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속형 타운하우스’ 인기가 전국에서 치솟고 있다. 종전 대비 분양가와 집 면적을 크게 줄인 게 핵심 포인트다. 4인 가족을 겨냥한 전용면적 84㎡ 면적에 10억원 전후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맞춤형 전략’을 내세운다. 과거 서판교 일대에서 분양한 ‘서판교 아펠바움’ ‘운중 더 디바인’ 등 타운하우스 분양가는 수십억원에 달했다. 군살을 확 빼고 실용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살던 아파트를 팔아 이사 올 수 있다는 ‘가성비’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지난 9월 HDC아이앤콘스가 경기 파주시에 분양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가 청약경쟁률 6.64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한 게 대표 사례다. 이 아파트는 파주 운정신도시 사상 최초로 전 가구에 테라스를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전용면적 85~124㎡로 이뤄져 전 평형 분양가를 10억원 미만으로 책정했다. 이 단지는 청약 마감에 이어 지난 10월 계약까지 완판됐다.
HDC아이앤콘스는 HDC의 자회사다. 2004년 현대산업개발 리모델링을 흡수 합병한 후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건설 및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력으로 발전한 회사다. 이 프로젝트는 HDC아이앤콘스가 그간 쌓은 주거 노하우를 테라스하우스란 작품을 통해 집대성한 의미가 있다. 지하 1층∼지상 4층 11개 동, 전용면적 85∼124㎡ 총 186가구 규모다. 주택형별로는 ▲85㎡ 75가구 ▲101㎡ 71가구 ▲124㎡ 40가구였다.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는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게 ‘에코라이프(Eco-Life)’를 실현할 수 있는 테라스하우스라는 점을 내세운다. 전 가구에 제공된 광폭 테라스를 입주민들이 카페·정원·갤러리·캠핑존·미니 골프연습장·자녀 놀이 공간 등 개인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49만㎡에 달하는 운정호수공원과 시너지를 내면서 코로나19를 타파할 환경친화적 여건을 내세운 점이 분양완판 비결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차량 10분 거리 내에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있고 메가박스·롯데시네마, 카페거리 등 문화시설도 지척에 있다. 도보 10분 거리 내에 가온초와 지산중이 자리 잡고 있어 학교 통학여건도 양호하다.
▶최신식 아파트식 설계, 커뮤니티 갖춘 곳 늘어
최신식 아파트가 갖춰야 할 특화 설계, 커뮤니티 시설에도 신경을 썼다. 전 가구 4∼5베이 구조를 적용했다. 조망과 채광에 신경을 쓰고 바람이 통하는 집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알파룸과 펜트리 설계를 통해 수납공간을 대폭 늘렸고 최상층 펜트하우스에는 다락 공간을 넣었다. 지상은 입주민들의 안전한 주거환경을 위해 ‘차 없는 단지’로 설계됐다. 한마디로 최신식 아파트에 들어가는 ‘알짜 설계’를 그대로 살리면서 모든 가구에 테라스가 들어가는 ‘혁신 설계’로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을 하는 수요자의 입맛을 두루 사로잡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파트와 함께 들어서는 상업시설도 최근 변화된 아파트 공간에 대한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초호화 타운하우스는 주거시설 중심으로 설계돼 상업시설에 대한 강조가 부족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럭셔리 타운하우스 옆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상가시설을 넣는 게 품격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기업 총수, 대기업 CEO 등을 타깃으로 한 테라스하우스는 이런 논리가 통할 수 있다. 하지만 10억원 내외 자금으로 테라스하우스를 구하는 수요층 입장을 배려하면 상황이 다르다. ‘아파트만큼 편하면서 테라스도 갖춘’ 집을 원하기 때문에 집 옆에 다양한 상가시설이 있어야 편하다.
그래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는 대로변과 접한 약 190m 길이의 스트리트형 상업시설을 넣었다. 모든 점포가 1층에 위치해 유동인구 흡수에 유리하다. 점포 내부는 최대 5.6m의 높은 층고가 들어간다. 운정신도시 중심에 위치한 49만여㎡ 규모의 운정호수공원과 맞닿아 있어 공원 산책로를 걷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구조다. 상업시설 조성이 완료되면 기존의 인근 상업시설과 연계해 지역 내 대형 랜드마크 상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 거주자는 테라스를 갖춘 집에서 녹지를 감상하며 일을 하다가 1층으로 내려와 단지 내 상가에서 커피 한 잔을 산 뒤 광활한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환경친화적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는 운정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일자리도 풍부하다. 향후 인근에 법원, 한국전력공사, 농어촌공사, 우체국, 보건소 등으로 구성되는 법조행정타운 조성이 예정되어 있다.
