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삶의 질이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2016년 UN이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일과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분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간소한 물건과 느리고 단순한 삶 그리고 모던, 심플한 디자인의 덴마크는 휘게 라이프(Hygge는 편안함, 아늑함을 뜻하는 덴마크어)의 나라다.
덴마크 출신의 유명한 건축가는 요른 웃손(Jorn Utzon)이다. 호주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시드니에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한 건축가가 바로 요른 웃손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셀 구조, 즉 조개껍데기 모양의 혁신적인 디자인은 규정이나 원칙을 벗어난 사고를 통한 창의성에서 나왔다. 덴마크 현대건축의 대부분은 이러한 창의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벨라 스카이 호텔
덴마크 왕립 도서관
▶심플하고 실용적이며 편리한 디자인과 건축
북유럽의 덴마크는 추운 지역인 탓에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이러한 영향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과 기능성,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함이 덴마크 디자인의 특징이다. 덴마크 건축과 인테리어에서 빛과 조명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거장인 한스 베그너는 1949년에 위시본 체어(Wishborn Chair) 의자를 제작했으며, 아르네 야콥센은 1951년 개미 의자라고 불리는 앤트 체어를 만들었다. 앤트 체어는 출시 당시 팔걸이 부분이 없고 다리가 3개인 형태가 매우 참신했기 때문에 크게 히트를 쳤다. 등받이와 좌면의 삼차원 일체성형 공법을 세계 최초로 실현하였고 현재까지도 판매되고 있다. 덴마크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최소한의 형태로 최대한의 기능을 하는 특징을 보여 준다. 조명기구의 경우 수작업으로 종이를 한 장씩 접어서 만든 르 클린트(Le Klint) 램프와 조명 브랜드인 루이스 폴센(Louise Poulsen)은 덴마크 모더니즘 경향을 대표하는 조명기구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덴마크 현대건축은 단순한 구조, 최대한의 기능, 조형 예술성 그리고 자연을 잘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바우하우스가 강조한 모더니즘, 기능주의 영향에 자연과 결합한 디자인 스타일이다. 현대건축의 특징은 모더니즘 건축의 한계 극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며 다양한 경향으로 분화됐다. 건축의 다양한 가능성과 새로운 형태를 구성하며 실험적, 진보적 발전을 하고 있다. 다원주의적 경향의 건축으로서 첨단기술, 기계미학, 예술성 및 자연을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의 덴마크 현대건축의 주요 건축물을 소개한다.
▶벨라 스카이 호텔과 덴마크 왕립 도서관
‘벨라 스카이 호텔(Bella Sky Hotel)’은 쌍둥이 건물 매스가 서로 경사지고 비틀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사 각도가 지면의 수평면을 기준으로 피사의 사탑 5.5도보다 4배나 더 기울어진 건축물이다. 이러한 구조는 바람이 많이 부는 덴마크 날씨에 적합하도록 경사진 외관을 적용한 결과이다. 구조 시스템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을 적용했다. 디자인은 덴마크의 건축가 그룹인 3XN에서 했다.
