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유경제 잔혹사| 모빌리티부터 숙박까지 첩첩 규제에 발목, 기술력 안 갖추고 시늉만 내는 업체도 난립
홍성용 기자
입력 : 2019.12.04 15:02:47
수정 : 2019.12.04 15:03:07
▶모빌리티
대한민국 공유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모빌리티 영역은 신(新)산업 전체가 본격 시작도 전에 삐걱대고 있다. 서비스 시작 9개월 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불법 딱지를 받으며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 10월 말, 서울중앙지검 형사 5부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 자회사 VCNC 박재욱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8년 10월 등장한 타다는 여객법상 11~15인승 승합차는 운전기사 소개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했다. 승합차 ‘카니발’로 운행을 시작했고, 빠른 배차와 쾌적한 탑승 환경, 친절한 기사 서비스 등을 앞세워 1년 만에 운행차량을 1400대까지 늘렸다. 말 그대로 ‘고속성장’을 했다. 검찰은 이처럼 1년 넘게 사업을 꾸려오면서 택시 업계와의 상생 모델을 찾고 있던 회사를 ‘불법’으로 간주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타다가 면허 없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통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운영하고, 자동차대여사업자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유상여객운송을 한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소를 당한 박재욱 VCNC 대표는 “세상은 변화하고 우리는 점점 뒤처지고 있는데 이(검찰 기소)로 인해 우리나라의 혁신 경쟁력과 속도가 더 타격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날을 세웠고,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는 “한국 여성의 대중교통 경험은 타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국민의 삶을 이토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개선한 서비스를 어쩌면 이렇게 가차 없이 깔아뭉갤 수 있나. 오만하고, 반지성적이고, 심지어 반자본주의적”이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검찰 기소는 엎친 데 덮친 격일 뿐이다. 이미 타다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택시 개편안 법제화에 따라 정부가 배분한 면허에 따라서만 차량을 운행하고, 택시 면허 값에 상응하는 기여금을 내야 할 위기에도 직면했다. 앞서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타다의 사업 근거가 되는 예외 규정 허용 범위를 더 좁히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사방에서 모빌리티 공유경제의 목줄을 움켜쥐고 흔드는 셈이다. 이처럼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는 정부와 기존 택시 업계 반발에 연거푸 무산되며 수난의 역사를 걸어왔다. 2014년 이후 한국에서 시도됐다가 중도에 종료됐거나 영업이 제한된 모빌리티 서비스들은 벌써 꽤 된다. 우버X, 콜버스, 카카오T 카풀, 풀러스가 대표적이다. 2013년 승차 공유 원조기업인 미국의 우버는 한국 시장에 고급 렌터카 승용차를 활용한 리무진 서비스 ‘우버블랙’과 일반 차량을 가진 운전자와 승객을 서로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우버X’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듬해 우버가 서비스 유료화를 시작하자 택시 업계는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강력 반발했다. 서울시는 우버가 무허가 자가용과 렌터카로 승객을 운송한다고 택시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2014년 우버코리아의 모회사인 우버테크놀로지 설립자 트래비스 코델 칼라닉은 우버코리아를 설립·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에는 우버코리아 지사장과 렌터카 업체 대표 등이 여객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이들은 모두 최종 벌금형을 받았다. 국회는 2015년 우버와 같은 유사택시의 운송사업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여객법 개정안 ‘우버택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결국 우버는 우버X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우버 논란이 벌어진 이후 모빌리티 업계는 2017년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카풀 서비스를 시도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풀러스는 여객법에 ‘출퇴근 시간대에는 유상 자동차 임대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했다. 택시 업계는 우버 때와 마찬가지로 강력 반발했다. 결국 서울시는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했고, 풀러스는 카풀 서비스를 접었다. 도돌이표 같은 행태가 반복된 것이다.
가장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것은 무엇보다 작년 10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했던 카풀 서비스였다. 택시단체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생존권’ 사수에 나섰고, 급기야 택시기사들이 잇따라 분신을 선택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하자 올해 1월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카카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택시단체들과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택시 산업을 중심으로 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추진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 각 2시간씩만 운영하고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사실상 카풀 사업이 금지된 셈이다.