세종시 고운동 유럽마을에서 10월 분양한 ‘아르티엠 더 블랙’ 타운하우스 35가구 역시 견본주택 문을 열자마자 모든 평형이 단숨에 팔려나갔다.
이 단지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합친 ‘블록형 테라스하우스’라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결과다. 도심 외곽이 아닌 세종시의 최 중심에 위치하는 장점을 내세웠다. 아파트 단지와 동일한 수준의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테라스, 세대별 단독 정원 등의 생활 편의를 두루 넣었다.
이 단지 바로 앞에는 온빛초, 온빛유치원을 비롯한 학교가 두루 있다. 추후 세종로 보조BRT(예정)를 통해 KTX 오송역, 서세종 IC 등 광역교통망의 접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세종시 최초로 단지 내 녹지비율을 40%로 올렸다. 도시 환경 속에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제천수변산책로와 고운뜰 공원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아르티엠 더 블랙
▶수도권 타운하우스도 분양가 대비 가격 점프
‘타운하우스 시세가 오르지 않는다’는 통념도 과거의 일이 됐다. 지난 2017년 3월 경기도 김포시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 ‘자이 더 빌리지’는 5억원대 후반에 분양한 전용 84㎡ 호가가 7억원 근처까지 올랐다. 같은 해 5월 청라신도시에서 분양한 타운하우스 ‘라피아노’ 역시 입주 이후 시세가 분양가 대비 수천만원 점프했다.
세종시에서 건영이 공급한 타운하우스 ‘라포르테 세종’도 같은 맥락이다. 건영이 세종시 6-4생활권 B1블록에서 전용 84㎡ 단일면적 총 127가구를 공급 중이다. 타입별로 테라스형 54가구, 단독형은 73가구다. 단독형 타입의 경우 발코니 확장면적만 26㎡에 달한다. 예상 분양가는 7억원대 중반~8억원대 중반이다.
세종시 집값은 행정수도이전론이 불거지며 올해 가파르게 올랐다. 세종시 더하이스트 전용 84㎡은 연초 6억원대 초반에 계약서가 오갔지만 최근 호가는 11억원까지 치솟았다. 인근 새뜸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 호가는 12억5000만원에 달한다. 김민홍 건영 대표는 “세종시 아파트와 비교해 분양가가 훨씬 저렴해 삶의 만족도는 물론 분양 이후 시세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원수산을 뒤편에 끼고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산지를 끼고 있는 단지 형태로, 경사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설계를 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자연과 최대한 어우러지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경사 지형을 지하 주차장이나 차량 전용 통로로 설계해 지상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지하 주차장의 경우 각 세대마다 약 2대분의 공간이 제공된다. ‘차 없는 단지’를 표방해 주차공간과 함께 모든 차량 동선이 지하로 설계된 것이다. 어린 자녀들의 안전사고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산지 지형을 활용한 단지 장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생할 수 있는 열 손실이나 결로를 방지할 수 있는 단열재가 연속으로 들어간다. 절수기 일체형 싱크수전과 에너지 소비효율 기기를 최대한 활용해 관리비 부담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500만 화소 CCTV와 센서 감지 자동 조도조절 보안등, 통합 경비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대표는 “외부인이 허가 없이 단지를 출입할 수 없다”며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와 동일한 경비 서비스를 넣었다”고 말했다.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
이 같은 테라스하우스 수요는 수도권이나 세종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국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계성건설이 전라북도 익산시 일대에 조성한 ‘익산 이지움 더 테라스 아트리체’가 흥행한 것이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이 단지는 지난 10월 말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7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598개의 청약 통장이 몰리며 평균 3.4대 1, 최고 34.1대 1(전용 84㎡F)의 높은 경쟁률로 전 세대 1순위 마감을 기록했다. 이어 ▲전용 84㎡C 19.1대 1 ▲전용 84㎡E 1.8대 1 ▲전용 84㎡B 1.5대 1(68가구 모집에 103건 접수) 등의 순으로 마감됐다.
익산 이지움 더 테라스 아트리체 역시 전 가구에 테라스를 넣은 테라스하우스다. 다양한 특화설계, 첨단 및 보안시스템 등도 빠짐없이 넣었다.
지하 1층~지상 4층, 20개 동, 총 192가구, 전용 84㎡ 단일면적으로 조성한 전형적인 ‘실속형 테라스하우스’다. 전 가구를 남향 위주로 배치해 아파트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2개 층을 한 세대가 사용하는 듀플렉스 구조(복층형)와 한 세대가 한 층을 모두 사용하는 4베이 구조(단층형)를 갖췄다.
