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maker] `클라우디아 고메즈` 알타이르 수출담당 이사, “한국에 칠레 와인 많다고요? 칠레엔 한국 상품이 넘쳐납니다”
입력 : 2012.01.26 15:13:26
수정 : 2012.02.10 10:22:33
“산티아고 거리에 나가면 기아 현대차가 줄지어 다닌다. 집에선 삼성 TV를 보고 있다.”
새 와인을 소개하러 온 클라우디아 고메즈 알타이르(ALTAIR) 수출담당 이사는 한·칠레 FTA의 효과를 묻자 “칠레가 한국에 와인을 많이 판 것처럼 칠레에서 한국 상품을 수없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네 번째 왔다는 그는 “한국은 첫 번째로 문을 연 시장이며 세 번째로 큰 시장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견우성을 뜻하는 알타이르(ALTAIR) 와이너리는 칠레 안데스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칠레에서 두 번째로 큰 VSPT(Vina San Pedro Tarapaca) 와인그룹이 소유하고 있는데 산페드로는 1865 와인도 생산한다.
고메즈 이사는 “알타이르는 VSPT 그룹의 톱 브랜드로 럭셔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철학이나 스타일은 그룹 내 다른 와이너리와 다르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카비네소비뇽을 비롯해 카비네프랑이나 시라, 쁘티베르도, 카르미네르 등의 포도를 재배하며 알타이르와 시데랄 두 종류의 와인만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양조학을 배우고 보르도에서 와인을 만들다가 칠레로 돌아간 고메즈 이사는 이와 관련해 “카비네소비뇽을 70% 이상 사용하고 그때그때 조건을 감안해 나머지 품종을 블렌딩한다”면서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추구하지만 칠레의 고유한 테루아의 특성을 살려서 다른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과거엔 오직 프랑스 와인을 위한 테루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나라에 테루아가 있다. 유니크하다는 얘기다. 알타이르는 특히 안데스산맥과 태평양 사이의 독특한 지형에 위치해 더욱 독특한 테루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것은 알타이르가 70헥타르나 되는 넓은 포도밭을 갖고 있음에도 알타이르로 3500 케이스, 시데랄로 1만 케이스만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시장이 충분히 커지지 않아 그런 전략을 고수하면서 나머지 포도를 비싼 값에 다른 와이너리에 판매한다고 했다.생산량을 제한하면서까지 최고의 와인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게 이들의 전략인 셈이다.
현재 알타이르는 프랑스의 와인 전문가인 파스칼 샤도네의 컨설팅을 받아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프랑스 최고급 와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같은 품질은 국제적으로 알려져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 앞서 영국 '디캔터'지가 전 세계 100개 와이너리를 초청한 런던 테스팅에 참여한 뒤 중국 상하이와 산시 베이징을 거쳐 왔다고 밝혔다. 또 3개월 전 '디캔터'지가 칠레의 베스트 와이너리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이와는 별도로 칠레의 와인잡지 '라 카브(La Cav)'가 알타이르를 95점으로 최고 와인으로 선정했고 시데랄도 94점으로 같은 가격대 와인 중 최고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 음식과 매칭을 해본다는 그는 “한국 쇠고기는 기름기가 적절히 있고, 한국 음식은 대체로 스파이시(매콤)한데 생선 요리조차도 스파이시해서 알타이르와 잘 어울린다”고 강조했다.
실제 라즈베리와 시가, 후추 향이 조화를 이뤄 우아한 느낌을 주는 알타이르를 한 모금 머물자 잘 숙성된 탄닌이 부드럽게 입안을 씻어주는 게 육류 요리와 궁합이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알타이르가 한국에 들어온 지 3~4년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양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알타이르는 생산량의 15%만 국내서 소비하고 85%를 수출하는데 주요 소비시장은 한국과 중국, 브라질, 스위스 등이다.
글로벌 위기는 벌써 극복
글로벌 위기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해 고메즈 이사는 “(글로벌 위기에) 지진까지 겹쳐서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최근 각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각국 소비자들이 칠레 와인이 싸고 좋다는 것을 알고 선호하고 있고 칠레 정부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칠레의 국민성은 한국의 국민성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우리는 매우 빠르게 해내고 있다. 프랑스는 500년 와인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대륙의 역사가 500년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는 빠르다. 매우 부지런한 국민이다. 기술 분야 뿐 아니라 마케팅 분야에서도 아주 잘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각국으로 나가서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려고 한다. 더글라스 머레이(몬테스 와이너리 창업자)가 전 세계를 돌면서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린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칠레가 퀄리티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비싼 와인을 파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그는 “나는 제일이 되고 싶다. 제일 비싼 와인이라 팔기 힘들 거라고 하는데, 내가 제일이 되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잘 알리면 잘 팔릴 것이란 얘기다.
세일즈우먼된 와인메이커
그는 프랑스에서 양조학을 배우고 와인메이커를 하다가 칠레로 돌아가 세일즈우먼으로 전향했다. 왜 그랬을까.
“와인메이커는 힘들다. 항상 양조장에 붙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아이가 산티아고를 떠나기를 싫어해 직업을 바꿨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와인메이커로) 칠레에만 있으면 아무리 와인 전문가라도 좋은 와인을 접해보기가 쉽지 않아 이 직업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와인메이커의 꿈이 남아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8년을 살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와인도 좋아한다. 만약 와인을 만들게 된다면 칠레에선 화이트 와인을, 아르헨티나에선 레드 와인을 만들고 싶다."
■ 고메즈 이사가 제시하는 알타이르 와인 마시기
시데랄은 17도 정도가 마시기 좋은 온도다. 더 높으면 알코올이 높아진다. 알타이르는 마시기 1시간 전에 디캔팅을 하는 것이 좋다, 집중도가 높고 푸르트하기 때문에 산소가 필요하다. 미리 오픈해야 와인의 향미가 살아난다.
단, 알타이르를 디캔팅 할 때는 서서히 할 것을 당부한다. 와인을 만들 때 필터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터링을 하지 않는 이유는 와인의 아로마와 집중도를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