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5만원권이 바꾼 세상, 다섯 가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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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2 18:04:23
수정 : 2011.08.26 16:06:37
지난해 6월23일 5만원권이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고액권이 새로 발행된 것은 1973년 6월의 1만원권 발행 이후 36년 만이다. 5만원권은 삶의 양식과 문화 측면에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5만원권이다. 가로 154㎜, 세로 68㎜ 규격의 황색 화폐에 대한 다섯 가지 미스터리와 이에 대한 진실을 다룬다.
# 사례1. 해외 출장이 잦은 대기업 해외영업팀 김모씨는 출장비로 50여만원을 입금 받았다. 그는 출장비를 인출하면서 현금인출기에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대신 5만원권 10장을 현금 출금했다. 수표를 사용할 경우 벌어질 번거로운 일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 사례2. 자영업자 이모씨는 다가오는 추석에 부모님께 용돈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20만원을 드릴 생각이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5만원권 넉 장으로 용돈을 준비했다. 기존에는 1만원권 스무 장을 드렸다. 이씨는 “1만원권 스무 장을 담을 때는 봉투가 두둑해 왠지 넉넉한 마음이었는데 5만원권 넉 장을 담은 봉투는 훨씬 가벼워 부모님께서 서운하게 생각하실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 사례3.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 과장은 지난해까지 축의금을 내는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3만원을 냈다. 하지만 올해 회사 후배 결혼 축의금으로 5만원을 준비했다. 동기들에게 축의금을 얼마나 준비했는지 묻자 “5만원권도 나왔는데 5만원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1: 발행량보다 유통량이 부족하다?
흔히 ‘007 가방’으로 불리는 서류가방에는 지폐가 정확히 1만 장 들어간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이전에는 서류가방을 1만원권으로 채울 경우 정확히 1억원을 담을 수 있었다. 이를 5만원권으로 채우면 정확히 5억원이다. 5만원권 지폐를 개인용 대형 금고에 가득 채울 경우 10억원 이상도 보관이 가능하다. 한편 5만원권을 활용하면 편지봉투 하나에도 500만원 이상을 담을 수 있다.
이처럼 36년 만에 출시된 고액권인 5만원권을 활용할 경우 작은 상자나 가방에 기존보다 5배나 많은 금액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5만원권은 출시 초반부터 뇌물이나 로비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5만원권 도입 초반에는 한때 강남권에서 사재기에 나서는 자산가들도 있었다. 이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여금고를 빌려 현금을 보관하거나 아예 개인 금고를 구입해 자신이 직접 현금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5만원권을 사재기하기도 했다.
금융권 강남PB센터의 한 센터장은 “고액권으로 보관하면 수수료도 얼마 들지 않고 내용물이 무엇인지 당사자 이외에는 알 수 없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대여금고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대부업 관계자 등 출처나 용도가 불분명한 돈거래가 잦은 업종의 자산가들도 주로 5만원권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의 유형에 속한다. 현금은 자금의 실소유권을 밝히기 어려워 비자금 조성에 유리하다.
이후에는 강남권 성형외과,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중계업자들도 자금을 현금화하는 데 동참했다. 금융권의 한 PB센터장은 “병원 등 현금으로 결제를 많이 하는 업종 관계자가 최근 현금을 보관하는 방법을 묻곤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비금융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2011년부터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내역이 보고되면 금융정보분석원이 금융거래 정보가 불법 행위와 연관돼 있어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청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관세청장에게 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여기에 상속세나 증여세를 피하려는 개인들도 5만원권 사재기에 동참하면서 한때 5만원권은 품귀현상을 겪기도 했다. 100억원 이상 상속이나 증여를 받을 경우 최고 세율은 50%에 달한다. 상속, 증여 금액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기 때문에 특히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미리 자산을 현금화해 후일 상속이나 증여를 할 때 납부할 세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자산가들의 5만원권 사재기 현상은 잠잠해진 상황이다. 지난 6월30일을 기점으로 금융거래 신고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6월 말부터 1000만원 이상 ‘혐의거래’의 경우 금융기관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혐의거래란 돈세탁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말한다. 개정안은 또한 외국 통화의 경우에도 현행 미화 1만 달러 이상에서 5000달러 이상으로 보고 기준을 강화했다. 기준이 강화된 지난 6월30일부터 보고 대상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수표나 유동 자산을 5만원권 지폐로 바꿔 사재기하는 현상은 뜸해졌다. 이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5만원권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5만원권 발행 초반과 달리 최근에는 심심찮게 시중에서 5만원권을 볼 수 있다.
