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한국에서 개봉한 <겨울왕국>이 박스오피스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서 <겨울왕국>은 작년 11월에 개봉하여 2013년 영화로 들어간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처럼 2013년 개봉영화 중 미국 시장 3위의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겨울왕국>에 이어 4월 12일 현재까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올해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도 애니메이션의 일종이다. 바로 <레고무비>다.
한국에서는 <겨울왕국>의 돌풍에 묻혀버린 것 같이 미국에서처럼 히트를 치지 못했다. 배급 과정의 문제로 개봉관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던 게 주된 이유였다. 다른 영화나 역사적 사실들에 기반으로 한 유머나 패러디가 한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까닭도 있긴 하다. 미국에서는 영화 <레고무비>에 나온 패러디를 포착하고 원본을 찾아내는 게 게임 수준으로 발전했다. 마니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경쟁을 하고 있다. 레고조작들을 맞추듯이 영화에 파편으로 나오는 패러디를 찾아 맞추는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레고무비>는 기업 마케팅과 영화의 결합에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
레고가 사용된 다양한 영화
기업이나 브랜드명이 그대로 영화 제목에 쓰인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 멀리 뒤돌아 가기는 하지만, 오드리 헵번이 나왔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PPL이라고 하기는 뭐해도 최고의 효과를 올린 전설적인 영화로 나는 꼽는다. 파티를 마치고 택시에서 내려 티파니의 쇼윈도우 앞에서 진열된 보석을 바라보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티파니가 상징하는 상류사회와 그를 향한 여자 주인공의 실현되기 힘든 공허한 현실에 가린 열망이 압축되어 나타난다. 비교적 최근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나와 명품 의류업계의 이면을 파헤쳤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프라다’는 명품의 대표적 상징으로 티파니처럼 쓰였는데,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티파니가 영화를 통하여 얼떨결에 누린 것과 같은 효과에는 미치지 못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는 확실하게 티파니라는 브랜드를 대중에게 알리고, 사랑의 완성이나 상류사회를 향한 꿈을 상징하게 만들었다. 브랜드적인 효과가 있어서 시간을 두고 매출에 기여는 했지만, 영화에 노출되거나 관계가 있는 제품들이 출시되고 바로 매출이 일어나지는 못했다. 프라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레고무비>는 영화에 나온 배경과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레고가 바로 출시되어, 많은 나라들에서 아이들이 꼭 가져야 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꼭 영화를 보지 않아도 <레고무비> 시리즈 하나는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사실 레고는 오래 전부터 영화를 마케팅에 다양하게 활용해 왔다. <스타워즈>시리즈로 대표되는 영화를 소재로 한 제품들을 내놓는 게 기본이었다. 특히 ‘레고 사람’인 미니 피규어는 레고 사용자와의 일체감과 함께, 인형놀이가 그렇듯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며 놀 수 있게 했다. 미니 피규어는 레고가 영화와 연결되는 길을 먼저 닦았다. 영화가 히트하면 그 캐릭터나 장면을 재현하는 레고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레고를 이용한 컴퓨터 게임도 출시되었다. 콘텐츠가 다양해진 것이다. 그 절정이 바로 영화 <레고무비>였다.
영화 <겨울왕국>
이케아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덴마크 태생의 레고와 함께 올해 국내에서 특히 화제가 된 스웨덴 출신의 기업이 있다. 바로 이케아(IKEA)였다.
올해 말 한국에 1호 매장 오픈을 앞두고 이케아가 과연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작년 겨울부터 몇몇 모임에서 토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질문도 꽤 받았다.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 있게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케아의 성공이 힘들 것이란 쪽이었다. 과잉 서비스에 익숙해진 한국의 소비자들이 아무리 DIY가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직접 조립을 할까 의문이었다. 이케아는 취미로 하기에는 너무 실용적이다. 직접 조립하고 씨름하기에 한국 집들은 적당한 공간이 없다는 것도 성공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과잉 서비스‘ 중의 하나로 짜장면 한 그릇까지 배달이 되고 인터넷 쇼핑으로 온갖 것을 처리하는데, 직접 보고 만지고 씨름하는 이케아식의 소비가 한국 땅에서는 구현되기 힘들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케아, 불편을 팔다>에 나온 아래 구절을 보면서 이케아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은 심지어 연애생활과도 관련이 있었다. 많은 연애 잡지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리암 라우는 이렇게 썼다. ‘모든 관계가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지고 또 허물어질 수 있었지요. 그러나 가구를 들여 놓으면 그것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됩니다’.”
‘희망’이 원문의 어떤 단어를 번역한 것인지 모르겠다. 약간 의미가 축소되지 않았나 싶다. 원나잇스탠드가 많고, 오랜 동안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연애가 대부분인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만나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 함께 가구를 산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젊은 두 사람이 가볍게 살 수 있는 가구로 이케아만큼 어울릴 게 없다. 어차피 쇼핑을 즐기는 세대인데, 계속 누군가의 방에 있을 가구를 함께 산다는 것은 화장품과 같은 소모품을 사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이케아는 다른 가구들처럼 반영구적으로 있을 거라고 속박하는 측면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