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 등에 아파트 총 3채를 보유하며 임대 사업을 하던 60대 김모 씨는 최근 실거주할 한 채를 뺀 나머지 집을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올해도 연장될 것으로 예상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5월 9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양도소득세 유예 종료 시점(5월 9일)까지 모두 매도하긴 어렵겠지만 양도차익이 예상되는 주택부터 최대한 팔생각”이라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와 종합소득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을 따져보니 매년 수천만원이고 이 중 보유세가 더 높아진다면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다시 시행된다. 약 4년 만의 재개다. 5월 10일 이후부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주택을 팔면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30%포인트가 각각 가산된다. 이에 따라 최고 세율은 75%(지방소득세 포함 82.5%)에 달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배제된다. 같은 조건이라도 매도 시점에 따라 세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구조다.
중과 유예 종료가 공식화되면서 다주택자들 셈법도 복잡해졌다. 매도와 증여, 보유 등 선택지가 여러 가지로 갈리기 때문이다.
교대역 근처에서 세무법인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어떤 방안이 가장 유리한지 묻는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당장의 세금만 따진다면 증여보다는 양도가 유리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 파인더 전문위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전 10억 원에 산 주택을 20억원에 판 2주택자 A씨가 주택 한 채를 5월 9일 이전에 팔면 양도세는 3억 2891만원 수준이다. 기본세율이 적용되고 10년 보유에 따른 2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은 결과다.
만일 자녀에게 단순 증여한다면 자녀가 내야 할 증여세는 6억 140만원이다. 중과 전 양도세의 2배 수준이다. 여기에 증여 취득세 2억 4800만원이 붙어 증여에 드는 총비용은 8억4940만원까지 늘어난다. 증여 비용이 중과 전 양도세보다 약 5억 2000만원이나 높다.
양도세 중과 전에 집을 팔기로 결정했다면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매도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10년 전 매입한 B·C아파트의 양도차익이 각각 7억원, 3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C아파트를 먼저 파는 것이 낫다. 양도차익 3억원에 대한 양도세는 약 9000만원(세율 38%)이다. 이후 B아파트를 처분할땐 2년 거주 요건만 채우면 양도세를 안 내도 된다. 반면 B아파트를 먼저 처분할 경우엔 양도차익 7억원에 대한 세금을 2억원 넘게 내야 한다.
다주택을 처분할 때는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세입자를 끼고 있는 경우에 세입자가 나갈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는 특례를 발표 했는데, 이 혜택은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팔았을 때만 가능하다.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유지하고 이른바 ‘갈아타기’하는 것은 안 된다.
어쨌든 여기까지만 보면 증여보다 양도세를 내고 파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다만 주택을 양도해 발생한 수익을 A씨가 모두 쓰지 않고, 언젠가 자녀에게 상속이나 증여로 넘겨줄 생각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만약 A씨가 중과 유예 기간인 5월 9일 이전에 1주택을 20억원에 매도하고 양도세(3억 2891만원) 납부 후 남은 자금(약 16억 7100만원)을 다시 자녀에게 사전 증여한다면 현금에 대한 증여세로 4억 7400만원이 부과된다. 주택을 팔면서 낸 양도세와 남은 자금에 대한 증여세를 합한 금액은 모두 8억 300만원이다. 단순 증여와 비교해서 절세효과가 약 4600만원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5월 10일 이후에 팔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까. 기본세율에 20% 포인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빠지면서 양도세는 6억 4076만원까지 뛴다. 여전히 총 증여비용(8억 4940만원)보다 낮다. 하지만 중과 부활 이후 매도한 다음 증여하는 것이라면 총부담은 9억 9376만원까지 올라간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단순 증여가 더 낫다는 얘기다. 일단 매도만 결심하고, 증여를 고려하지 않은 다주택자라면 5월 9일 전에 처분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지만 일부 금액이라도 증여를 염두에 둔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얘기다. 특히 보유한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계산식은 더 ‘고차원’으로 변하게 된다.
사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 한 채를 온전히 ‘100%’ 자녀에게 물려주려면 주택을 저가 양도하는 경우가 가장 유리하다. 저가 양도는 주로 부모와 자녀, 법인과 법인 대표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직거래를 통해 시세보다 약간 싸게 매도하는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매매 신고가액이 최근 3개월 내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30% 낮은 금액’과 ‘3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정상 거래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직거래로 양도할 경우 3억원 또는 30%(6억원) 낮은 금액 가운데 적은 금액인 17억원으로 매매 신고가 가능하다.