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 고젝 등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들이 10조원 가치를 넘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이택시(My Teksi)라는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랩은 택시에서 자가용, 오토바이, 삼륜차 등 바퀴가 달린 모든 차량의 호출 서비스를 모바일에 담았고, 작년 3월 원조인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통째로 인수했다. 현재 동남아 8개국 340여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그랩의 기업가치는 벌써 140억달러(약 16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랩보다 2년 먼저 사업을 시작한 인도네시아의 ‘고젝’도 3억 명에 육박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 오토바이 기반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고젝은 카헤일링 외에도 오토바이 및 차량을 활용한 음식 배달, 택배, 공과금 납부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글과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젝의 올해 기업가치가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미국에서는 택시·렌터카 사업을 넘어 이웃의 자동차를 빌리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2010년 시작한 튜로(Turo)는 개인이 보유한 자동차를 서로 빌릴 수 있게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튜로는 빈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엔비와 유사한 서비스로, 이용자는 예약시간에 맞춰 차량이 주차된 장소로 가서 차를 가져가면 된다. 튜로는 개인끼리 자가용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의 이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량 호출 분쟁 일지
2013년 8월
·차량 공유 업체 우버 국내 진출 우버엑스(X)
서비스 시작
2014년 12월
·서울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우버 고발, 검찰 기소
2015년 3월
·우버 ‘우버엑스(X)’ 서비스 중단
2015년 12월
·콜버스(공유버스) 서울 강남 일대 서비스 시작
2016년 5월
·풀러스 카풀 시범 서비스 실시
2017년 11월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서 카풀 문제 공론화
2018년 2월
·카카오 모빌리티 카풀 업체 ‘럭시’ 252억원에
인수
2018년 5월
·콜버스 차종, 시간 제한과 면허 강제 규제
끝에 서비스 종료
2018년 10월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출시
2018년 12월
·카카오 모빌리티 카풀 시범 서비스 출시
·카풀 반대 택시 업계 시위 중 기사 분신
2019년 1월
·카풀 반대 택시업계 시위 중 기사 분신
·카카오 카풀, 택시 업계 반발로 서비스 중단
2019년 2월
·카풀 반대 택시 업계 시위 중 기사 분신
·택시업계,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
대표 검찰 고발
2019년 3월
·카풀 서비스 전체=사회적 대타협 기구서
카풀 운행 시간 제한, 사업 불가능해짐
2019년 5월
·’타다 반대’ 택시 기사 분신
2019년 7월
·국토부 택시 개편안 발표, 차량 플랫폼기업에
택시 면허, 택시 기사 자격 요구
2019년 10월
·타다 서비스 1주년 맞아 1만 대 증차 목표
발표, 국토부 즉각 반발
·타다 요금 인상 및 연말까지 증차 중단 발표
·검찰,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
대표 불구속 기소
에어비앤비
▶공유숙박
국내 공유숙박 산업은 모빌리티와는 달리 기존 이익집단의 반발의 목소리가 크지는 않다. 대신에 유명무실한 정부 규제 탓에 ‘에어비앤비 신화’를 보고 시장에 뛰어든 국내 사업자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진 공유숙박 플랫폼은 ‘에어비앤비’다. 2008년 창립한 이래로 현재 191개 국가의 10만 개가 넘는 도시에 진출해 있다. 집주인은 자신의 공간을 전부 대여하거나 일부 대여해주고, 돈을 번다. 호텔 등 전문 숙박업소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현지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에어비앤비는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활발히 영업 중이다. 다만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2011년 개정된 관광진흥법으로 시장 진입과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신설된 ‘외국인 관광 도시 민박업’ 제도에 따르면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한국의 숙소는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가정집을 체험시켜주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인을 이용자로 받으면 불법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한국인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면 불법이 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한옥 체험·농어촌 민박에 한해서만 숙박이 허용된다. 하지만 주변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도심 민박을 즐긴 내국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고객 294만 명 중 69%(202만 명)가 내국인이었다. 에어비앤비가 현재 호텔, 모텔, 펜션 등 다양한 유형의 숙소를 중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 이용객이 공유숙박 이용자는 아니다. 다만 에어비앤비 예약은 내국인 여부에 상관없이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 내국인 허용은 불법이라는 법의 유명무실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국내 플랫폼은 사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만을 상대로 하기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 이유다. 숙박 중개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한때 10여 개에 달하던 국내 공유숙박 기업 가운데 온전히 공유숙박을 주 사업으로 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사업을 단념하거나, 외국 숙소 중개 등으로 사업 모델을 변경했다. 현재 공유숙박을 표방하는 국내 업체는 위홈(구 코자자), 비앤비히어로 등 소수뿐이다.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었다.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공유숙박 스타트업 ‘다자요’는 농어촌정비법 위반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아 결국 사업을 접었다.
