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오후 여의도 SIMPAC빌딩 11층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만난 서재형 대표의 어투와 외모는 꽤 서민적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서 대표를 만나기 전 갖고 있었던 경직된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서 대표는 인터뷰 내내 차분한 어조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그러나 자기주장과 소신을 밝힐 때만큼은 두 손을 모두 사용하며 강한 제스처를 내보였다. 지난해 12월13일 서재형 대표가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설립할 당시 여의도 증권가는 떠들썩했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 펀드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으로 ‘미래에셋디스커버리’, ‘미래에셋 3억 만들기’ 펀드 등을 성공시킨 주역이 바로 그다.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설립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1조5000억원을 모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펀드와 주식은 그 속성이 다르기에 투자방법도 달라야 한다.
서 대표는 이에 대해 설립 초기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주식과 랩에 대해 새롭게 공부도 많이 한 덕에 이제는 적응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해 서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또 그의 투자원칙은 무엇이며 어떤 투자기술을 갖고 있을까. 서 대표는 지수와 목표가에 연연하지 말고 기업을 들여다보라고 강조했다. ‘매매’를 하지 말고 ‘투자’를 해야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즉 우량기업에 장기투자하라는 의미다.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펀드매니저 시절, 투자자들이 잘못 투자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식에서 돈 번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노하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보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회사를 설립했다.
잘못된 투자란 무슨 말인가.
투자에서 탐욕은 절대 금물이다. 투자의 제1원칙은 안 잃는 것이다. 욕심이 과하면 기필코 돈을 잃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1년 수익이 몇% 정도면 성공한 투자라고 할 수 있나?
무위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 이자가 현재 4%대 아닌가.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해마다 10% 중반대 수익률을 올린다면 굉장히 훌륭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라는 유명세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유명세가 부담스럽다. 회사 설립하고 나서 펀드시장과 랩시장이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 고객의 기대치도 이쪽이 훨씬 높다. 단기매매는 거의 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쪽에서는 단기고수익을 기대하고 들어오는 고객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나도 단기매매를 할 때가 있게 됐다(웃음). 아직도 적응해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내게 이래라저래라 주문하는 고객은 없더라도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서 대표만의 투자원칙과 투자철학은 무엇인가.
우량기업이면서 성장성 있고 싼 주식을 장기투자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많은 사람이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원칙은 큰돈을 벌게 해준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설사 현재 주가가 형편없더라도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성장성이 있다면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무조건 사모아야 한다.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익과 유동성인데 우량하고 성장성 있는 회사의 주가가 싸다는 것은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이익은 유동성을 불러온다. 유행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한다. 간혹 그런 ‘미인주’가 단기적으로 성공할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필패한다. 어깨에 사서 머리에서 먹기는 매우 힘들다. 그렇지만 발목에 사서 무릎에 먹는 건 아주 쉽다. 투자정보를 뉴스에서 얻는 순간 투자는 잘못된 길을 간다고 보면 된다.
일반 투자자들은 우량하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아주 뛰어난 사람이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발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더욱이 생업·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주식투자를 별도로 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처럼 하루 종일 주식만 보고 기업을 탐방하고 고민하는 사람들과 차이는 엄청나다. 전문가들의 축적된 정보와 노하우를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우량 성장 기업은 어떻게 발굴하는가.
주식은 미래의 기업 가치를 사는 것이다. 그래서 상상력도 중요하다. 미래의 메가트렌드는 무엇일지 상상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파악하고 발굴해야 한다. 발굴해낸 기업 중 새로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술력, 자금력, 매출처를 확보한 기업이 우량 성장 기업이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홀로 많이 공부하고 꼼꼼히 분석한 후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인생에는 세 가지 투자가 있다. 가장 중요하고 신중한 투자는 배우자를 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직업을 갖는 것, 세 번째는 재테크·금융 투자다. 주식투자는 적어도 배우자를 구할 때만큼의 노력과 신중을 기해야 성공할 수 있다. 주식투자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다. 부동산과 비교해 봐도 확연하다. 집 살 때를 생각해 보라. 화장실은 깨끗한지, 벽에 미세한 균열은 없는지, 개수대의 물은 제대로 내려가는지, 창의 위치는 좋은지, 외풍은 없는지 등등 여기저기 구석구석 모든 것을 꼼꼼히 다 살펴보지 않나. 그런데 주식투자는 왜 그리 가벼이 대하는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라. 웬만한 사람은 모두 주식투자 전문가인 양 행세한다. 왜 그리 다들 주식투자에 도사들인지…(웃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최소한 배우자 구할 때만큼 노력해야 성공한다.