한 가지 주의할 부분은 이때 양도세는 시세 수준으로 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액이 3억원이 넘거나 시가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넘으면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따라 세금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간주해 매매 계약서상 거래가가 아닌 시가(20억원)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5월 9일 이전에 저가 양도를 한다면 양도세가 3억2891만원에 불과하고, 추후 부가적인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다만 증여성 저가 거래는 정부에서 자금조달 계획과 실제 돈이 오가는 과정 등을 훨씬 꼼꼼히 들여다본다. 특히 정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을 전후로 편법 증여와 다운계약 의심 거래 등 이상 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 전문위원은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인 사이에 허위로 대금을 수수하거나 거래대금을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다시 돌려주는 행위 등이 적발되면 비용 부담이 더 올라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팔지도, 증여하지도 않고 ‘버티기’에 나선 집주인이라면 어떨까.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버티기보다는 현금 흐름을 냉정하게 계산해봐야 한다. 앞에 사례로 든 A씨가 20억원 아파트와 15억원의 아파트, 총 35억원 규모의 2주택을 보유했다고 가정하자. 공시가격을 시세의 69%(최근 평균)로 단순 가정하면 24억원 수준이다. 이때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합계는 연 1500만~20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두 아파트에 전세를 주었는데 보증금이 12억원을 넘으면 임대소득세까지 내야 한다.
또 건강보험료 증가분 등을 더하면 연간 총부담은 수천만원까지 올라간다. A씨가 연간 수천만원의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고,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전망한다면 보유 전략이 성립한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금 흐름이 급격하게 꼬일 위험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함부로 보유 전략을 선택할 수 없고, 미래의 현금 흐름까지도 예측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잠긴 매물은 질식할 것이고, 버티기는 더 큰 부담을 안길것”이라며 “초고가 주택은 선진국 수도 수준에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세가 선진국보다 낮다 보니 가용자산이 많은 계층이 고가 주택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재산세(0.1~0.4%)와 종합부동산세가 합쳐 매겨진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은 0.1%대(공시지가 기준)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를 시세 대비 1% 내외로 매기고 있다.
미국의 재산세는 주택가격의 평균 1.1% 정도지만, 주별로 과세하기 때문에 지역별 편차가 크다. 뉴저지(2.49%)나 일리노이(2.27%)는 세율이 2%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는 1%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뉴욕에 60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했다면 연간 세금만 최대 6000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한국처럼 토지와 건물을 복합 과세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고정자산세 표준 세율로 1.4%를 부과한다. 여기에 도시계획세 0.3%가 추가돼 실효세율은 1.7% 수준이다.
프랑스는 1% 내외의 보유세와 더불어 130만 유로(약 23억원)가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해 부동산 부유세(IFI)를 별도로 부과한다. 자산 규모에 따라 0.5~1.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독일은 연방정부가 정한 기본세율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곱셈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베를린 등 대도시일수록 이 계수가 높아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만일 서울 지역 주택 보유세가 선진국처럼 높아질 경우 60억원 이상 아파트 보유세는 3~4배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 이 가격대에 있는 아파트를 단순 계산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전용면적 111㎡) 보유세는 1848만원에서 7920만원으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전용 84㎡)는 1820만원에서 6680만원으로 증가한다.
다만 해외와 우리나라의 보유세 체계는 산정 기준이 되는 ‘가격’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다. 미국은 대개 매입가격이 기준점인 반면, 우리나라는 시세와 연동된 공시가격이 근간이 된다. 일본의 경우 1주택 실거주자가 소유한 소규모 주택지에 대해 집값이 급등하면 과세표준을 6분의 1까지 경감해주는 ‘특례조치’를 운영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보유세율이 높지만 매수자가 일정한 세 부담을 미리 생각하기 때문에 안정성이있다”며 “한국처럼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유세를 크게 올리면 ‘집값을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각종 규제와 부담은 실주거용 1주택을 기본으로 주거여부, 주택 수, 주택가격 수준, 규제 내역, 지역 특성 등에 따라 세밀하게 가중치를 줘 통상적 주거는 적극 보호하되, 주택을 이용한 투자·투기는 철저히 봉쇄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주임대료 대상 확대,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상향, 재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과표 기준 조정 등 보유세와 거래세 전반에 걸친 폭넓은 세금 조정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