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직장을 잃게 될 뻔한 첫 번째 인간은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였다. 샘 올트먼은 2015년 오픈AI를 창립해 최근 몇 년간 생성AI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챗GPT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샘 올트먼은 지난 11월 17일 오픈AI 이사회로부터 해임을 통보받았다. 오픈AI는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는지 그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그가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는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쳐 올트먼이 소통에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지난 11월 7일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한 ‘GPT Shop’을 공개한 지 정확히 10일만이었다. 이날 공개한 센세이셔널한 AI생태계는 샘의 퇴진으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샘 올트먼은 해임 전날 밤 이사회에 출석하라는 문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이사회 의장이었던 그레그 브로크만은 엑스(엣 트위터) 계정에 “올트먼은 전날(16일) 밤 일리야로부터 금요일(17일) 정오에 이야기하자는 문자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오픈AI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이며 챗GPT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번 샘 올트먼의 해임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임 건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심지어 지난해 오픈AI에 13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대표 역시 해임 1분 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49%의 지분을 보유한 MS는 오픈AI의 이사회에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 채 샘 올트먼의 해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오픈AI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오픈AI재단은 오픈AI의 연구 및 개발을 담당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연구원, 엔지니어, 정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AI 기술을 개발하고, 그 윤리적,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오픈AI LP는 오픈AI의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수익 일부는 오픈AI재단에 기부돼 연구 및 개발에 사용된다. 현재 MS가 오픈AI LP의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고 다른 49%는 다른 투자자와 직원들이, 나머지 2%는 오픈AI재단이 가지고 있다. 비영리 모회사는 지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지만, 오픈AI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 역할을 한다. 비영리 단체에서는 투자자의 이익 등보다 공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이사회에서는 투자자보다 직원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수익성을 추구해온 올트먼은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이사회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샘 올트먼의 후임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 공동창업자인 에멧 시어가 오픈AI의 임시 CEO로 임명됐다. 오픈AI가 올트먼을 해임한 배경에 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오픈AI가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올트먼이 계속 소통에 솔직하지 않았다”라는 점에서 내부적인 갈등이 빚어졌을 개연성에 무게가 실린다.
블룸버그는 이날 올트먼이 전격 해임된 것은 AI 안전성 등 여러 문제에서 이사회와 의견 차이가 있었던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트먼과 이사회 사이에 AI 안전성, 기술 개발 속도, 사업화 등에 따른 이견으로 논쟁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갈등의 중심에는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있었다. 수츠케버는 지난 7월 ‘초지능’ AI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팀을 사내에 만들었는데 올트먼과의 불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오픈AI 내부에서 출발 당시부터 강력한 AI 도구의 책임 있는 개발 문제를 놓고 균열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올트먼의 야심이 이번 해임에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트먼은 최근에 엔비디아와 경쟁할 AI 용 반도체 칩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에서 수백억달러 조달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은 일본 소프트뱅크에도 AI 기기 개발을 위한 기업 설립에 투자할 것을 설득해왔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 외에도 지난 11월 둘째 주 MS는 자사 직원이 내부 기기에서 챗GPT에 접속할 수 없도록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오픈AI는 챗GPT플러스 가입을 막았다는 점을 통해 내부적으로 중대한 보안 문제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올트먼이 해임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임 발표 후 후유증은 상당했다. 하루하루 샘 올트먼의 거취는 물론 오픈AI 내부 분열로 혼선이 이어졌다. 특히 일방적인 해임 통보에 대해 샘 올트먼은 물론 오픈AI 직원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다. 이러한 사태에 오픈AI 직원들은 샘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하고 이사회의 전원 사임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여기에 서명한 직원들은 700명에 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오픈AI 직원이 770명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90%에 해당한다. 연판장은 “이사회 행동은 오픈AI를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라며 “우리는 우리의 사명과 능력, 판단력, 직원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없다”라는 취지였다.
