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차(商用車)는 상업적 용도를 위해 사용되는 영업용 차량이다. 국산 상용차 시장의 스타는 단연 현대차의 ‘포터2’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집계를 살펴보면 지난해에만 7만3426대가 판매됐다. 전기차 모델인 ‘포터2 일렉트릭’(2만5806대)의 판매량을 더하면 무려 10만대(9만9232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국산 승용차 판매량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지난해 국산 승용차 1위는 현대차의 그랜저(11만4298대), 2위는 기아의 쏘렌토(8만4410대), 3위는 기아의 카니발(7만833대)이 차지했다.
포터2의 판매량을 승용차 부문에 대입하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리고 최근 부동의 1위 ‘포터2’에 도전장을 내민 EV상용차가 등장했다. 과연 후발주자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우선 현대차가 공개한 새로운 전동화 상용 플랫폼 ‘ST1(Service Type1)’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미디어 설명회를 열고 ST1의 첫 모델인 카고와 카고 냉동의 출시를 알렸다. 언뜻 자사의 베스트셀링카 ‘포터2’의 경쟁모델을 출시한 것 아닌가 싶은데, 설명회 현장에서 김우석 현대차 국내상품운영2팀 팀장은 “ST1과 포터는 전혀 다른 제품”이라며 “(전기상용차인)포터EV의 단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샤시캡(Chassis-Cab)을 기반으로 한 ST1은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형태로 확장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샤시(차량의 뼈대)와 캡(운전석)만으로 구성된 차량이다. 캡 뒤쪽의 적재함은 쓰임새에 따라 개조할 수 있다. 카고, 카고 냉동 등이 주요 라인업인데,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캠핑카는 물론 바이크 충전차, 이동식 스마트팜, 애완동물 케어숍 등 다채로운 특장 모델로 변환이 가능하다. 현대차 측은 “하드웨어에 더해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했다”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진화하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현대차 PBV 디벨롭먼트실 상무는 “CJ대한통운, 롯데그룹, 한진택배, 이케아, 컬리 등 유통기업과 개발 초기부터 긴밀하게 협업했다”며 “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ST1에 처음으로 데이터 오픈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차량 관제 시스템과 카고 냉동에 특화한 온도기록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뉘는데, 위치, 속도, 시동 상태, 배터리 충전량 등 실시간 차량 운행 정보를 고객사의 시스템으로 전송한다. 고객사 입장에선 차문 잠금 등 기본적인 차량의 상태까지 원격으로 제어하며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카고 냉동 드라이버 앱으로 제품 배송 구간별 온도와 냉동기 상태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 ST1의 기본인 샤시캡 모델에는 플러그 앤 플레이 기능도 탑재됐다. 고객사는 이 기능으로 ST1 내외부에 별도 커넥터를 구성해 차량의 전원이나 통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먼저 공개된 카고와 카고 냉동은 모두 76.1kWh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카고가 317㎞, 카고 냉동이 298㎞. 초급속 충전 시스템(350kW)으로 단 2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차량의 전고가 2230㎜로 낮아 높이 2300㎜ 미만의 지하주차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 적재고(495㎜)와 스텝고(380㎜)도 기존 트럭보다 현저히 낮아져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하다. 카고 내부의 높이도 1700㎜나 돼 몸을 크게 숙이거나 구부리지 않아도 상하차 작업이 가능하다. 안정성 면에서도 포터2와는 다른 세미 보닛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돼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엔진룸 위에 캡(탑승 공간)이 자리한 캡오버 형태의 포터2에 비해 엔진룸이 앞쪽에 있어 보닛이 돌출된 세미 보닛 형태는 전면 충돌 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전면과 후면 범퍼 등 긁힘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에는 프로텍터가 덧씌워졌다. 상용차의 단점으로 지적되곤 하던 승차감과 소음 문제도 개선했다. ST1 카고와 카고 내동 전륜에는 강성이 높은 서브프레임 멤버가 적용됐고,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흡음재가 장착됐다. 1열 도어의 유리는 이중접합 차음 유리다. 실내에는 전자식 변속 버튼을 비롯해 12.3인치 컬러 LCD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전용 내비게이션이 탑재됐다. 클라우드 기반의 내비게이션으로는 주변 전기차 충전소, 도착 예상 배터리 잔량, 주행 가능 거리 등 운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OTA(차량 시스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도 탑재돼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카고의 가격은 5980만~6360만원, 카고 냉동은 6815만~7195만원이다.
트럭은 아니지만 KG모빌리티의 ‘더 뉴 토레스 밴(VAN)’도 물류와 배송이 가능한 모델이다. 지난 2022년 7월 정통 SUV를 콘셉트로 출시된 ‘토레스’는 출시 1년여 만에 최단기간 누적 판매 5만대를 기록한 KGM의 효자 모델. 더 뉴 토레스는 고객의 선호도가 높은 편의·안전사양을 반영하고 모던한 실내 디자인을 도입해 상품성을 높였다. 특히 더 뉴 토레스 밴은 트렁크 공간을 최적화해 캠핑 등 야외활동과 배송 등에 어울리는 2인승 SUV다. 최대 1462ℓ의 적재 공간에 최대 중량 300㎏을 실을 수 있다. 소형 화물차로 분류돼 사업자 부가세 10% 환급과 교육세 면제,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원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가격은 2666만~3042만원이다.
KGM 측은 토레스 EVX를 개조한 밴 차량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간 활용성은 더 뉴 토레스 밴과 비슷할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중형 EV밴은 전무하다”며 “토레스 EVX 밴이 출시되면 유일한 선택지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가 하면 GS글로벌이 전개하는 중국 완성차 브랜드 비야디(BYD)의 1톤 전기트럭 ‘T4K’도 올 2분기에 냉동 탑차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GS글로벌이 판매하는 두 번째 전기 상용차로 BYD의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GS글로벌은 T4K 판매 확장을 위해 BYD 전용 정비소를 확보하고, 3S(세일즈·서비스·스페어) 사업장을 구축했다. GS글로벌이 운영하는 GS오토오아시스, 자일자동차 등 협력 정비소를 통해서도 정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5호 (2024년 6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