미스터리2: 조폐공사 적자의 주범이다?
5만원권의 불똥은 다들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기도 했다. 5만원권 발행을 주도한 한국조폐공사는 아이러니하게 5만원권 때문에 사옥을 매각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조폐공사가 자구노력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서울 마포구 창전동 서울사옥을 캠코에 위탁해 매각한다고 밝혔다. 조폐공사 서울사옥은 대지면적 990㎡에 지상 3층 규모로, 지난 2007년 8월 경기도에 있던 조폐공사 분당사옥을 매각한 뒤 서울 진출을 위해 2008년 5월 매입했다.
조폐공사가 매입한 지 채 2년밖에 되지 않은 서울사옥을 매각하는 이유는 5만원권을 발행한 뒤 10만원권 수표 수요가 감소하는 등 경영수지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5만원권 지폐가 나온 뒤 5만원권 1장이 1만원권 5장을 대신하는 바람에 조폐공사는 일감이 크게 줄었다.
최성호 한국조폐공사 홍보지원실 차장은 “지난해 연간 9억9000장을 발행하던 조폐공사의 지폐 발행량은 5만원권이 등장한 뒤 5억 장가량으로 줄어들어 사업량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1만원권이 가장 고액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고액의 금액을 결제할 때 주로 수표와 어음을 이용했다. 하지만 5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어음과 수표를 이용해 결제하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5만원권 발행 이후 자기앞수표 발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이 발행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어음•수표 이용실적은 2008년 대비 건수로는 약 20%, 금액으로는 약 2% 정도 줄어들었다. 특히 자기앞수표의 이용실적의 감소폭이 컸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한국은행은 “5만원권 발행으로 인해 자기앞수표 발행 건수와 사용금액이 줄어드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5만원권이 주로 쓰이는 이유는 사용 기록을 남길 필요가 없는 현금이라는 점에 있다. 5만원권 사용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5만원권이 돈 전달이 쉽고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접대성 비즈니스 시 가끔 요식업과 숙박업에서의 고액 결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수표는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적는 등 배서를 통해 사용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반면 5만원권은 현금으로 시중에 자유롭게 통용되기 때문에 사용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5만원권은 수표뿐만 아니라 1만원권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주화(동전)를 뺀 전체 은행권 발행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6월 현재 13조7111억원으로 전체 발행 잔액 중 37%를 차지했다. 반면 5만원권 발행 이전 전체 화폐 발행액 중 85%를 차지했던 1만원권의 화폐 발행 비중은 50%대로 추락했다. 1만원권 발행 비중은 올 초 63.4%에서 3월 60.1%, 4월 58.6%, 5월 57%로 5만원권 발행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음식점과 호텔 등 요식업과 숙박업에서 10만원 이상 50만원 이하의 금액을 수표 대신 5만원권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이유는 역시 편리함 때문이다. 수표는 수표 뒷면에 배서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반면 5만원권은 현금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기존 1만원권이 최고 고액권으로 사용되던 당시에는 식대로 20여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1만원권이 무려 스무 장이나 필요했지만, 5만원권이 등장한 이후 단 넉 장이면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지갑에 넣고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그렇지만 5만원권이 많이 발행되고 있다고 해도 조폐공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개발비용 등을 감안할 때 5만원권은 장당 210원을 받아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데, 한국은행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5만원권 가격을 185원으로 정해 5만원권을 발행할수록 조폐공사의 적자는 가중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폐공사는 서울사옥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사옥의 매각 추정 금액은 100억원대로 조폐공사는 건물을 매각하면 5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경영실적 분석에 따르면 조폐공사의 지난해 매출은 3530억원으로 4년 만에 감소했으며, 2008년 56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5억2600만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미스터리3: 위조지폐가 많다?
