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팰리세이드’가 나오고 나서 쌍용차가 ‘토레스’를 출시하더니 GM이 프리미엄 픽업·SUV 브랜드 ‘GMC’의 국내 진출을 공식 선언했어요. 안 그래도 SUV가 강세인데 올해는 SUV의 초초강세가 예상됩니다.”
국산차 브랜드 영업점의 한 임원이 전한 국내 차 시장 현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SUV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자동차 통계 사이트 다나와가 집계한 올 1~5월 기준 SUV 신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34만5306대(픽업트럭 포함)나 된다. 전체 65만4015대 중 52.8%를 차지했다. 국산과 수입 완성차 브랜드들이 SUV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여름엔 과연 어떤 SUV가 새롭게 등장했을까. 4개 브랜드, 4대의 신차를 소개한다.
▶재규어 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매끈한 디자인에 폭발적인 주행 성능까지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디자인이다. SUV 투박함(?)은 온데간데없고 그야말로 매끈하다. 어떤 모델이라도 한눈에 레인지로버란 걸 알 수 있는 건 이 브랜드만의 자랑이자 장점이다. 3세대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럭셔리한 디자인에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더했다. 새로운 MLA-Flex(Modular Longitudinal Architecture-Flex) 아키텍처와 최신 섀시 기술을 도입해 안정성과 제어력을 높였고, 랜드로버 차량 중 처음으로 다이내믹 에어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오프로드 크루즈 컨트롤 등 최신 기술을 탑재했다.
우선 첫인상은 짧은 오버행과 스탤스 디자인의 프런트 그릴이 만들어낸 역동성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랜드로버 역사상 가장 슬림해졌다는 디지털 LED 헤드라이트가 더해져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도 담아냈다. 실내는 운전석이 모든 걸 대변한다.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은 조종석에 앉아있는 듯한 콕핏 구조로 새롭게 디자인됐다. 최대 22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 역대 최대 사이즈라는 13.1인치 커브드 플로팅 모니터를 통해 차량 설정과 제어에 나설 수 있다. MLA-Flex 아키텍처 덕분에 기존 모델보다 31㎜ 넓어진 레그룸과 20㎜ 길어진 무릎공간도 장점 중 하나. 최고급 세미 아닐린 가죽이 적용된 시트는 우아한 실내 분위기의 가장 큰 방점이다.
파워트레인은 첨단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 적용된 I6 인제니움 가솔린과 디젤 엔진 중 선택할 수 있다. 3.0ℓ I6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P360 모델은 MHEV 시스템이 적용된 전기 슈퍼차저를 통해 엔진 반응성을 개선해 최고출력 360PS, 최대토크 51㎏.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은 단 6초에 불과하다.
MHEV I6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경량 알루미늄 구조로 설계됐다. 이 엔진을 탑재한 D300 모델은 최고출력 300PS, 최대토크 66.3㎏.m, 제로백 6.6초의 성능을 갖췄다. 2024년엔 랜드로버 전동화 계획인 리이매진(Reimagine) 전략에 따라 순수 전기(BEV)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UX 300e
렉서스가 선보인 첫 순수 전기차
지난해 12월 탄소중립을 위한 전동화 비전인 ‘렉서스 일렉트리파이드’를 선언한 렉서스가 국내 시장에 PHEV, HEV, BEV 모델을 동시에 발표했다. 2006년 국내 시장에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RX 400h’를 출시한 렉서스는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약 98%나 된다. 이번에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NX450h+, 첫 순수 전기차 모델 ‘UX 300e’를 출시하며 이른바 전동화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사실 업계에선 글로벌 완성차들의 전략에 비해 전기차 출시 시기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너무 하이브리드에만 올인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첫 순수 전기차인 ‘UX 300e’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렉서스의 SUV 중 가장 작은 모델인 ‘UX’가 전기차로 변신한 ‘UX 300e’는 배터리를 차량 중앙 하부에 배치해 보다 낮은 무게중심을 실현했다. 배터리 팩에 맞춘 GA-C 플랫폼을 적용해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했고, UX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하면 약 41ℓ나 넓은 305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차량 하단에 장착된 배터리는 주행 중 노면의 소음을 줄여 차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감소시키는 기능도 수행한다.
54.35㎾h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약 233㎞(상온 복합 기준)에 이른다. 충전 시간은 급속 기준 0%에서 75%까지 약 50분, 0%에서 100%까지 약 80분 소요된다. 여기에 배터리 냉난방 시스템과 과충전 방지 시스템, 다중모니터링을 통해 배터리를 관리하고 제동 보조와 충전을 겸하는 회생제동은 최대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내연기관과 비교해 이질감 없는 가·감속을 지원한다.
