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리즈는 BMW의 플래그십 스포츠카다. 1989년에 태어나 1999년에 생산이 중단된 후 20년 만인 2019년에 부활한 럭셔리 대형 쿠페다. ‘뉴 M850i xDrive 그란 쿠페(이하 그란 쿠페)’는 2세대 뉴 8시리즈의 스포티한 감각에 고성능 브랜드 M의 주행성능을 더했다. 그러니 힘이면 힘, 속도면 속도,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스포츠카였던 모델의 성능을 높일 대로 높여놨으니 말해 뭐 할까. 그란 쿠페에 올라 도심과 고속도로 약 200여㎞를 주행했다. 으르렁대며 튀어나가는 품이 우람했다.
이 차, 꽤 크다. 전장이 5080㎜나 된다. 쉽게 말해 팰리세이드(4995㎜)보다 길고 카니발(5155㎜)보다 단 75㎜ 짧다. BMW의 플래그십이란게 실감나는 덩치. 그런데 차체는 낮다. 여타 세단을 생각하고 방지턱을 넘다간 아차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속도로에선 빠르게, 도심에선 천천히 운행해야 제 성능 그대로를 즐길 수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 아니던가. 4도어에 너른 실내까지 패밀리카로도 손색없지만 시동버튼을 누르면 내처 달리고 싶은 속내가 고스란히 스티어링휠로 전해진다.
이러한 본성은 BMW의 새로운 키드니 그릴이 장착된 전면 디자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새 라디에이터 그릴은 프레임 안쪽에 U자형 바가 배치돼 고급스럽고, BMW 레이저 라이트가 탑재된 얇은 헤드램프와 새로운 디자인의 에어 인테이크 인레이를 적용한 전면 범퍼가 더해져 꽤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M 전용으로 디자인된 사이드미러나 곳곳에 배치된 M배지도 볼거리. 여기에 단정한 스티치로 마감된 메리노 가죽과 크리스털 기어봉이 돋보이는 실내는 그야말로 깔끔하다.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덕분에 시야도 탁 트였다. 굳이 스포츠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2열의 착좌감도 여느 세단 못지않다.
그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인 제로백은 어떨까. 단 3.9초면 속도계에 100㎞/h가 선명하게 찍힌다. 최고출력 530마력의 4.4ℓ V8 M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여기에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변속기와 BMW xDrive 시스템이 더해져 M의 위용을 자랑한다. 속도를 올려도 실내 사운드가 또렷한 건 바워스 앤 윌킨스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덕분이다. 장거리 운행 시 없어선 안 될 시스템이다. 우렁찬 엔진음이 실내로 전해지지 않냐고? 과거엔 그런 스포츠카도 있었다던데…. 복합연비는 7.7㎞/ℓ. 실제 고속도로에선 8.5㎞/ℓ, 도심 도로에선 7㎞/ℓ가 찍혔다. 가격은 1억3910만원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