올해 초 부산에서 황당한 5만원권 위조지폐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부산 모 병원 수납처에서 발견된 5만원권은 ‘5만원’이 아닌 ‘5만관’으로 표기돼 있으며, 5만원권의 도안인물인 신사임당 대신에 부처상이 그려져 있었다. 발행처 또한 ‘한국은행’에서 ‘극락은행’으로 바뀌어 명기돼 있고, ‘한국은행 총재’ 대신 ‘극락은행 총재’라는 글자가 적혀 있으며 불교 표식인 ‘만(卍)’자와 함께 지장보살이라는 글자도 표기돼 있었다. 부산의 한 병원 수납처에서 범인은 5만원권 위조지폐를 이용해 병원비로 지불한 뒤 거스름돈까지 받아갔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에서 가짜 5만원권이 기념품처럼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짜 5만원권은 중국에서 장당 2000원 안팎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가짜 지폐를 판매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기념품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유통업체나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판매용 지갑에 무료로 끼워주거나 어린이용 무료 지폐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짜 지폐를 다량 구매하기도 한다.
이처럼 고액의 지폐인 5만원권이 기념품으로 제조되고 일부 지역에서 위조지폐까지 등장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위조 5만원권에 대한 염려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5만원권이 출시된 이후 위조지폐는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상반기 중 위조지폐 발견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발견된 위조지폐는 4755장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5.7%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위조지폐 적발 규모는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연간을 기준으로 따져도 2007년부터 매년 감소세다.
권종별로 봐도 5만원권 위조는 많지 않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권종별 위조지폐는 5000원권이 3329장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1만원권 1375장, 1000원권 32장, 5만원권 19장이 발견됐다. 5만원권 위조지폐가 가장 적은 데다 모든 화폐가 전년 동기보다 적발 규모가 줄었다. 2006년과 2007년에 발행된 5000원과 1만원, 1000원권 위조지폐는 모두 1543장이었다. 당시에는 1만원권이 1293장으로 가장 많았고, 5000원권 227장, 1000원권 23장 순이었다.
기존에도 새로운 화폐가 발행될 때마다 다양한 위조지폐 감별 기능이 추가돼 위조지폐 발견이 감소돼 왔다. 실제로 2005년 이후 크게 늘었던 위조지폐 적발 규모는 2006년과 2007년 1월에 각각 새 은행권이 나오면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다.
5만원권 위조지폐가 예상보다 많지 않은 이유는 위조가 어려운 새로운 은행권 이용이 활성화된 데다 금융기관의 위조지폐 감별 기능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기관들은 위조지폐 감별 기능이 있는 지폐계수기 보유를 늘리는 등 위조지폐 적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성능 복사기 등 디지털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위조지폐 제조 기술이 향상돼 위조지폐가 잘 감별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편 5만원권은 한국은행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짜 지폐는 화폐도안 저작권 침해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정식 통관을 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무심결에 가짜 5만원권을 국내로 반입할 경우 관세법 및 저작권법 제139조에 따라 세관에서 현품이 모두 압수된다. 법원에서 벌금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 관세법상 밀수입 죄의 항목을 적용받아 밀수입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
미스터리4: ‘지폐 바꿔치기’를 조장한다?
