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46.6% 증가한 357억달러(약 45조2000억원)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록인 2014년 상반기 수출액 252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자동차와 부품 수출액이 역대 최초로 8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출 호조와 함께 내수 판매량(89만3737대)도 10.7%나 늘었다. 당연히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기업의 국내 공장도 쉬지 않고 돌아갔다.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어난 219만7687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수출 호조가 가장 큰 버팀목이 됐다. 올 상반기 친환경차 수출액은 1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4%나 늘었다.
내수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29.6%(26만4249대)나 됐다. 팔려나간 차 3대 중 1대가 친환경차였던 셈이다. 그중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국내 시장에 판매된 친환경차 중 66.9%(17만6699대)가 하이브리드였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 중 하이브리드차의 비율은 지난 2020년 13.1%를 넘어선 이후 2021년 26.6%, 2022년 26.2%를 기록했다. 수입차 4대 중 1대가 하이브리드였던 셈이다. 올 상반기에는 비중이 좀 더 높아졌다. 총 판매량 13만689대 중 하이브리드가 4만1459대로 집계됐다. 무려 31.7%의 비중이다. 여기서 잠깐. 과연 한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올 상반기 베스트셀링카는 단연 ‘그랜저’였다. 현대차의 대표 세단이자 국민차 타이틀을 보유한 그랜저는 올 상반기 신차등록 순위 1위에 오르며 판매량 6만 대를 손쉽게 뛰어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내연기관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많이 팔렸다는 것. 반기 기준 ‘그랜저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내연기관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 내수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는 3만3056대가 팔리며 52.5%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랜저는 2018년 6세대(IG) 출시 당시 하이브리드 비중이 21.7%였지만 지난해 11월 7세대 신형 모델(GN7)이 출시되며 올 상반기에 50% 선을 넘어섰다. 업계에선 주문 후 출고 대기 기간이 짧은 점도 그랜드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얘기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7월 기준으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예상 출고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며 “아반떼나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10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그랜저와 동급세단이자 동일한 엔진을 쓰는 기아의 ‘K8’도 올 상반기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63.6%나 됐다. 7월 기준 K8 하이브리드의 출고기간은 2개월이다.
그런가 하면 올 상반기에 현대차그룹 차종 중 그랜저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쏘렌토(2만3496대), 스포티지(1만6030대), K8(1만5999대), 투싼(1만66대), 싼타페(9435대), 니로(8313대), K5(5634대), 코나(4952대), 아반떼(4901대), 쏘나타(2314대) 순으로 집계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새롭게 등록된 하이브리드차는 총 15만1108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9%나 뛰어 올랐다. 반면 전기차의 상승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7%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새롭게 출시된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의 ‘니로EV’의 경우 지난 6월에만 각각 500여 대가 판매됐다. 신차 출시 효과가 아쉬운 상황이다. 올 상반기 국산·수입 베스트셀링카 순위에 순수전기차 모델이 단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도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배터리 충전 필요 없는 ‘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갖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선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하고 시동을 걸 때나 저속으로 주행할 땐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급가속이나 경사로처럼 큰 힘이 필요할 때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기도 한다. 배터리는 내리막이나 급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충전된다. 국내 시장에 주력으로 출시되는 하이브리드차는 대부분 풀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본은 엔진, 모터는 보조할 뿐. ‘마일드 하이브리드’
이 방식은 저전력 시스템과 소형 전기모터로 엔진의 역할을 보조한다. 즉 전기모터의 힘만으론 주행할 수 없고 시동을 걸 때나 서스펜션의 동작, 다양한 전장 부품을 작동할 때 엔진의 부담을 덜어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다른 방식에 비해 부품이나 구조가 단순하다. 배출가스 규제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우선 도입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만큼 연비 개선이나 배출가스 감소 효과가 낮지만 부드러운 주행환경 개선에는 기여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배터리를 직접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방식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순수전기차와 가장 비슷한 충전방식을 갖췄다. 내연기관에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장착된 건 하이브리드와 같지만 풀 하이브리드 방식보다 용량이 큰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 모드만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또 전기차처럼 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전기 모드의 주행거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안전성 여부다. 전기차의 경우 잊을 만하면 터지는 배터리 화재를 비롯해 침수 시 합선 위험이 있다고 알려지며 여전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전기차를 선택하기 전 하이브리드로 방향을 트는 이유다. 한 수입차 딜러사 임원은 “미래차의 방향이 전기차인 건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느 시장이든 변화 이전에 과도기가 존재한다”며 “하이브리드는 전기차로 가기 전 단계에 적절한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내연기관차에 비해 유지비가 덜 든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구동한다. 주행상황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를 적절히 분배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연료 소모와 배출가스를 최소화했다. 구동방식과 구조에 따라 ‘풀 하이브리드(FHE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나뉘는데 PHEV의 경우 전기 모드로만 50㎞ 이상 주행할 수도 있다. 전기차에 비해 충전의 부담도 덜해 편의성도 높다. 내연기관을 함께 사용하니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여기에 세금혜택도 짭짤하다. 일례로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며 내연기관 차량은 세 부담이 늘었지만 친환경자동차는 내년 12월까지 개소세 100% 감면 조치가 유지된다. 감면 한도는 하이브리드차 100만원, 전기차 300만원, 수소차 400만원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매 가격이 비싸다는걸 감안해야 한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이 추가되며 생산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돼 수리비용도 더 많이 든다. 구입 전 예산책정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중 하나는 르노코리아의 ‘XM3 E-TECH 하이브리드’다.
