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일’이란 무엇일까. 단지 월급통장을 채우려 퇴근시간만 기다리기엔 우리의 삶이 아깝다. 도대체 ‘이상적인 일’이란 무엇일까. 세계적 마케팅 구루로 통하는 세스 고딘은 신간 <의미의 시대>에서 이에 답한다.
그는 먼저 90개국 1만 명의 직장인에게 물었다. ‘최고의 일자리 조건, 혹은 최고의 일자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는 설문이었다. 응답자 다수의 대답은 일터의 ‘보수’나 ‘복지’가 아니었다. 1위는 ‘성취 경험’이었다. 2위는 독립적 업무 환경, 3위는 중요한 걸 만들어내는 팀, 4위는 존중하는 사내 분위기였다. 이것은 뭘 의미할까.
노동자의 월급을, 그들이 포기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값싼 보상’으로만 여기지 말라고,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끄는 기업이 발전한다고 책은 말한다. 왜 그런가. 세스 고딘에 따르면, 노동자는 임금 인상보다 그들 개개인이 느끼는 최후의 존엄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회사에서 인격적 요소가 사라질 때 사람들은 존엄을 빼앗긴다. 존엄하지 않다는 건 결국 자신의 헌신이 무가치하게 평가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회사는 타사와의 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책은 주장한다. ‘열정을 따르는 것은 사치다. 열정은 변덕스러운 자석이다. 그러나 가치를 따르는 것은 의무다. 가치는 지속적 의미를 선사한다.’
책은 또 하나의 명제를 안겨준다. ‘관리와 리더십은 동의어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리더십은 자발적 참여를 이끌고 리더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동기다. 이전에 없던 ‘무엇’을 상상하는 리더의 여정엔 직원들이 스스로 동참한다. 그러나 리더가 아닌 관리자는 자발적 참여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관리자는 노동자를 ‘회사의 배경음악’에 머물게 한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크고 작은 모차르트가 되도록 이끈다.
또 리더를 추구하는 경영자는 직원과 결과물을 공유해야 한다.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은 ‘나만의 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배’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지시에 머물러선 안 되며, 결과를 함께 공유할 때 관리자의 위치를 넘어선다. 조직원을 ‘회사와 함께 존재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그는 패배와 위축으로 점철된 시대를 헤쳐나갈 해법을 ‘의미’에서 찾았다. 꿀벌의 여정을 인간의 여정에 비유하면서 수익은 일의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벌집의 목적은 꿀벌의 보금자리이며 꿀은 건강한 벌집의 부산물이듯, 일의 목적은 의미를 찾는 것이며 이를 이루었을 때 결과와 수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의미를 찾기 위해 조직원들은 주어진 일만 빠르게 완수하던 워커(worker)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내는 플레이어(player)가 돼야 하며, 조직원들이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저 감시할 것인가, 의미를 창조할 것인가.’ 책은 묻고 있다.
고베에 애정을 가진 ‘이진(異人)’의 눈으로 골목골목을 탐방하여 산문과 하이쿠로 기록했다. 인문학적 관찰과 탐방으로 도시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방인으로서 체득하기 어려웠던 일본의 전통음률인 하이쿠로 그 감흥을 적었다.
한때는 동양 최대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고베는 이방인, ‘이진’에게는 낯설지만, 개방적인 도시다. 이방인이었던 작가에게도 이런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이방인의 호기심은 인문학적 관찰과 탐방으로 이어져 문화에 대한 이해로 깊어졌다. 2018년 가을부터 2021년 초겨울까지 도시 곳곳으로 수천의 길을 달리고 수백의 마을을 방문했다. 여정의 수많은 풍경과 이야기는 쌓여 계절별로 25편씩 총 100편이 됐다. 인상적인 풍경은 사진으로, 감흥은 일본 정형시 하이쿠로 남겼다. 소개와 감상의 글을 더해 고베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했다.
철 따라 여정의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소개와 감상의 글을 더해 <고베의 명랑>을 완성했다. 외교관으로 네 번의 가을을 보내는 동안 고베에 정이 들었던 작가는 고베다운 풍경들이 계속 남길 바라는 마음과 이 책이 고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1994년 외교관이 된 이후, 중국, 이탈리아, 일본, 대만 등에서 근무했다.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장, 동북아2과장, 주후쿠오카부총영사, 주타이베이부대표, 주고베총영사(2018년 10월∼2021년 12월),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정책관 등을 역임했으며, 2023년 주파키스탄대사로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의 기능과 형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바깥 공간에서 이루어지던 많은 행위가 집으로 대체되면서 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한 단계 진화했다.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운 근무 형태로 자리잡으며 집은 사무의 공간이 됐다. 거실의 형태는 어떠한가. 거실은 커다란 TV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데서 나아가 가운데 넓은 테이블을 두어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턴테이블이나 커피장을 두어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의 집은 나의 일상과 나의 생각, 나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착착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킹덤> 김은희 작가의 ‘풍년빌라’를 건축하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역사관과 대흥사 유선여관의 리노베이션을 맡는 등 다양한 공간을 연출, 설계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건축가 김대균 소장은 이 책에서 집에 대한 다양한 단상을 살피고, 지금껏 당연하게만 여겼던 집이라는 공간이 정말로 무엇인지, 또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낸다.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완성한 집, 자신의 온기와 취향으로 가득 채운 집은 무엇인지 탐구하며, 우리 선조들에게 집이란 무엇이었는지, 또 이를 통해 우리의 집은 그동안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왔는지, 또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고 논한다. 현시대 가장 주목받는 건축가 김대균의 공간에 대한 48가지 단상은 건축가 김대균이 건축을 하면서 느낀 집에 대한 놀라움과 애정이면서 사소한 사용법을 소개한다.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집의 내면을 함께할 수 없는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했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