5만원권이 세상의 빛을 본 이후 특히 심야 시간에 택시, 주점 등에서 5000원권이 5만원권으로 둔갑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일명 ‘지폐 바꿔치기’로 통한다. 지폐 바꿔치기는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5000원권과 5만원권을 바꿔치기 하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5만원권을 받고 5000원을 받았다고 잡아떼거나, 5만원권을 5000원으로 계산해 거스름돈을 지급하는 방식 등이 있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한 택시기사는 “5000원권과 5만원권의 색상과 크기가 비슷해 가끔 택시 요금이 5000원인데 5만원권 한 장을 주고 황급히 내려버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폐 바꿔치기를 일삼는 사기꾼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5만원권이 5000원권과 외관상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5000원권의 기본 색상이 살구색에 가까운 주황색이라면 5만원권은 그보다 좀 더 진한 황색이다. 기본 색상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보조로 사용된 색상도 비슷하다. 5000원권은 연녹색, 연청색 등의 색상이 화폐에 적용됐고, 5만원권은 녹색, 청색 등의 색상이 적용됐다. 5만원권과 5000원권은 세로 크기는 똑같고, 가로 길이도 거의 비슷하다. 5만원권이 5000원권보다 가로가 12㎜ 정도 길다. 크기도 거의 비슷하고 색깔도 유사해 5만원권을 5000원권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5000원권과 5만원권의 색상이 유사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이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류훈태 한국은행 발권정책팀 과장은 “길이와 도안, 홀로그램, 촉감 등 식별 장치 등을 통해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5만원권의 앞면에는 5만원권 화폐 도안을 위해 특별히 새로 제작된 신사임당 측면화 영정이 들어가 있다. 지폐에 여성 인물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5만원권의 뒷면에는 신사임당과 같은 시대의 화가인 어몽룡의 작품 <월매도>와 이정의 <풍죽도>가 새겨졌고 앞면에는 신사임당과 함께 <묵포도도>와 여덟 폭짜리 병풍 <초충도수병>의 7번째 폭에 그려진 가지 그림이 더해져 문양이 5000원권과 차별화된다. 이밖에 홀로그램이 5만원권 왼쪽에 붙어 있어서 5000원권과 쉽게 구별이 가능하며, 촉감도 5000원권보다 더 매끄럽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한편 색상 역시, 미국 달러화는 모두 같은 색깔인데 비해 5만원권은 황색이고, 5000원권은 적황색으로 색상이 엄연히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미스터리5: 10만원권 지폐도 조만간 도입된다?
2008년 5만원권 발행을 계획하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만원권 도안도 동시에 확정했다. 당시 확정된 10만원권 도안에 따르면 기본 색상이 회색이며 백범 김구 선생이 초상 인물로 선정됐다. 10만원권의 뒷면에 새겨질 보조 소재로는 대동여지도, 울산 반구대 암각화 등이 선정됐고, 여기에 들어갈 대동여지도에는 조선시대 대동여지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독도까지 그려 넣었다.
당시 10만원권 도입이 고려된 이유는 고액권이 화폐 거래의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표의 경우는 한 번 유통된 이후에는 파기돼야 한다. 때문에 기업과 개인은 10만원짜리 수표를 발행하면서 연간 2800억원의 비용을 써왔으며, 이에 따라 인력과 시간을 상당히 낭비해야 했다.
반면 현금은 지속적으로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비용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현금 휴대가 편리해지고 지갑 두께가 얇아져 상품 구매를 할 때 소비자들이 편리하다는 것도 10만원권 도입이 고려된 이유다. 현재 사용되는 수표는 사용할 때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수표 거래 과정에서 불편함이 수반지만 10만원권이 도입되면 현금이 10만원권 수표를 완벽히 대체하며 이에 따른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특히 5만원권에 이어 10만원권 도입이 추진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5만원권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1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1973년 이후 물가는 12배 이상 오르고 1인당 국민소득은 110배 이상 늘어났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이전 세계에서 최고액권 액면가치가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소말리아, 수단 등 29개국뿐이었다. 이에 따라 수표 대신 고액권을 발행해 증가하는 소비 현상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1월 10만원권 발행 계획을 잠정 중단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발행 중단 이후 10만원권 발행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은 화폐의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표현하는 조치다. 화폐 단위가 커지면 일반적으로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화폐 가치를 조정하면 소비 증대, 비용 절약 등 직간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 10만원권 지폐를 도입하거나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10만원권 발행 계획 잠정 중단은 화폐 가치가 한꺼번에 높아질 경우 지나친 소비로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저가 상품들이 용량을 약간 늘리거나 포장을 화려하게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5만원짜리 상품으로 둔갑하거나 각종 요금의 기본단위가 5만원 단위로 끊길 가능성이 있다. 결국 10만원권 발행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라앉아야 한다는 조건이 선행될 때 재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희철 매경이코노미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호(201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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