공인연비가 17.4㎞/ℓ나 되는 소형 SUV다. 용량이 50ℓ인 연료탱크를 꽉 채웠다고 가정하고 공인연비를 대입하면 한 번 주유로 무려 870㎞를 주행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선 1000㎞도 거뜬하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높은 연비의 견인차는 전기모터다. 이 차에는 1.6ℓ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됐다. 내연기관 엔진을 대신하는 구동 전기모터(36㎾/205Nm)와 발전 기능을 겸하는 고전압보조모터(15㎾/50Nm)로 구성된 듀얼 모터 시스템이다. 보조모터는 주행 중 알뜰하게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에너지가 다시 구동모터로 보내져 주행에 사용된다. 시속 50㎞ 이하인 도심구간에선 최대 75%까지 전기모터로 주행할 수 있어 고속도로(17.3㎞/ℓ)보다 도심 연비(17.5㎞/ℓ)가 더 높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오로라(AURORA)’라는 이름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오로라 모델은 볼보, 링크앤코 등에 사용되는 길리그룹의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중형 SUV가 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 국내외 시장 출시가 목표다.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선 8월 출시를 앞둔 중형 SUV 싼타페의 완전변경 모델(MX5)과 쏘렌토 부분변경 모델(MQ4 PE)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세대로 진화한 ‘신형 싼타페’는 현대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됐다. 차체 크기가 ‘맥스크루즈’에 버금갈 만큼 커졌다고 알려졌다. 파워트레인은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듀얼클러치(DCT)가 탑재돼 출격이 281마력이나 된다. 출력이 230마력인 1.6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반면 디젤 모델은 트림에서 빠졌다. ‘신형 쏘렌토’는 대형 SUV인 ‘텔루라이드’의 디자인이 일부 반영됐다고 알려졌다. 실내는 ‘EV9’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싼타페와 같다. 하이브리드가 디젤을 대체했다. 해외에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 미니밴 시장의 절대 강자인 기아 ‘카니발’도 올 하반기에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이번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추가된다는 소식이다. 넓은 공간, 합리적인 가격대에 연비까지 장착되는 셈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대전(大戰)이 펼쳐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시장 1위에 오른 BMW는 지난 3월 고성능 브랜드 M의 SAV모델인 ‘뉴 XM’을 출시했다. BMW M이 1978년 출시한 스포츠 쿠페 ‘M1’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M전용 모델이자, M 라인업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지난 6월엔 플래그십 세단 ‘뉴 7시리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뉴 750e xDrive’도 모습을 드러냈다. BMW 트윈파워 터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197마력 전기모터가 결합돼 최고출력 489마력, 제로백 4.8초의 성능을 발휘한다. 22.1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으로 최대 60㎞의 주행이 가능하다. 최근 아우디가 출시한 ‘더 뉴 아우디 A7 55 TFSI e콰트로 프리미엄’은 A7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ℓ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TFSI) 엔진과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 367마력(엔진 252마력, 전기모터 142.76마력)의 힘을 낸다. 7단 S트로닉 자동변속기와 상시 사륜구동 콰트로의 조합으로 부드러운 변속과 안정성이 특징이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15.7㎞/ℓ.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7㎞다.
하이브리드 강자로 손꼽히는 토요타와 렉서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10위였던 판매 순위가 5위로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렉서스는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총 6950대의 차량을 팔았다. 그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6888대로 전체 판매량의 99.1%나 된다. 차종별로는 ‘ES300h’가 4465대로 가장 많았다. ‘NX 350h’ ‘450h+’가 각각 1042대, 594대로 뒤를 이었다. 토요타도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9%(3978대)나 늘었다.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비중이 97.6%나 됐다.
그런가 하면 ‘억’ 소리 나는 슈퍼카 브랜드도 하이브리드 전쟁에 참전하는 모양새다. 올 초 애스턴마틴이 가장 먼저 브랜드 최초로 개발하는 하이브리드카 ‘발할라’를 국내 시장에 공개했다.
1000마력 이상의 출력, 최고 속도 350㎞/h, 제로백 2.5초의 성능을 갖춘 이 차는 현재 엔진 발표, 외관 발표에 이어 실내 디자인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도 첫 슈퍼 스포츠 V12 하이브리드 HPEV ‘레부엘토’를 공개했다. 브랜드의 상징인 V12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가 결합 돼 최대 1015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람보르기니는 레부엘토를 시작으로 오는 2024년까지 모든 라인업의 전동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2028년까지 총 25억유로를 투자하는 람보르기니 역대 최대 프로젝트다.
맥라렌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 ‘아투라’는 국내에서 차량 인도를 시작했다. 신형 3ℓ V6 트윈터보 엔진에 95마력 전기모터가 결합돼 최고속도 330㎞/h, 최고출력 680마력(트윈터보 엔진 585마력, 전기모터 95마력), 제로백 3초, 200㎞/h까지 단 8.3초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갖췄다. 총 용량 7.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팩 5개를 장착해 1회 충전에 최대 31㎞까지 주행할 수 있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