천도까지 단행했다. 테베에서 나일강 하류 아마르나 지역으로 옮기고 아톤을 숭배하는 각종 신전을 세웠다. 도시 이름을 ‘아케타톤’이라고 지었고, 자신의 이름도 ‘아크나톤’으로 바꿨다.
다신교 사회였던 이집트에서 이들이 일으킨 유일신 혁명은 소수 상류층에만 받아들여지고 다수 국민들에겐 스며들지 못하다가 아크나톤이 죽은 뒤 다시 아멘 신앙과 다신교로 회귀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시도한 유일신 혁명은 이집트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요셉과 모세 등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나중에 유대교, 히브리 성경 등으로 변형돼 반영됐다.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문화를 주목해 왔고, 더 좋은 문화를 위해서 다른 시공간의 경험이나 문화에 눈길을 돌려왔다. 즉, 문화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사례처럼 한 공동체의 자산으로만 만들어진다기보다 시간이나 공간이 다른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서 형성되거나 풍성해져 왔다. 베스트셀러 (글이 만든 세계)의 필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신간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에서 인류의 문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다른 문화를 접촉하고 받아들이면서 세계사의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는지를 살핀다.
책에 따르면, 기원전 168년 보병 2만3000명과 기병 3500명으로 이뤄진 로마군은 그리스 도시국가 연맹을 정복했다. 로마는 지중해 동부를 장악했고, 그리스는 군사적, 정치적으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로마는 그리스의 문화를 경멸하지 않았다. 도리어 700년 전 그리스 문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활용했다. 로마 곳곳에 그리스 희곡을 묘사한 그림을 그렸고, 그리스어를 사용했으며, 그리스 작가의 이름을 외우는 것을 유행으로 만들었다. 중국 당나라 현장법사는 인도에서 불교 경전을 구하기 위해 16년 동안 구법 여행을 다녀왔다. 마침내 인도에서 많은 불경과 불상을 들여옴으로써 부처가 꼭 인도에만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도의 불교를 수용해 중국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슬람 이전의 지식을 집대성한 바그다드, 서양 예술에 파괴적 영향을 준 중국 경극, 에티오피아 서사시 ‘케브라 나가스트’, 소설가 조지 엘리엇의 역사 소설…. 최초의 예술가가 작품을 남긴 3만 5000년 전의 쇼베 동굴에서 시작해 마거릿 애트우드와 한강 작가가 함께한 2114년 ‘미래의 도서관’ 프로젝트까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15가지 문화적 성취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부상한 한류 이야기도 재미있다. 저자는 2012년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이 수십억 뷰를 돌파하면서 한류가 정점에 이르렀다며 한류의 성공 배경에는 문화의 혼합과 착종, 변형이 있다고 분석한다.
1984년 출간 즉시 전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밥 프록터의 위대한 발견’의 최신 개정판이 출시됐다. 이 책은 국내에서 정가의 수십 배가 넘는 38만원에 중고 거래가 될 정도로 위대한 자기계발의 고전으로 꼽힌다. 밥 프록터는 생전 수십 년간 연설가이자 작가, 사업가로 활동했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잠재의식의 힘과 긍정적 사고, 동기부여, 끌어당김의 법칙 등을 가르쳐왔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잠재의식을 연구한 끝에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주파수를 만들고, ‘생각’의 에너지가 어떤 주파수와 만날 때보다 강력한 힘(파동)이 발생한다는 ‘진동의 법칙’을 밝혀냈다. 이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비록 2022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겨놓은 선물은 여전히 이 세상에서 글과 말로 전파되고 있다. 그는 책에서 “우리는 이미 부자로 태어났다”고 강조하며, ‘상상하면 현실이 되는’ 10가지 인생 법칙을 말해준다.
‘화장실 전쟁’은 공중화장실에 반영된 21세기의 이데올로기와 제도, 불평등을 파헤친 책이다. 젠더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해온 알렉산더 데이비스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의 첫 저서다. 저자는 미국 공중화장실의 200년 변천사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해 오늘날을 지배하고 있는 성별 분리의 기원을 추적했다.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설계하고 확대해온 시도들도 탐구한다. 젠더화된 조직 이론을 토대로 실제 사례는 물론 관련 논문과 건축 설계 문서, 연방법원 의견서 등을 총망라했다. 저자는 책에서 젠더 이데올로기는 제도적으로 성취된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평등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들은 계급 질서를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고, 젠더화된 조직과 불평등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특권과 제약을 넘나들며 기존의 관행에 도전하기도 했다. 화장실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은 젠더를 필연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유연한 사고와 포용성은 비단 화장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빠듯한 일상생활에서 돈과 시간을 아껴 여행하자는 ‘짠내투어’를 들고나와 히트한 신익수 매일경제 여행전문기자. 그가 이번에는 15년 차 여행전문기자 경험을 총망라해 여행 서적 ‘1초 여행 꿀팁’을 내놨다. 이 책은 여행하다 고민이 되고 ‘호갱(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이 될 것 같은 싸한 느낌이 드는 순간, 상황별로 써먹을 수 있는 팁들을 모은 ‘여행의 정석’이다.
외워두고 써먹어야 할 알짜배기 실전 팁들만 꾹꾹 눌러 담았다. 화려한 사진은 없다. 마음 짠한 감상도 없다. 오로지 예약부터 출국, 기내, 해외에서까지 알면 돈 되고 모르면 안 되는 100개 이상의 비법으로 꽉 차 있다. 파트2의 ‘여행사 직원만 쓴다. 반값 티케팅 실전 비법’이나, ‘승무원이 무조건 찜하는 기내 좌석’ 등 해외여행 시 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실질적인 팁들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곰이 습격하는 것과 같은 곤경에 빠진 이미지를 본 후 놀람 반응이 강렬하게 나타난다. 반면 사이코패스는 강화된 놀람 반응에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신경생물학적으로 이러한 차이는 그들의 양심 결핍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들은 ‘양심’을 자주 언급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양심을 두루뭉술한 추상적 용어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으로서 어떻게 설명해 낼 수 있을까. 신경철학자 패트리샤 처칠랜드가 쓴 책 ‘양심’은 인간의 도덕성인 감정의 기원을 철학이 아닌 뇌신경과학 차원에서 살펴본다. 책은 인간의 도덕성과 관련된 철학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살핀다. 과학과 철학의 연결을 시도한 것이다. 저자는 인간을 도덕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뇌의 보상시스템과 도덕적 분자인 ‘옥시토신’에서 찾는다. 책은 도덕성에 대한 뇌신경과학적 접근법과 관련한 강력한 논거를 제공하되, 각종 사례를 들어 풀어낸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양심이라는 개념을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규명해 내고 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