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NO’. 빨간 글씨의 시위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 것보다, ‘스니커즈’를 신는 게 정치적으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과거 스티브 잡스의 혁신적인 발표 퍼포먼스의 8할은 ‘뉴발란스 992’가 차지했다.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는 상원의원 시절 종종 정장 재킷까지 차려입고선 ‘올스타 컨버스’를 신고 회의에 참석했다. 자유분방하거나 소탈한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반스…. 스니커즈를 대표하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수렵 채집 시대에 신발은 사냥으로 구한 동물의 가죽과 식물을 엮어 만드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양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특정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됐다.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을까>의 저자는 스니커즈가 지나온 역사적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어떻게 사람들을 매료했는지 이 책에 담았다. 신발은 수렵·채집 시대 양발을 보호하던 역할을 넘어 특정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됐다. 22년간 중국, 베트남에서 글로벌 스니커즈 브랜드 수출을 맡아온 저자는 스니커즈가 지나온 우리 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들려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초의 신발 형태인 샌들부터 고무 발견 이후 스니커즈가 인류 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와 힙합과 재즈, 스포츠 문화와 얽히게 된 사연, 나이키를 비롯한 스니커즈 브랜드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등 스니커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스니커즈의 연대기를 살피며 이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들을 조명한다. 19세기 고무의 발견과 캔버스 소재의 발달은 한때 귀족층만 소유했던 ‘불평등한 신발의 역사’를 무너뜨린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는 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스니커즈의 특징을 5개로 분류한다. 스니커즈는 100여 개 브랜드들이 소멸과 재탄생을 거듭해온 ‘다양성’과 특정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확장할 수 있는 ‘개방성’, 여러 문화를 수용해 온 ‘포용성’을 지녔다. 더불어 앞장서서 첨단 과학 기술을 제품에 녹여낸 데 이어 누구나 저렴하게 구입해 평등하게 신을 수 있는 ‘인간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 신발 시장에서 스니커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저자는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스니커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디든 부담 없이 편하게 신고 나가는 도구가 스니커즈다. 반대로 나를 드러내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스니커즈가 신발 자체를 넘어 특정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템이 된 이유는 세련된 디자인 때문은 아니다. 힙합과 재즈라는 당시 거리의 아티스트들이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었고 이후 대중문화의 상징이 됐다.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또 하나는 스니커즈가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는 것이다. 저자는 1990년대 초까지 나이키를 비롯한 세계의 유수 브랜드가 부산에서 스니커즈를 제작한 것을 주목했다. 당시 정부에서 수출 대표 업종 중 하나로 신발 제조 산업을 지정할 정도로 스니커즈는 한국의 수출 역군이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우리는 기기에 연결되고 주위와 차단된다. 자기 성찰보다 자신에게만 몰두하고, 화면을 밝히지만 눈에는 총기가 없으며, 첨단 기술을 즐기지만 건강은 형편없다.” 저자인 중독전문가 니컬러스 카다라스는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인류는 퇴보했다고 주장한다.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지난 100여 년간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따른 파괴적 몰입의 폐해는 간과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화면 중독에 초점을 맞춘다. 화면은 컴퓨터, TV, 스마트폰 등을 아우른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우울증 역시 신경화학적 불균형보다는 단절된 삶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내하고 역경을 극복하는 등의 기본적인 삶의 기술을 배우지 못하고 즉각적인 만족만을 찾는 상태로부터의 이탈’을 강조한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유일의 부고 전문 기자다. 풀타임 부고 기자로 매일 2~3시간씩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는 것이 제임스 R·해거티의 주요 업무다. 저자가 쓴 800여 명의 부고에는 흥미로운 삶을 살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많다.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일을 하며 그는 오히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부고는 저자에 따르면 ‘내 인생의 이야기’다. 이 글은 2가지 방식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는 영화배우, 운동선수, 거물 정치인, 기업 최고경영자 등 1% 유명인의 경우다. 두 번째는 나머지 99%의 경우다. 이런 부고는 그의 삶을 온전히 알려주지 못한다. 저자는 “부고를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낙관적이라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품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평범한 삶도 부고를 쓸 자격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답한다. “문제는 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가 아니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위대한 연구’라는 뜻을 가진 탈무드는 총 250만 단어, 75㎏ 분량으로 5000년 유대인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수천 년 동안 척박한 환경을 헤치며 살아간 유대인들의 생존 지혜를 고스란히 담았다. 주목할 점은 랍비 등과 같은 현자들이 대부분 생업을 유지하면서 일상 문제를 고민하고 탈무드의 지혜를 탐구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탈무드는 고대 철학처럼 추상적이지 않으며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노암 촘스키 MIT 교수 등 IT·금융·문화 소프트파워를 좌지우지하는 인재를 배출해낸 저력은 바로 유대인의 현실 감각과 사고 능력에서 나왔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난제에 대해서도 탈무드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권의 주류 관련 서적을 쓰고 관련 유튜브를 2년째 진행 중인 방송기자, 자타칭 ‘술꾼 기자’인 저자가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를 찾았다. 책은 스코틀랜드 증류소의 절반가량이 밀집해 ‘스카치의 심장’으로 불리는 스페이사이드,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스키 성지’로 소개해 입소문이 난 아일라(섬) 소재 위스키 증류소 26곳을 순례한 기록이다. 저술의 바탕이 된 지난해 두 달간의 스코틀랜드 여행에 대해 저자는 “대서양이나 태평양 같은 위스키의 세계에서 모래 한 줌을 쥐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낮추었지만 그의 순례는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한국판 스카치 위스키 백과사전으로 열매를 맺었다.
책에서 만나는 증류소 장인들의 면모는 스카치 위스키의 세계적 명성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음을 실감케 한다. 고색창연한 스코틀랜드 증류소, 아기자기한 스코틀랜드 자연 풍광을 찍은 풍부한 사진도 볼거리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