각종 편의사양도 볼거리. 예방 안전 기술 패키지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 앞좌석 멀티 스테이지 에어백을 포함한 총 10개의 에어백이 탑재됐다.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른 사운드를 제공하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 기능으로 가속음이 없는 전기차의 속성을 보완하며 운전을 즐길 수도 있다. 가격은 5490만원이다.
▶지프, 뉴 컴패스
4년 만에 부분변경된 콤팩트 SUV계의 다크호스
지프는 푸조, 시트로엥, DS와 함께 스텔란티스를 이끄는 중심축이다. SUV를 논할 때 빠지면 허전할 만큼 이름만으로도 마니아층이 확실한 몇 안 되는 브랜드다. 국내 시장에서도 팬덤이 넓어졌다. 지난해엔 1만449대가 판매되며 2019년 이후 2년 만에 수입차 ‘1만 대 클럽’에 재입성했다. 대표 모델인 랭글러와 레니게이드가 각각 3127대와 2708대를 기록하며 판매를 견인했고, 지난해 11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역시 확실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최근 출시된 ‘뉴 컴패스’는 2018년 국내 출시된 2세대 컴패스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지난해 시카고 국제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두루두루 적합한 도심형 SUV로 평가받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2.4ℓ 멀티에어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6단과 9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구동방식은 전륜과 사륜으로 구성됐고, 국내에는 동력계와 편의 사양에 따라 ‘리미티드 2.4 FWD’ ‘리미티드 2.4 AWD’ ‘S 2.4 AWD’ 등 총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변화된 외모와 함께 내장재와 마감이 고급스러워졌다는 것. 엔트리 트림인 리미티드 2.4 FWD부터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앞·뒷좌석 열선 시트, 앞좌석 통풍 시트 등을 기본 장착했다. 최상위 트림인 S 2.4 AWD에는 알루미늄 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고(ACC), 360° 서라운드 뷰 카메라, 셀렉-터레인(Selec-Terrain) 지형 설정 시스템 등을 더했다.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은 “뉴 컴패스는 치열함과 여유를 함께 즐길 줄 아는 MZ세대들을 위한 진정한 도심형(Urban) SUV”라며 “젊은 고객층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해 뉴 컴패스의 진가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트림별로 각각 5140만원, 5440만원, 5640만원이다.
▶쉐보레, 더 넥스트 이쿼녹스
1.5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 장착한 새로운 중형 SUV
올 들어 쉐보레의 SUV 라인업이 확 달라졌다. 소형 SUV ‘트랙스’부터 ‘트레일블레이저’ ‘트래버스’ ‘타호’, 픽업트럭 ‘콜로라도’까지, 어디 하나 만만한 구석이 없다. 여기에 중형 SUV ‘이쿼녹스’의 절치부심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 넥스트 이쿼녹스’는 그러니까 2018년 국내에 출시된 이쿼녹스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사실 당시 이쿼녹스의 활약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을 수입해 판매했지만 경쟁 모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국내 판매가 중단됐다.
1년 2개월의 공백 이후 귀환한 더 넥스트 이쿼녹스는 그야말로 겉과 속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전면부는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을 적용해 대담하고 강인해졌다. 넓게 펼쳐진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에서 양옆으로 날카롭게 뻗은 헤드램프는 이중으로 나뉘며 견고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휠베이스가 2725㎜나 돼 성인 5명이 탑승해도 실내공간이 넉넉하다. 기본 847ℓ에 달하는 트렁크는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800ℓ까지 늘어난다. 특히 프리미어 트림에 제공되는 메이플 슈가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깔끔한 마감이 돋보인다. RS트림은 제트블랙 인테리어에 레드 스티치로 포인트를 줘 스포티한 감성을 더했다.
파워트레인은 1.5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화를 이룬다. GM의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엔진은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8㎏·m의 성능을 선보인다. LT트림부터 선택할 수 있는 스위처블 AWD 시스템은 오프로드는 물론 도심과 고속도로 등 어떤 노면에서도 최상의 주행을 유도한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에는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이는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과 라디에이터의 냉각이 필요할 때만 셔터를 열어 최적의 공력 성능을 끌어내는 액티브 에어로 셔터가 탑재돼 연비와 성능을 향상시켰다. 전륜모델 기준 더 넥스트 이쿼녹스의 복합연비는 11.5㎞/ℓ다. 가격은 LS 3104만원, LT 3403만원, RS 3631만원, 프리미어 3894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