벨라 스카이 호텔의 위치는 코펜하겐의 남쪽 신도시 개발지역인 외어스태드(Orestad)로 국제공항과도 가깝다. 호텔의 최고높이는 항공관제 규정 때문에 가능한 최고높이인 76.5m로 지었다고 한다. 외어스태드 지구는 섬이고 지대가 평평하기 때문에 바람이 아주 강한 지역이다. 덴마크 국토 전체가 보통 비바람이 세게 불 때는 사람이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강하다. 풍력, 풍압, 풍환경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타워의 방향을 경사지고 비틀리게 함으로써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풍동시험의 결과를 분석하여 입면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비틀린 모양을 한 두 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호텔 외관 디자인의 모티브는 춤추는 커플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15도 기울어진 2개 동과 바람결 패턴의 외벽 디자인은 건물의 규모만큼 디자인의 차별성을 보여 준다. 이러한 디자인과 구조설계를 위해서는 3D 모델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또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체 파사드에서 유리 사용을 50%로 제한하면서 만들어낸 독특한 외관과 디자인은 치열한 디자인 사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벨라 스카이 호텔’은 2011년 준공된 북유럽 최대 규모의 호텔이다. 호텔은 814개의 객실과 레스토랑 3개소, 바 2개소, 스파 및 휘트니스 센터, 30여 개의 미팅룸, 그리고 국제회의 및 공연이 가능한 컨벤션 센터를 갖추고 있다. 건축설계는 3XN의 토마스 에릭슨이 진행했다. 3XN은 북유럽의 3대 건축사무실 중 하나다. 3XN의 주요 프로젝트는 덴마크, 네덜란드, 중국 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암스테르담의 콘서트 홀, 외어스태드 짐나지움 등이 있다. ‘덴마크 왕립 도서관(Royal Danish Library)’은 1999년 기존 건축물인 구관과 신관을 연결 증축한 건물이다. 코펜하겐 해안가에 마름모꼴의 형태와 화강암 외벽 마감으로 건축된 이 건물은 덴마크의 건축사무실인 Schmidt, Hammer and Lassen이 디자인했다. 날카로운 모서리의 검은색 화강암과 항구의 물을 반영하는 유리로 외장을 구성했다. 또한 중앙 휴게실의 파도 모양의 발코니에서 24m 높이의 아트리움으로 건물을 수직으로 분할하면서 항구의 전경을 보여 준다. 신축 도서관의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인해 덴마크 왕립 도서관은 항구 산책로의 일부이자 코펜하겐의 중심 문화 센터로 변하였으며,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 덕분에 코펜하겐의 아이콘(Icon)이 되었다. 외부 벽면의 예각의 날카로운 입면과 검은색 화강암으로 인해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린다. 내부의 벽면 및 평면은 곡선 형태의 노출콘크리트 마감으로 되어 있다.
‘덴마크 왕립 도서관’은 외부의 운하를 이용한 경관과 극적인 내부공간의 연출, 그리고 24m 폭의 대형 아트리움과 물결형태의 독특한 발코니 디자인은 전 세계 다른 많은 건축물에 디자인 요소로서 영향을 주었다.
규모는 지상 7층, 지하 1층으로 연면적은 2만1000㎡이다. 내부 공간구성은 열람실과 같은 전통적인 도서관 기능뿐만 아니라 600석 규모의 콘서트홀, 전시실, 서점, 카페 및 레스토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Schmidt, Hammer and Lassen 그룹의 설계 철학은 사람, 물질, 공간 및 빛에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이라고 한다.
8 House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
▶코펜하겐 아이티 대학교와 티에트겐 학생기숙사
‘코펜하겐 아이티 대학교’는 내부공간 아트리움의 혁신적 디자인을 보여준다. 두 개의 건물 매스를 연결하는 중앙의 거대한 아트리움의 1층에는 로비, 휴게공간을 겸한 계단이 있으며, 박스형으로 돌출된 회의실, 자율학습실 및 분임토의실의 벽면에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다. 아트리움 내부공간의 독특한 형태 및 인상적 이미지로 혁신적인 디자인 공간임을 표현하고 있다. ‘코펜하겐 아이티 대학교’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글로벌 정보화 관련 석사 및 박사과정의 재학생 2000명 규모의 대학교이다.
덴마크의 건축사무소 Henning Larsen Architects에서 디자인했다. 건축 디자인을 위한 초기단계 요구사항은 첫째, 코펜하겐 시와의 조화로운 건축물이어야 하며 둘째, 재학생이 선호하는 건축물이고 셋째와 넷째는, 교육 및 IT 환경에 적합한 건축물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아트리움공간으로 자연광을 유입하고 개방감을 유도하면서 투명하고 자유로운 교육공간을 설계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는 코펜하겐의 우수한 건물 디자인 Top 10으로 선정된 건물이다.
