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세대 그랜저가 도로를 달렸으니 무려 한 세대를 훌쩍 넘겼다. 그동안 차량은 7세대로 진화했고 차명은 성공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니까 1980년대의 그랜저는 온 동네 사람들의 로망이었다. 수입차가 몇 안 되던 시기, 로얄살롱보다, 포텐샤보다, 오피러스보다 그랜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만큼 1세대 각(角)그랜저는 모양새부터 특별하고 럭셔리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각은 무뎌지고 매끈한 곡선이 차체를 휘감았지만 프리미엄은 여전했다. 비록 더 크고 럭셔리한 모델이 등장하며 플래그십 세단의 지위는 희미해졌지만, “이 정도면 성공했다”는 공식 아닌 공식은 아버지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이어지며 오히려 소비의 범위를 넓혔다.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3.5 GDI 가솔린)’에 올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의정부까지 왕복 100㎞ 구간을 시승했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빠른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이 차, 보기보다 크고 당차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전장(5035㎜)은 45㎜ 길어졌고, 휠베이스(2895㎜)는 10㎜ 늘었다. 기아의 ‘K8’이나 제네시스의 ‘G80’보다 큰 수치다. 전면부의 첫인상은 눈에 익은 단색화처럼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다.
이건 순전히 ‘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LED 램프’ 때문인데, 현대차의 디자인은 이제 한 줄로 간다는 듯, ‘스타리아’ 이후 일관되게 선보인 나름의 패밀리룩이 이번에도 적용됐다. 그랜저XG가 떠오르는 프레임리스 도어(도어 창에 프레임이 없는 구조)는 뭐랄까,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디자인이어서인지 특이하고 고급스럽게 다가왔다.
실내는 좀 더 단아하다.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계기반)와 내비게이션이 일체형으로 조합된 디스플레이가 위에, 그 아래에는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컨트롤러가 자리해 시선처리가 비교적 안정적이다. T자형 스티어링휠이 이색적인데, 변속 레버가 스티어링휠 뒤쪽에 자리해 익숙해지는 데 나름의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중앙의 콘솔부는 수납공간이 늘며 훨씬 여유로워졌다. 한국적 패턴을 가미한 나파 퀼팅과 가죽 소재로 마감한 좌석도 이전보다 커지고 부드러워졌다.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는 내연기관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됐다. 향후엔 순수전기차로도 변신이 예고돼 있다. 시승차는 3.5 GDI 가솔린 차량. 과연 친환경 차량이 대세가 된 시기에 가솔린 신차가 얼마나 진일보할 수 있을까. 시동 버튼을 누르자 살짝 그르릉거린다. 그런데 이 차, 조용하다. 아직은 내연기관이 주류라는 듯 부드러운 주행감도 전기차의 그것을 닮았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를 처음 탑재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카페이와 연계해 세계 최초로 실물 하이패스 카드 없이 유료도로 통행료 결제가 가능한 ‘e hi-pass(하이패스)’도 적용됐다. 별도의 블랙박스가 필요 없는 ‘빌트인 캠2’나 스마트폰으로 잠금 해제가 가능한 ‘디지털키2’,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도 신통방통한 기능이다.
가격은 가솔린 3716만원, 하이브리드 4376만원, LPG 3863만원부터 시작된다.
안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