국회에서는 이를 개선하고 공유숙박 활성화를 위해 내국인 대상 도시 내 공유숙박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2011년부터 수차례 발의됐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논의가 답보하고 있다. 더구나 논의 중인 법안들이 통과돼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법의 허점을 개선하는 형태가 아닌 ‘공유민박업’이라는 숙박업 등록증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1년에 180일에 한해 도심에서도 가정집을 내·외국인에게 구분 없이 대여할 수 있다. 불과 6개월만 일반 내국인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게다가 공유민박업 등록증을 취득하면 집주인은 1년 내내 집을 대여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증을 포기해야 한다. ‘핀셋 규제 대응’이 아닌 법에 문제가 있다고 새로운 법을 내놓으면서 생겨날 주먹구구식 비극이다.
세계 최대 사무 공간 대여 서비스 기업 위워크의 뉴욕 사무실
▶공유오피스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대내적인 이유보다 더 큰 대외적인 이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가 ‘부실경영’에 허덕이면서 기업가치가 급락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장잠재력에 가려져 있던 부정적인 요인들이 모두 떠오른 상태다. 일각에서는 국내 업계가 반등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지만, ‘단순한 전대차(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 사업’이라는 평가까지 부각되면서 공유오피스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위워크는 지난달 대대적인 인원 감축에 들어갔다. 당초 연 2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바탕으로 상장계획을 발표했지만, 2조원의 매출 가운데 1조9000억원의 손실이 공개되면서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킨 상태다. 올해 초 55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평가됐던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까지 폭락한 상황이다. 말 그대로 ‘위워크 사태’다. 공유오피스 업계에서는 위워크의 공유오피스 임대료 시세가 과도하게 책정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소형 아파트 안방 크기의 2인 오피스 시설을 임대하는 데에도 평균 40만원 수준의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극히 작은 사무공간을 이용하는 데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무실 이용환경도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위워크는 사무실 사용 규정이 너무 엄격해 규정에 맞지 않으면 식기류 하나 사용도 금지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편 위워크의 경쟁상대로 꼽히는 국내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와 르호봇 등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 현재 위워크를 포함한 이들 공유오피스 3사의 연도별 신규 공급면적 비중은 지난 2016년 40%에서 지난해 8월까지 약 81%로 치솟았을 정도로 사실상의 시장 우월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설립된 2위 업체 패스트파이브는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매출은 2017년 74억원에서 지난해 210억원으로 급증했으나, 영업이익은 5000만원에서 1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르호봇의 경우도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100억원 미만의 성과만 올리는 영세한 수준이다. 때문에 공유오피스가 공유경제의 영역이 아닌 ‘단순한 전대차 사업’이라는 평가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위워크 사태를 지켜본 블룸버그는 “그동안 위워크는 공간 공유를 위한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으로 포장돼 왔으나, 막상 실상을 보니 일반 부동산 회사와 다르지 않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코람코자산신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에 신규 진입한 업체는 2015년 9곳, 2016년 10곳, 2017년 13곳, 2018년 상반기 8곳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