기숙사의 규모는 지상 7층으로 연면적은 2만6500㎡이며, 360실 규모의 기숙사로서 수용 인원은 400명이다. 원형 기숙사의 독특한 외장재는 황동합금이지만 나무의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으며, 내부는 노출콘크리트 및 자작나무 마감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중국의 집단 주거지 토루와 같은 원형 주거 건물이다. 건축계획에서 이러한 원형 배치는 가장 완전한 형태임을 알 수 있는 평면계획이다. 기숙사는 학생들을 위한 공동주방과 거실 그리고 1층에는 세탁실, 자전거 보관실, 무인 택배실, 자율학습실 등 다양한 공동시설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원형 기숙사의 내부 중정에 돌출된 구조는 철선에 매달린 구조 시스템이다.
▶8 공동주택과 VM 타운하우스
비야케 잉겔스 그룹(Bjarke Ingels, BIG)이 설계한 ‘8 House 공동주택’은 건물 배치평면이 8자형이다.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1층 외부 출입에서 시작하여 최상층 펜트하우스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 이는 기능적으로 덴마크 사람들 생활의 일부인 자전거를 끌고 자기의 집 앞까지 갈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결과다. 8자형 배치 교차를 통해 자연스럽게 두 개의 내부 중정(공동주택안의 작은 뜰)이 건물에 둘러싸여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차단하며, 입주민들에게는 힐링의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덴마크는 평지로 구성된 나라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산에 대한 동경 그리고 등반에 대한 열망이 강한데, 산을 이미지화하여 건축구성 요소로 디자인에 적용하고, 경사지붕 옆에 경사로를 설치하여 걸어서 최상부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코펜하겐 신도시에 위치한 복합건축물로서 총 486세대의 주거시설은 타운하우스 89세대, 아파트 271세대, 펜트하우스 108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세대별 출입구 현관에는 작은 공간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는 세대별로 소규모 화단을 가꾸거나, 이웃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소규모 공간으로 활용된다. 2세대 혹은 4세대별로 계단 및 엘리베이터로 구성된 코어 22개가 있으며, 타운하우스와 펜트하우스는 복층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야케 잉겔스 그룹은 디자인 프로세스에 다이어그램의 특성을 이용하여 디자인을 표현하는 건축가 그룹이다. 건축물의 위치에 대한 문화와 환경을 해석하여 디자인과 융합하여 창의적이며 인간적인 건축물을 설계한다. 비야케 잉겔스는 2005년 BIG 그룹을 설립하고 해양박물관, 청소년센터, 콘서트 홀 등을 디자인했다.
‘VM House’는 V자와 M자의 건물배치 평면형태를 가진 2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타운하우스이다. ‘Π’ 자 형태의 쌍둥이 건물 매스(Mass)를 주변 지형을 고려하여 세대별 전망 및 프라이버시, 채광을 확보하고, 이웃과의 소통이 가능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 평면적으로 V자형과 M자형으로 배치하였다. 환경적 제한사항을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 기법을 활용하여 해결한 건축물이다. 230세대 규모의 타운하우스 및 공동주택이며, 전체 연면적은 2만5000㎡이다. 각 단위세대는 65~120㎡ 규모다. 각 세대는 복층형 구조로 다양한 단위세대별 평면을 제공해 공동주택의 획일성을 배제하고, 독특한 건물 입면 디자인을 통해 타운하우스에 개성을 부여했다.
외벽 파사드는 유리로 되어 있으나, 투명하거나 평범한 외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건물 외벽면에 삼각형의 철재 돌출 발코니를 설치했다. 이러한 각 세대별 삼각형 발코니는 주말에 이웃 세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건물 외벽 파사드를 예각 사용과 비정형적 배치를 통해 디자인함으로써 다양성과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파사드 디자인은 덴마크 건축의 특징인 창의성과 인간미를 나타내며, 자연환경과 채광을 고려하면서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디자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