CEO의 자질도 중요 요소로 보고 있는데, 어떤 CEO를 선호하는가.
미래의 메가트렌드를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선점하려 애쓰는 CEO를 선호한다. 적극적으로 트렌드를 앞서 포트폴리오를 바꾼 기업의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기업을 그렇게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는 CEO에 달려 있다.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형주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중소형주라기보다는 갑 기업에 주목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갑이다. 갑이 을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나는 내 고객에게 을을 사주고 싶지는 않다. 다시 말하지만 투자의 제1원칙은 잃지 않는 것이다. 갑 기업의 주식은 비록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회복한다. 하지만 을에 해당하는 기업의 주식을 잘못 사면 영원히 매입가가 오지 않을 수 있다. 원청회사가 협력업체를 변경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기라도 하면 을 기업은 날벼락을 맞게 된다.
올해 들어서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또 언제까지, 어느 정도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이 증가하면 크레디트마켓이 붕괴하지 않는 이상 장기적으로 계속 올라간다. 나는 지수와 목표가를 전망하지는 않는다.
코스피지수 320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도 전망하라고 해서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우리나라 경제가 해마다 4%씩 성장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두고 한 것인데 그것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경제성장이 멈추면 대책 없는 것 아닌가. 성장이 멈췄는데 어떻게 주식시장만 강세겠는가.
어떤 징후에 주식을 매도하는가.
디플레이션이나 크레디트마켓이 붕괴할 때, 또 경제성장률이 3% 미만이면 주식시장은 재미없다.
현재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주도주인 자동차, 화학주에 대한 매력이 여전하다고 보는가. 또 앞으로 유망한 업종과 종목은 무엇인가.
주도주는 없다. 다만 기업만 있을 뿐이다. 주식은 펀드와 다르다. 펀더멘털이 다른데 어떻게 주도주라는 묶음으로 다 오를 수 있겠는가. 향후 유망업종이나 종목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매우 좋아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경제와 주식투자에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미국과는 안보 등 여러 관계로, 중국과는 지리적 관계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G2와 모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무척 좋은 조건이다. 단 전쟁만 없다면….
대세상승이냐 조정이냐의 갈림길에서 현재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에 대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성장성 있고 주식이 싼 기업을 발굴하라. 또 끈기를 갖고 장기투자하라. 시간이 지나면 큰 열매가 계좌로 들어올 것이다. 절대 흥분하면서 사면 안 된다,
자문사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만큼 자문사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창의투자자문만의 특화 전략은 무엇인가.
나의 업은 운용 철학을 파는 것이다. 숫자와 소통, 겸손이 내가 팔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하는 투자자라면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나라 투자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며 서 대표가 꿈꾸는 투자문화는 어떤 것인가?
자꾸만 구간을 잘라서 보려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밥이 익기 전에 뚜껑을 너무 자주 열어보는 것과 같다. 정말 좋은 주식은 구간의 의미가 없다. 그런 주식에 장기투자하면 크게 먹을 수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투자가 아닌 매매를 하고 있다. 그런 투자자들은 차라리 매매가 어려운 장외주식을 사라고 하고 싶다. 장외주식에도 좋은 게 아주 많다. 매매를 하지 말고 투자를 해야 한다.
따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지?
별로 없다. 정말 큰일이다. 머리가 항상 맑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스스로 안타깝다.
앞으로 계획과 포부는.
좋은 투자하면서 탐욕 없이 세상과 조화롭게 살고 싶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선한 금융인이 되고 싶다. 큰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 큰돈을 벌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 설립한 것이 아니다. 세상을 속이지 않는 당당한 금융인이 되고 싶다. 돈을 잃더라도 고객들에게 왜 잃었는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용을 창출하는 수익을 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