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누적관객 1800만명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관람할 때 조용히 숨어서 기쁨을 즐긴 곳이 있다. 바로 이 영화에 투자한 IBK기업은행이다. 전문가들은 이 영화가 워낙 대박을 쳤기 때문에 100% 이상의 수익을 무난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은행이 투자한 또 다른 영화 <관상>도 9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짭짤한 수익을 남겼고 나중엔 안방극장까지 들어갔다. 올해 초 개봉한 코미디영화 <수상한 그녀>도 860만명이 넘는 흥행 성적에 역시 기본 이상의 성과를 냈다.
영화 투자만 잘한 게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IBK기업은행은 짭짤한 성과를 거뒀다. 50부작으로 기획된 <왔다 장보리>는 방영 초기 세월호 악재를 만났으나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인기가 급상승해 후반부엔 30% 전후의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특히 이 드라마는 화면에 패션그룹 형지의 사명과 로고를 그대로 노출하는 등 공개적 PPL까지 했기 때문에 제작 마진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술만 있으면 사업하게 지원
권선주 행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IBK기업은행의 창조금융이 빛을 내고 있다. 권 행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기술기업에 대한 지원과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하는 창조금융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지난 2월엔 취임 후 처음 갖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임기 동안 가져갈 경영방침을 ‘희망(H.O.P.E)의 금융’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힌 권 행장은 특히 시장선도 은행으로서 창조금융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은 “창조형 중소기업이 창업할 때부터 대기업이 될 때까지, 또 내수부터 해외진출까지, 성장단계마다 필요한 방식으로 자금과 컨설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창조금융을 정의했다. 한마디로 기술이 있고 경영의지만 있으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은행 측은 중소기업 금융의 패러다임을 ‘대출에서 투자로’, ‘담보 중심에서 기술력과 성장성 중심으로’ ‘자금지원에서 육성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이를 위한 핵심사업으로 △기술평가 역량 강화 △IP금융 활성화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창조기업 육성 등으로 정했다.
권 행장이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창조금융은 기술력이 양호하지만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투·융자, 컨설팅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기업은행은 기술금융 중에서도 무담보 무보증 지원에 정책방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 측은 지난해 7월 발족한 IB지원부 내 기술평가팀을 올해 3월 기술금융부와 기술금융팀으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 7월엔 기술금융팀을 기술평가팀과 기술사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은행 측은 당초 전자, 전기, 자동차 등 산업현장 기술전문가 6명으로 기술평가팀을 설치했다가 기계, 금속, 화학 분야의 전문인력 4명을 추가로 채용해 현재 10명의 전문인력으로 기술평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 지난 2월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대출이나 투자를 심사할 때는 기술평가를 의무화해 우수기술이나 IP(지적재산권) 보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기반도 구축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특허청과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올 4월부터 시중은행 최초로 특허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IP사업화자금 대출’도 실시하고 있다.
1차 500억원 한도로 운용한 IP대출은 기업들의 수요가 많아 조기에 한도가 소진됨에 따라 2차로 500억원의 자금을 더해 총 1000억원으로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7월엔 특허청 IBK캐피탈과 공동으로 300억원 규모의 ‘IP전문펀드’도 결성했다. 이 펀드는 1호 투자업체로 2차전지 핵심부품 생산업체인 예일전자를 선정하는 등 우수한 IP를 보유한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기업은행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대기술지주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지난 4월 경기테크노파크를 시작으로 광주, 부산, 포항, 대구, 전남 등 각 지역 테크노파크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소기업 대상 IP 대출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문화콘텐츠 부문서 짭짤한 성과
시중은행 중 가장 활발하게 진행해온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은 갈수록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 그동안 이 부문 대출은 금융권에선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돼 시중은행들의 지원이 거의 없었다.
이에 반해 기업은행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약을 맺고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지난 8월 말까지 99개 기업을 선정해 235억원을 대출하고 11건, 99억원을 투자했으며 10개 회사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과 문화콘텐츠산업 사이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먼저 금융에 대한 이해가 낮은 문화콘텐츠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해왔다. 아울러 은행이 이 부문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계 업종별 전문가 등 53명을 문화콘텐츠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2016년까지 연간 2500억원씩 총 75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이전에 비해 25%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이쪽 기업들이 영세한 점을 감안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우수한 콘텐츠를 가진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기획에서 제작 마케팅에 이르는 단계별 자금 수요에 따라 투자나 대출을 하거나 복합적인 형태로 금융지원을 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최근 이 부문에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기업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하는 등 관심을 갖고 투자한 데 따른 것이다.
기술평가만으로 신용대출 어떻게
기업은행이 지난 7월 국내 은행권 최초로 좋은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담보가 없어도 대출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기업들은 실제 그게 이뤄질지 반신반의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이전에도 우수기술 보유기업에 선도적으로 대출을 해왔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지난 상반기부터 실시한 지적재산권 담보 대출을 확대해 하반기부터 기술평가 기반 무보증 신용대출을 시작해 기술금융의 추세를 크게 바꿨다.
이와 관련해 은행 측은 대상기업은 창업한 지 7년 이내의 중소기업으로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이나 은행의 기술평가부서로부터 기술등급 T6 이상을 받았고, 기술신용등급 B-(보통)이상의 등급을 받은 기업이라고 했다. C등급 이하는 지원이 안 된다.
은행 측은 이처럼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무보증, 무담보로 신용대출을 하되 기술신용평가등급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별화할 방침이다. 다만 일반기업에 대해 적용하는 기존 신용대출 금리에 비해 훨씬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해 창업 초반의 기업들이 금융비용 부담 없이 빠르게 성장하도록 도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