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펼치면 태블릿 PC가 되고, 접으면 일반 스마트폰 크기가 된다. 평소에는 일반 스마트폰처럼 휴대하지만 작업이 필요할 때는 크게 펼쳐 대화면으로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수 있다. 2025년 12월 삼성전자가 첫선을 보인 두 번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스마트폰의 형태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 기술력의 집약체다. 삼성전자가 신호탄을 띄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트라이폴드라는 새로운 폼 팩터(기기 형태)가 등장하며 스마트폰 제조업체 간 기술 경쟁이 한껏 치열해지고 있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대중적인 성공을 노린 제품이라기 보단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집약한 마일스톤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트라이폴드 제품은 앞서 중국의 화웨이가 선수를 치고 먼저 출시했던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한편 전통적인 ‘바(Bar)형’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성능 중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두 휴대성과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초슬림형 스마트폰을 시장에 선보였지만, 둘 다 호응을 얻지 못하고 쓴 맛을 본 것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선보인 삼성전자가 약 6년이 흘러 공개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화면을 두 번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 구조를 채택했다. 가운데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위에 화면 두 개를 겹친 형태로 보면 된다.
모두 펼치면 253mm(10형)의 대화면이 되고, 접으면 164.8mm(6.5형)의 바 타입 스마트폰 화면이 된다. 두께는 접었을 때 기준 12.9mm, 펼쳤을 때는 가장 얇은 부분이 3.9mm다. 삼성전자의 가장 최신 플래그십 폴더블인 갤럭시 Z 폴드7의 접었을 때 두께인 8.9mm보다 3mm 더 두껍다. 세 개로 구성된 후면 카메라는 2억화소 광각 카메라와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를 장착했다. 세 개의 화면을 구동하기 위한 56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갖췄으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모바일 플랫폼을 장착했다. 배터리의 경우 3개의 패널마다 3셀 배터리가 각각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트라이폴드를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패널 간 접합 부분인 힌지다. 힌지의 기술력에 따라 접힌 디스플레이를 펼쳤을 때의 주름 여부나 내구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에 트라이폴드 구조 전용 ‘아머 플렉스힌지’를 적용했으며 내구성이 뛰어난 티타늄 소재로 구성했다. 또한 좌우 대칭 형태의 ‘듀얼 레일’ 구조로 설계돼 디스플레이를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접을 수 있도록 했다. 강민석 삼성전자 MX사업부 부사장은 “트라이폴드는 20만회 이상의 폴딩 테스트를 통해 완성도를 검증했으며, 하루 100회 기준 5년 사용을 가정한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두번 접고 펼치는 트라이폴드의 강점은 넓은 화면이 제공하는 다양한 사용 경험이다. 이용자는 마치 3개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처럼 최대 3개의 앱을 각 화면에 꽉 채운 형태로 동시에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쪽에는 메신저를 켜둔 상태로 다른 화면에는 챗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 앱을, 마지막 하나의 화면에는 읽고 있던 문서나 검색 엔진을 켜둔 채로 작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한 층 더 강화한 것은 태블릿 버전의 ‘삼성 덱스(DeX)’ 도입이다. 삼성 덱스는 외부 디스플레이나 마우스 등과 연결해 휴대용 업무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으로, 태블릿 버전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도입된 것은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처음이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최대 4개까지 가상 작업 공간을 생성하는 등 마치 PC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외부 모니터와 무선 연결을 통한 듀얼 스크린도 가능하다. 폴더블폰의 최초는 삼성전자가 열었지만, 두번 접는 트라이폴드 모델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24년의 화웨이다. 화웨이는 세계 첫 트라이폴드폰 ‘메이트XT’를 출시한 데 이어 2025년에는 후속 모델인 메이트 XTs를 출시했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화면 두개를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이라면 화웨이의 메이트XT 시리즈는 ‘Z’자 형태로 두 번 접는 것이 특징이다. 트라이폴드폰 시장은 기기값만 300만원 이상으로 형성된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이다. 화웨이의 경우 첫 제품은 약 390만원, 후속 모델은 약 290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했으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출고가는 359만 400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의 가격을 400만원 내외로 추정했지만, 삼성전자는 예상치보다 낮은 가격에 출시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가격대가 높고 제품 사용 경험도 특수한 만큼 대중적인 흥행보다는 기술력 경쟁이 트라이폴드폰의 연이은 출시 배경으로 해석된다. 한국에 먼저 출시된 갤럭시 Z 트라이폴드의 초도 물량도 약 3000대 내외 수준으로 알려졌다. 폴더블폰 시장 1위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차별화된 기술력을 알리고 대중의 반응을 확인하고자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리즈 리 부이사는 “삼성의 첫 트라이폴드폰은 한정된 물량으로 출시되겠지만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는 트라이폴드폰은 멀티폴드 분야의 파일럿 제품으로 선보이면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출시는 트라이폴드폰의 내구성, 힌지 구조,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검증하기 위함이며 광범위한 대중화 이전에 실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수집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폰은 출하량 기준으로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빠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하며 역대 최고 분기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2025년 3분기 내놓은 갤럭시 Z 폴드7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화웨이, 모토로라 등이 선전을 이어간 영향이다.
