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는 차’란 이미지는 구시대의 편견이다. 설마 아직도 그런 생각이라면 직접 타보는 수밖에 없다. 사실은… 그랬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진화하고 거듭났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앞서 나열한 편견을 떨치기란 쉽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링컨은 크고 편한 차다. 준대형 SUV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링컨 라인업의 허리를 담당하는 ‘에비에이터’는 꽤 적절한 선택지다. 외관과 실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자리한 것 없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데, 마치 프리미엄 브랜드란 이런 것이라는 듯 시트부터 휠, 스티어링휠, 로고 하나까지 선명하고 짱짱하다. 제트 패키지는 에비에이터의 기본 트림인 리저브에 블랙 악센트를 더한 한정판 차량이다. 단 200대만 판매될 예정인데, 첫인상부터 호감형이다. 물론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겠지만….
나를 위한 휴식처
우선 첫인상은, 크다. 좀 더 살을 붙이면 우람하다. 어느 곳 하나 각진 데가 없어 날카롭다기보단 친근하다. 실제 크기(길이 5065㎜×너비 2020㎜×높이 1760㎜)는 기아의 전기차 ‘EV9’에 버금간다. 하지만 그보단 작아 보인다. 어쩌면 외관 디자인에 직선보다 곡선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트 패키지의 특징은 블랙이다. 22인치 블랙 휠과 그릴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흰색과 함께 검은색이 왜 럭셔리를 상징하는지, 외모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내로 들어서면 30가지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퍼펙트 포지셔닝 가죽 시트가 썩 마음에 든다. 항공기의 동적인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어도 밀착력이 남다르다. 주행 중 도로 상황에 따라 몸을 지탱해주는 느낌까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은 조용한 실내에 또렷한 음색을 들려준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면 외부 소음이 살짝거슬리지만 지적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버튼 타입의 전자식 변속기가 센터패시아 대시보드에 자리했는데, 어딘지 모르게 완고한 듯 생경하지만 불편하진 않다. 변속기가 앞쪽에 자리한 덕에 센터터널에는 넉넉한 수납공간이생겼다. 그 뒤로도 넓은 콘솔박스가 마련돼 있다.
프리미엄 SUV에서 가성비를 찾게 될 줄이야
파워트레인은 V6 3.0ℓ 트윈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덕분에 언덕길에서도 부드럽게 변속한다. 구불한 오르막에서도 별반 힘들이지 않고 속도를 높인다. 긴급 자동 제동을 포함한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부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보, 차로 유지장치, 충돌 회피 조향, 오토 하이빔,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360도 카메라, 자동 주차 보조 등 능동형 안전사양이 탑재됐는데, 앞차의 급작스런 차선 변경에도 여유롭게 반응했다.
7인승인 제트 패키지의 2열 시트는 앞뒤 조절이 가능하다. 센터콘솔 뒤쪽의 작은 디스플레이로 오디오와 공조, 2열 시트의 열선과 통풍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가격은 9465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여기서 잠깐, 1억원대 럭셔리 SUV에서 볼 수 있는 소재와 성능, 단단한 주행 퍼포먼스까지, 어쩌면 이런 걸 가성비라 불러도 되는 걸까. 글쎄….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