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반 기상. 30분 동안 출근 채비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경기도 일산에서 강남 신사동까지 이동시간은 1시간. 지하철로 이동할 땐 새로 장만한 아이폰4G에 다운받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영어회화나 TV드라마를 즐긴다. 출근 전 아침식사는 맥도날드 맥모닝이나 훼미리마트의 먹을거리로 해결한다.
퇴근 후엔 한잔하자는 유혹을 뒤로하고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일러스트레이션의 거장 '장자크 상페 특별전'이 한창이다. 한 시간 남짓 전시회를 둘러 본 후 강남역 카레전문점 코코이찌방야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여타 식당에 비해 넓은 1인석이 맘에 들어 자주 찾는 곳이다. 입맛에 따라 매운맛과 토핑, 밥의 양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스테이크가 먹고 싶을 땐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에 들르기도 한다. 양재점과 시청점엔 싱글을 위한 바가 마련돼 있어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잠깐 마트에 들렀다. 식품매장에 소량 구매가 가능한 반찬과 국거리 등이 즐비하다. 홀로 한잔 하고 싶을 땐 187㎖ 용량의 보해 복분자나 매취순, 국순당의 명작 복분자 미니병을 고르기도 한다. 위스키가 생각날 땐 20㎖ 스카치블루 포켓이 제격이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장윤성씨의 일상은 더불어 살며 홀로 즐기는 삶이다. 지난해 가을 부모님과 함께 살다 전셋집을 구해 독립한 장씨는 최근 흔히 회자되는 ‘싱글족’이다. 이른바 싱글족의 대두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 들어 이들의 소비파워에 각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잠정집계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는 2005년 2.88명에서 지난해 2.67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1인 가구 비율은 2005년 20%에서 23.3%로 3.3%p 증가했다. 네 가구 중 한 곳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싱글족이라고 다 같은 싱글족일까. 마케팅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싱글족은 20~30대 미혼을 지칭한다”며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고 소비패턴을 선도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싱글족을 세분화하며 그들이 ‘싱글이 된 원인’에 집중했다. 우선 자발적으로 싱글이 된 이들은 여유로운 삶을 지향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화려한 싱글이다. 소비패턴도 화려하다. 절약·저축보다 인생을 즐기는 계층이다. 고로 자신에 대한 물질적 투자가 확실하다.
반면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싱글이 된 이들은 한시적인 싱글이다. 결혼 혹은 자기개발을 중시한다. 그렇다고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에 인색한 건 아니다. 대부분의 싱글족이 이 경우에 속한다. 또한 가족과 함께 사는 2차 싱글족도 존재한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사회생활에 있어선 화려한 싱글과 별반 다르지 않다.
OECD에 따르면 2007년 기준 30개 가입국 중 1인 가구의 순소득은 한국이 3만7488달러로 가장 높았다. 이는 OECD 평균 2만4660달러보다 1만3000달러 이상 많은 것이다. 국내 싱글족과 4인 가구의 순소득 차이는 불과 1037달러. 그만큼 4인 가구보다 싱글족의 삶이 여유롭다는 방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출시와 타깃마케팅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의식주를 아우르는 전 분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