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 SUV시장은 베스트셀링카 수위를 가르는 시금석이다. 2024년 11월(12월 현재)까지 집계된 국산 승용차 판매량 순위에서 기아의 ‘쏘렌토’와 현대차의 ‘싼타페’가 1, 2위에 오른 것만 봐도 가늠할 수 있다. 사실 국산차 시장은 쏘렌토와 싼타페가 양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늘 엎치락뒤치락이다. 그런 사이 소비자가 중형 SUV를 선택하는 기준도 높아졌다. 주행 성능, 선택사양, 공간, 연비, 가격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패밀리카로 낙점한다. 물론 얼마나 팔렸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그런데 2024년의 차 시장은 좀 다르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경향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쏘렌토와 싼타페의 싸움은 여전하지만 두 골리앗의 싸움에 새롭게 등장한 다윗의 도전장이 만만치 않다. 르노가 선보인 ‘그랑 콜레오스’ 얘기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에 올라 서울 도심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왕복 400여㎞를 주행했다. 지난 11월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3위에 오른 이유가 명확했다.
두 강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건 웬만해선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차, 지난해 9월 9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출고를 시작한 지 두 달(9~11월)여 만에 누적 판매량 1만591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중형 하이브리드 SUV 시장 점유율 30.7%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유가 뭘까. 우선 생김새부터 이채롭다. 장독대 묵은지처럼 오래된 ‘QM6’와는 전혀 다른 품이다. 세련된 라디에이터그릴부터 안정적인 측면 실루엣까지 새롭지 않은 게 없다. 인테리어도 강점 중 하나. 동급 최대 수준이라는 2820㎜의 휠베이스가 기반이 된 공간은 생각보다 꽤 넓다. 2열 레크룸이 320㎜, 1, 2열 헤드룸은 927㎜나 된다. 트렁크 공간에는 633ℓ의 짐을 실을 수 있는데, 덕분에 1열이나 2열 모두 장거리 운행이 두렵지 않다. 르노 측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Born in France Made in Korea’. 프랑스에서 태어나 부산공장에서 생산된다.
파워트레인은 출력 100㎾의 전기모터, 발전 기능을 겸하는 고전압 스타트 모터(출력 60㎾)가 조합된 듀얼 모터시스템과 가솔린 1.5ℓ 터보 엔진이 결합된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했다. 나열하니 좀 복잡하긴 한데, 주행 성능은 나쁘지 않다. 고속도로에선 흔들림 없이 빠르게 차고 나가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도 내부에 별다른 소음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고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연비가 혜자롭다. 공인 복합연비는 15.7㎞/ℓ. 도심에선 15.7㎞/ℓ,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기능을 활성화하고 주행한 고속도로 구간에선 17.1㎞/ℓ까지 올라갔다.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 기능이다. 출시 전부터 주목받았던 동승석 디스플레이는 꽤 유용했다. 몇몇 수입차 모델이 이미 도입했지만 국내 브랜드에선 처음 적용된 기능이다. 12.3인치 스크린으로 OTT 영화 감상, 음악 스트리밍, 웨일 브라우저를 통한 유튜브, SNS 이용 등이 가능한데, 운전석에선 이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가격은 3777만~4352만원이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