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 중국의 쇼핑앱 티무(TEMU)가 지난해 2월 미국 프로풋볼(NFL)의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선보인 광고 캠페인이다. 티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광고비가 가장 비싸다는 슈퍼볼에 1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두 차례에 걸쳐 TV 광고를 진행했다. 이 광고는 큰 반향을 일으켜, 티무는 올해 슈퍼볼에서도 광고를 계획하고 있다.
2022년 9월, 중국의 쇼핑앱 티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티무 효과(TEMU Effect) 보고서에 따르면, 티무는 미국 소비자의 약 15%가 이미 이용하고 있다. 1년 만에 엄청난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티무의 성공 요인은 저렴한 가격,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그리고 AI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재미요소들이 꼽힌다.
유통업계 거물들이 1년 치 매출의 30%를 가져가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2023년 아마존의 주문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티무는 3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북미 시장에서 아마존의 매출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플랫폼인 티무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에이아이(data.ai)의 보고서에 따르면, 티무는 2023년 3분기 기준 아마존을 넘어서는 쇼핑앱 다운로드 증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1월 19~25일 아이폰(iOS) 글로벌 쇼핑앱 사용자 순위를 보면, 1위 아마존을 중국의 쉬인, 티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티무는 지난해 10월 기준 47개국에 진출하며 앱 다운로드 수가 2억 2300만 회를 넘어섰다고 보고했다. 특히,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억 2000만 명으로, 이 중 43%가 미국 소비자이며, 여성과 젊은 세대의 충성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UBS의 조사에서도 미국 소비자의 83%가 티무를 알고 있으며, 34%가 이미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데이터는 티무가 이미 월마트, 타깃 등 기존 유통업체에 중요한 경쟁자로 부상했음을 암시한다.
오프라인 할인점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니스트애널리틱스의 분석에 따르면, 티무는 미국 할인점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다. 2023년 11월 기준, 티무의 시장 점유율은 17%로, 2021년 같은 기간의 0.6%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달러제너럴은 54.9%에서 43%로 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그간 미국 할인점들은 식품와 음료, 세탁세제 등 소비자 구매 행태 변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한 품목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구성했으나 매출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
티무는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군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모자 하나에 2달러, 티셔츠 하나에 3달러, 찾을수록 저렴하지만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눈에 띈다. 또한, 소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른 인지도 상승을 이끌어냈다. 티무의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디자인과 다양성에서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주로 티무는 중국 내 크고 작은 제조사를 기반으로 직거래 플랫폼을 지향한다. 미국 소비자가 티무 플랫폼을 통해 중국에서 제품을 직구하는 방식으로 800달러 미만 미소 수입 관세 면제 제도를 통해 관세를 피해 간다. 물류는 미국 우체국 시스템을 통해 배송하고 있어 중간 유통 과정과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인다. 배송기간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이며, 별도 유료회원 가입 없이 대부분의 제품을 무료로 배송해주고 있다.
티무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쿠폰 배포 및 다양한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효과적인 소비자 흡수로 이어지고 있다.
티무는 기존 쇼핑사이트와는 다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자가 사이트를 방문할 때 게임을 통해 쿠폰이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 경품 등을 제공하며 쇼핑을 유도하고 있다. 물고기 밥 주기, 텃밭 가꾸기 게임을 통해 쿠폰을 제공하는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의 방문 횟수를 늘리고 있다.
또한 티무는 AI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쇼핑 패턴과 관심 상품을 분석하고,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공한다. 앱토피아(AppTopia)의 분석에 따르면, 티무 사용자는 하루 평균 18분을 앱에서 보내는데, 이는 아마존(10분), 알리익스프레스(11분), 이베이(11분)와 비교해 거의 2배에 달한다.
티무는 의류와 메이크업 제품을 선택할 때, 사용자가 모델의 얼굴을 인종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사용자들에게 더욱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 한국도 중국 직구 비중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해외직구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한 4조7928억원에 달한다. 이 중 중국에 대한 직구는 2조2217억원으로, 미국을 제치고 점유율 46.4%로 급부상했다. 특히 중국의 직구 금액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하며, 한국 해외 직구 시장의 선두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성장은 국내 기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티무(Temu)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각각 3위와 6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인 쿠팡, 11번가, G마켓의 MAU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와 대조된다. 티무는 특히 1회 무료 반품, 90일 내 전액 환불 조건 등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티무의 성장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먼저 제품의 질이 천차만별이다. 제품설명 사진보다 작고 볼품이 없는 제품이 배송되는 경우도 상당수인데 워낙 가격이 저렴해서 그냥 ‘뽑 기운(?)’에 맡긴다는 사람들도 많다. 제품에 안 좋은 평점을 매긴 리뷰는 하단으로 잘 보이지 않게 해놓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금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티무의 모회사인 핀둬둬 앱이 사용자의 개인정보에 무단 접근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위치정보, 연락처, 캘린더, 사진 앨범 등 민감한 데이터를 포함한다. 이에 대해 티무는 관련사항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티무에서 판매되는 일부 상품이 인권 침해 논란이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목화를 사용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의원은 “쉬인과 티무 같은 중국 회사들이 강제 노동을 이용해 저렴한 상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장벽, 신장·위구르 지역 생산품의 수입 금지, 데이터 유출에 대한 보안 심사 강화 등의 규제를 도입하며 중국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는 티무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에도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티무의 모회사인 핀둬둬는 이러한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상하이 본사를 아일랜드로 이전하는 등 중국 색채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김동그라미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티무의 매력적인 가격과 쇼핑 플랫폼이 주는 재미로 티무의 성장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 기업은 티무의 성장이 미국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과 전자상거래 시장을 이끌 변화를 예측해보고 이에 적절한 전략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1호 (2024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