직원들은 이사회가 사임하지 않으면 올트먼 전 CEO를 따라 회사를 떠나겠다며 위협했다. 한 외신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샘 올트먼과 몇몇 핵심 개발자들이 그를 따라나서며 자신들이 가진 오픈AI 주식의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되는 데 직원들이 분노했다”라고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8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올트먼을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임원진이 내일 오전 중으로 또 다른 업데이트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CSO는 올트먼 전 CEO 외에도 공동창업자인 그레그 브로크만, 이들의 해임과 함께 회사를 떠난 핵심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오는 데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11월 19일 블룸버그는 오픈AI 투자자들이 해임 결정을 취소하도록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으며 일부는 오픈AI 최대주주인 MS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 매체는 올트먼의 오픈AI 복귀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가 다시 이를 철회하는 등 한때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나 다음날인 11월 20일 샘 올트먼이 MS에 합류할 것이라고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공식 선언했다. 나델라 CEO는 이날 자신의 엑스 계정에 올트먼 전 CEO와 올트먼 해임 후 회사를 떠난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로크만이 MS에 합류해 새로운 첨단 AI 연구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샘의 영입에 만족하지 않고 오픈AI 직원들의 반발심에 기름을 부었다. MS는 “우리가 이 새로운 자회사에 합류하기를 원하면 모든 오픈AI 직원을 위한 자리가 있다고 보장했다”라고 강조하며 샘 올트먼의 복귀는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오픈AI는 다급한 제스처를 취했다. 특히 연판장 명단에는 이번 쿠데타를 이끈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도 이름을 올린 것이 눈에 띈다. 일리야는 올트먼 해임을 결정한 이사회 구성원 4명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엑스 계정에 이사회 결정에 대한 글을 올렸다.
일리야는 지난 11월 20일 엑스를 통해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라며 “나는 오픈AI에 해롭게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함께 구축해온 모든 것을 사랑하며 회사가 다시 뭉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
이러한 오픈AI의 내부 분위기와 변화된 기류에 샘 올트먼의 거취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는 현 이사 전원 사임과 새 이사회 구성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MS행을 택할 것이라며 거취 결정을 미뤘다. 결국 오픈AI의 이사회는 항복했다. 로이터 통신은 “샘 올트먼이 그를 해임했던 오픈 AI 이사회와 CEO 복귀에 합의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사회의 쿠테타는 결국 ‘5일 천하’로 끝나게 됐다.
샘 올트먼의 복귀와 함께 오픈AI는 엑스를 통해 “올트먼이 오픈AI의 CEO로 복귀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브렛 테일러와 래리 서머스, 애덤 드앤젤로가 새 이사회에 함께한다”고 밝혔다. 브렛 테일러는 세일즈포스 전 공동 CEO이고 애덤 드앤젤로는 오픈AI 이사회 멤버다. 래리 서머스는 전직 재무장관 출신이다.
오픈AI는 “세부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이사회와 협력 중”이라며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복직이 결정된 후 올트먼은 엑스에 “나는 오픈AI를 사랑하고 최근 며칠간 내가 한 모든 행동은 이 회사와 사명을 함께 유지하기 위함이었다”며 “오픈AI로 돌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샘 올트먼과 개발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던 MS는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내홍으로 오픈AI의 핵심 AI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려면 정부의 반독점 심사를 엄격하게 거쳐야 하는데 MS는 이를 회피하며 자연스러운 인수합병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오픈AI는 샘 올트먼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내부는 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 샘 올트먼의 해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진 일리야 수츠케버와 샘의 관계회복도 미지수다. 일리야가 샘 올트먼의 해임 이후 이를 후회하는 게시물을 X에 올렸고 샘은 그 게시물에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지만 이전과 같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둘의 관계와 무관하게 서비스의 발전방향이나 이전에 불거진 불씨를 깔끔하게 봉합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편 오픈AI의 내홍으로 구글과 아마존 등 경쟁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은 GPT-4를 겨냥해 ‘제미니(Gemini)’를 개발하고 있고, 아마존 역시 자체 AI 모델인 ‘올림푸스’에 투자하고 있다. 올트먼이 다시 오픈AI에 합류하긴 했지만, 조직 개편과 갈등 봉합, AI 개발관련 방향성에 대한 이견 등으로 가 일부분 지연될 수 있는 만큼 구글과 아마존으로서는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생겼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샘 올트먼의 복귀로 일단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만 생성AI업계에서 독보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던 오픈AI의 문제점과 약점을 노출한 것”이라며 “경쟁사들은 내부상황을 지켜보며 인재유치를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