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삼성 3.0’…소재와 화학 사업 재편, 다음 순서는?
“다음 행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출국한 지 96일 만인 4월 17일 그룹 전용기편으로 이 회장이 귀국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구도 재편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귀국 이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계열사 구조조정 등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합병한 데 이어 4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통합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흡수합병하면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의 이 같은 광폭 행보에 재계 일각에서는 “후계구도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2010년 발표했던 그룹의 차세대 신수종 사업 전략의 밑그림이 이제야 그려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마하경영’이란 말처럼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계열사 통폐합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그리고 있는 ‘삼성 3.0’ 시대를 예상 해 본다.
2010년 발표한 신수종 사업계획이 밑그림
“앞으로 10년 안에 지금 삼성을 대표하고 있는 제품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010년 3월 경영복귀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후 두 달이 지난 2010년 5월 삼성그룹은 사장단회의를 통해 결정된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기,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라 가장 먼저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곳은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구상에 따라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분야에 뛰어들었다. 투자계획 발표 직후 곧바로 X선 장비 제조업체인 레이와 초음파 진단기 제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한 것. 이와 함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계획을 위해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의 유럽법인을 통합했다. 국내 법인들을 통합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유럽 유통망을 삼성메디슨이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말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부사장)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당시 전무)을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3세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속도전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먼저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가운데 17%를 KCC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3세 시대를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두 해를 넘긴 지난 2012년에는 삼성전기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LED 지분 50%를 삼성전자가 인수하며 삼성LED를 합병했고, 삼성전자LCD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통합한 삼성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다. 신수종 사업계획에서 발표했던 LED 사업에 대한 준비를 마친 것이다.
지난 2013년에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삼성SDS와 삼성SNS(구 서울통신기술)를 합병하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였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매각했으며,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는 급식·식자재 부분을 물적 분할해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했고, 건물관리업은 에스원에 양도했다. 반면 소재사업만을 영위하게 된 제일모직은 삼성SDI에 흡수됐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 44호에서 계속...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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