▶개인정원, 계절창고 등 장점 많아
듀플렉스 1~2층 세대는 광폭 전면테라스와 개인정원이 각각 3m 길이로 들어간다. 여기 들어가 사는 주민은 개인 취향에 맞게 카페나 휴식공간 등으로 공간을 꾸밀 수 있다. 듀플렉스 3~4층 세대는 다락방과 2면 개방형 루프탑테라스가 들어간다.
층고 높이가 2.4m로, 일반 아파트 층고(2.3m)에 비해 10㎝ 더 높게 설계했다. 거실 폭도 일반 아파트 전용면적 84㎡(4.5m)와 비교해 좀 더 긴 최대 5m로 설계했다. 집안에서 많은 활동을 한다는 가정 하에 집을 설계했기 때문에 거실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단지 내부에는 전 세대 지하 계절창고가 들어간다. 현관 수납, 창고 수납, 발코니 수납, 청소기 수납장으로 공간활용도를 높였다. 단지 내 어린이 물놀이터와 펫 케어존, 카 케어존, 헬스 및 골프연습장 등이 두루 배치된다. 신축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근 소비자 수요를 두루 고려한 설계를 채택했다는 얘기다.
보안시스템도 두루 넣었다. 200만 화소급의 CCTV와 동체감지기, 방범형 도어카메라가 들어간다. 가구 내 월패드 및 스마트폰을 연동해 엘리베이터 호출, 현관문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주차관제 시스템, 비상콜 등 아파트와 동일한 홈 IoT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 단지는 익산산업단지와 익산제2일반산업단지, 익산국가산단, 국가식품클러스트, 왕궁물류단지 등이 주변에 위치해 있다. 직주근접형 단지인 점이 청약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수에서도 테라스하우스가 분양 중이다. ‘럭셔리 뷰티크 테라스 하우스’를 표방한 ‘여수 한국아델리움 오션프랑’이 11월 공개됐다. 이 단지는 총 18개 동, 지하 1층~지상 5층(필로티 제외 4층), 274가구 규모다.
청라 라피아노
‘테라스’ ‘옥탑방+옥탑테라스’ ‘정원+선큰’ ‘테라스+선큰’ 등 다양한 특화설계를 넣었다. 전용면적 기준 ▲84㎡T 92가구 ▲84㎡A 40가구 ▲84㎡B 33가구 ▲84㎡C 73가구 ▲110㎡T 32가구 ▲110㎡A 2가구 ▲110㎡B 2가구 등 2가지 주택형의 7가지 타입으로 이뤄진다. 옥탑 다락방 특화설계가 적용되는 복층 구조의 테라스하우스 실내는 층별로 인테리어를 차별화하면 2채의 집에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외 피트니스, 숲속놀이터(어린이놀이터), 전망휴게데크, 티하우스 등의 커뮤니티시설을 두루 설계했다. 좌수영 음식문화거리, 여수 수산물시장, 남산공원, 롯데마트 등의 생활편의 인프라를 내 집 앞에서 ‘슬세권(슬리퍼+역세권)’으로 누릴 수 있는 입지다.
앞서 설명한 실속형 테라스단지보다 분양가는 비싼 ‘럭셔리 테라스하우스’ 분양도 활황세다. 서울 용산에 분양 중인 테라스하우스 ‘아페르 한강’이 대표적이다.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와 ‘하우스 클리닝 서비스’가 입주 후 1년간 무상 제공된다. 입주민들 간 사교의 장이 될 커뮤니티 공간도 설계됐다. 악기·성악 등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레슨룸을 비롯해 스크린골프장, GX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단지 외관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착안한 화이트 컬러 슬라브 판재와 투명한 유리박스가 적층을 이루도록 설계됐다.
‘아페르 한강’은 풍수지리학적으로 길(吉)하다는 배산임수의 입지를 갖췄다. 최고급 주거시설로 부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사로잡은 바 있다. 주변 자연경관 뷰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공간 활용도도 뛰어나다. 특히 상부층 일부는 복층 펜트하우스 구조로 설계됐다. 차별화된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페르용산이 시행, 현대건설이 시공한다.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동 4-18 외 6필지에 지하 5층~지상 10층, 전용 205.84~273.94㎡ 테라스 하우스 26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분양한 테라스하우스는 경기가 꺾이면 급속히 매력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서판교 일대 집중됐던 럭셔리 타운하우스는 분양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속속 팔려나갔지만 일자리 타운이 더 가까운 동판교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지금은 과거의 명성만큼 인기가 좋은 편은 아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분양가 부담으로 집값이 당시 대비 떨어진 곳도 있다. 같은 시기 시세를 분출한 동판교와 상당한 비교가 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나만 좋은 집이 아니라 남들도 살고 싶은 집이어야 시세는 오르는 법”이라며 “누가 봐도 살기 좋은 집의 여건은 갖췄는지, 주변 편의시설과 평면 등은 인근 아파트 대비 손색이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