기업별 점유율로 보면 삼성전자가 64%를 차지하며 2024년 3분기보다 8%포인트 성장했으며, 15%로 2위를 기록한 화웨이와의 격차를 벌렸다. 그 뒤는 모토로라가 7%로 3위, 아너가 6%로 4위, 샤오미가 2%로 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책처럼 접는 북폴딩 형태의 ‘갤럭시 Z 폴드’ 시리즈와 클램셸 형태의 ‘갤럭시 Z 플립’ 시리즈가 대표 모델이다. 폴더블폰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단점으로 꼽혔던 배터리 수명, 내구성 등이 개선되면서 제품 완성도가 올라간 것이 이 같은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 플레이어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클램셸 형태의 폴더블폰 ‘레이저’ 시리즈를 2019년부터 출시해 온 모토로라는 옆으로 펼치는 북폴딩 형태의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에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애플의 참전이다. 공식 발표된 것은 없지만 애플의 첫 폴더블폰이 내년 하반기에 처음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상태다. 애플이 처음 제품을 선보이게 되는 만큼 경쟁은 한층 격화되겠지만 전체 시장 또한 팽창하는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는 폴더블폰 시장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내년 폴더블폰 시장이 30%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로서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기 전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선보이면서 시장 리더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IDC는 내년 애플이 폴더블폰 시장에서 첫 제품 출시 후 단숨에 출하량 기준 22%의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폴더블폰 시장의 팽창 외에 주목할 만한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는 지속적인 프리미엄화다. 이런 흐름은 얇은 두께와 휴대성을 강점으로 내건 슬림폰의 부진과 맞물린다. 삼성전자는 2025년 갤럭시 S25 시리즈를 발표하며 두께가 5.8mm에 불과한 갤럭시 S25 엣지를 함께 선보인 바 있으며, 애플도 같은해 내놓은 아이폰17 시리즈에 5.6mm 두께의 아이폰 에어를 내놨다.
다만 두 제품 모두 판매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성과를 내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S26 시리즈에 엣지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애플 또한 아이폰 에어 초기 판매량이 예상치의 약 3분의 1에 그치면서 생산량을 대폭 감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슬림 스마트폰은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에서 오는 편안한 그립감과 디자인을 강점으로 한다.
다만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배경에는 가벼운 두께를 위해 타협한 성능이 있다. 제한된 폼 팩터로 인해 배터리 용량이 작아지게 되고 카메라 또한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낮은 사양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점차 높아지고 특히 고성능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이 같은 슬림 모델의 약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가령 아이폰 에어의 경우 후면 카메라가 단일 카메라로, 초광각 렌즈가 없어 접사 촬영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은 스마트폰 두께나 무게의 차이보다 카메라 성능 등을 더욱 중시하는 추세가 반영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이폰 에어와 함께 출시된 아이폰 17 시리즈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한편 이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 현상과 폴더블폰 성장이 맞물리면서 평균 스마트폰 가격은 앞으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ASP)가 2025년 370달러(약 52만원)을 기록하고 2029년에는 412달러(약 57만원)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의 애플의 ASP가 2029년 약 1000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등이 장기적인 ASP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호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4호 (2026년 1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