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선거로 연일 신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각 정당들은 빨간색 점퍼, 파란색 넥타이, 녹색 모자 등 색깔을 이용해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되기 위해 당의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선거를 앞두고 공천 발표가 큰 화제였는데, 보좌관 비리, 취중 막말 파문, 당의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는 문제 등 갖가지 이유로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대중이 자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각자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기에 힘썼다. 이처럼 선거철마다 브랜딩(Branding)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직장인들도 브랜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 이미지로 부각되면 주위의 주목을 받게 되고, 때로는 조직 내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기회를 얻기도 한다. 아래 ‘BRAND’로 정리해본 방법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rand
▶전문성 파악은 셀프 브랜딩의 첫걸음
요즘 들어 사모펀드사와 일을 많이 하는데, 신기하게도 후보자에 대한 요구사항은 한결같다. 대부분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 단기간 내에 실적을 낼 수 있는 전문가를 원한다. 인적자원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조직의 군살을 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자, 즉 해결사다. 이른바 ‘턴어라운드(Turnaround) 전문가’라는 브랜드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다. 중국의 거대 자본이 국내 보험사를 사들인 후 경영진 교체를 위한 미팅을 할 때였다. 금융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이고,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후보를 선호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중국통’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몇 명 떠올랐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브랜딩을 잘한 사람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무엇인가?’ ‘주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등을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하나의 키워드인 ‘나는 ○○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학력자가 넘쳐나고 개인의 스펙이 점점 상향 평준화돼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분야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Reputation
▶좋은 평판이 곧 좋은 브랜드
언제부터인가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착한사람 증후군(Good Man Syndrome)이 퍼지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좋든 나쁘든 단시간에 소문들이 일파만파로 퍼지기 때문이다. 사회의 시선은 예전보다 훨씬 엄격해져서 갑질이나 막말 사건에 연루된 직장인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맞기도 한다.
A씨는 상고 출신으로 은행에 입사해서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럼에도 금융계에서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였지만 결국 A씨는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인품’에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는 평을 한다. 항상 미소를 짓고 누구든지 도와줄 것 같은 선한 인상을 가진 그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신세를 갚는 성격이다.
아랫사람들과의 소통 능력도 탁월해 직원들의 모든 메일에 꼬박꼬박 답장을 한다. 국내 금융사의 수장으로 선출된 그에게 노조는 이례적으로 ‘적극 지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A씨만의 브랜드가 빛을 발한 것이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도덕성, 윤리성을 강조한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평판 조회 시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 나오면 퇴출 위기에 놓인다. 조직 내에서 지위가 높아질수록 판단의 잣대는 더 엄격해지므로, 평소에 평판 관리를 잘하는 것을 체득할 필요가 있다.
Attitude
▶열정적인 태도
헤드헌터로서 일과의 대부분이 고객사나 후보자와 통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올랐거나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분들에게서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평소보다 한 옥타브 정도 높은 목소리로 상대를 반갑게 맞아준다는 것이다. “어이구, 정말 반갑습니다. 유 대표 전화를 받으니 오늘 좋은 일이 생기겠는걸요”라고 조금은 과장된 듯한 반응이더라도 그런 통화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직장에서 업무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앞길이 탄탄대로인지 아닌지 가늠해볼 수 있다. 다국적기업에서 마케팅 책임을 맡고 있는 B씨는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라는 칭찬을 국내외에서 받고 있다.
해외 유학파도 아닌 그가 그런 말을 듣는 것이 부러워서 비결을 물으니 아주 간단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으려고 준비한 자료를 완전히 달달 외울 때까지 연습하는 것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B씨의 눈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상사와 같은 의견이라면 신나서 맞장구쳐주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것 또한 직장인의 태도와 열정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안심할 수 있지. 내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직원이라네”라는 윗사람의 칭찬을 듣는 것은 멋진 일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Naming
▶이름을 이용한 브랜딩
평균 직장 생활 기간을 30년으로 잡는다면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회사의 ○○입니다”라고 명함을 주고받은 상대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상대편에게 각인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유통회사의 C씨는 “제 이름은 정세일입니다. 정상 제품을 항상 세일가로 드리는 정.세.일로 기억해주십시오”라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자신을 소개한다. 삼성카드의 원기찬 사장은 자신의 이름을 따서 ‘기通찬 토크’라는 행사를 진행한다. 메신저를 통해 사장과 전국 각지의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평소에 궁금하던 내용들을 서로 묻고 답하는 이 행사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안이 발생하면 형식적인 보고 절차에서 벗어나 메신저로 바로 토론할 정도다. 무엇보다 이름을 가지고 만든 행사명이 재미있고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LPGA에서 올해에만 두 번의 우승을 거머쥔 장하나는 “내 영어식 이름인 ‘하나 장’은 언뜻 들으면 ‘에너자이저’와 발음이 비슷하다. 나는 ‘하나자이저’다. 그래서 문제없다”라며 에너지가 넘친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해나가는 중이다. 이처럼 본인의 이름에서 발견한 독특한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네이밍 작업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Differentiation
▶셀프 브랜딩의 완성은 차별화 전략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생 딸의 결혼식장에서 40여 년 전 친구들을 만났다. 보자마자 서로 화들짝 놀라서 “네가 ○○ 맞니? 세월이 흐르긴 많이 흐른 것 같구나”라며 박장대소했다. 동시대를 살아왔고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의 흔적이 제각각이었는데, 심지어 열 살 정도 나이 차가 나는 것으로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이 확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외모는 상당한 파워를 지닌다. 활력 있는 표정, 정갈하게 다듬어진 말투에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도록 관리가 잘된 외모는 자신을 차별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1990년대에 근무한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장은 100kg 넘는 거구로 풍채가 당당한 사람이었다. 그는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때마다 항상 감청색 재킷과 회색 바지를 입고 머리 스타일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니 그는 웃으며 “이건 미국 세일즈맨의 전통적인 옷차림이에요. 나는 이 모습이 협상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해주었다. 외모에는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 모임의 성격에 따른 표현법 등도 포함된다. 또 SNS의 사진이나 명함도 놓칠 수 없다. ‘Something Different’, 즉 ‘저 사람은 무언가 남들과 달라 보인다.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은 셀프 브랜딩의 완성이다. 남들과는 다른 ‘외모’로 차별화된 가치를 발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보자.
직장인에게 개인 브랜드 구축은 보다 나은 직책과 보수가 연결되는 경쟁력이나 다름없다. 데이비드 라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경영자의 브랜드가 10% 좋아지면 주식 가치는 24%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셀프 브랜딩은 이렇듯 중요하다. 내가 가진 전문성과 고유 스토리를 통해 만든 브랜드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보증수표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