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신규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을 추진 중인 문준호 선이한국(SUN E KOREA) 대표는 사모펀드 출신이다. 투자업계에 있다가 지난해 가상자산 업계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조차 코인 업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 상황에서, 약 20년 넘게 몸담은 업계를 떠나 생존 자체가 힘겨운 소형 거래소 설립에 뛰어든 이유는 메디토란 코인에 반해서다. 메디토는 대구의료관광진흥원,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등 대구 의료계가 지역 의료 관광활성화를 위해 힘을 합쳐 만든 코인이다.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발행돼 의료, 숙박, 요식, 레저 등에 사용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문 대표는 “투자 업계에서 있으면서 급성장하는 블록체인 시장을 눈여겨봤다”면서 “그러다 알게 된 의료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메디토 코인의 가능성을 봤고, 이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현재 메디토의 이사진에도 합류한 상태다.
Q 메디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메디토(MEDITO)는 메디컬 투어리즘(MEDICAL TOURISM)과 토큰(TOKEN)의 합성어로 의료와 관광그리고 금융서비스가 통합된 블록체인 플랫폼입니다. 지역 의료관광을 부흥시키기 위해 지역의 유관기관 및 57개 의료기관들이 합심해 만들었습니다.
2019년 첫 삽을 뜬 후 2020년에 개발을 완료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이 잠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국경이 막힌 상황에서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더 관련 기술을 가다듬었고, 2023년 첫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중국, 대만의 관광객들이 대구에 와 메디토를 활용한 의료관광 서비스를 경험했습니다.
Q 메디토 사업에 가상자산 거래소는 왜 필요한가요.
A 시범 사업을 진행해보니 사용자들과 메디토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자체 전자지갑 개발이 완료돼 있긴 하지만 이것보다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래소에서 메디토를 사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업비트에서 코인을 거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 거래소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베타서비스를 만들어 해킹 취약점을 점검하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기존 국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되지 않나요.
A 메디토의 경우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또한 메디토는 가격 변동이 적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만든 것은 저희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화와 일대일로 패깅되는 구조인데, 테더를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런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적어 거래소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솔직히 거래소 상장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자체 해외 거래소를 만들어 메디토 거래를 늘리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는 메디토의 타깃이 명확하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메디토는 국내 의료관광을 오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대상입니다. 외국인들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사용하기에는 허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집중하는 시장에 직접 해외 거래소를 만들고 메디토를 상장시켜 이들이 손쉽게 현지에서 접근케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아예 메디토 마켓을 직접 만들려고 합니다.
Q 메디토 마켓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A BTC 마켓처럼 메디토를 사용해 만든 다양한 블록체인 상품을 선보인다는 뜻입니다. 메디토를 이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거래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금액만큼 메디토를 구입한 후 지역 내 의료관광이 가능한 곳에서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의 경우 의료관광을 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여러 고민과 선택들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조사를 해야 하는 등 좀 번거로워지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예 관련 상품 패키지를 NFT화해 선보인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더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이 NFT를 모아 따로 메디토 마켓으로 만들고 사용자들이 이용케 하자는 것이지요. 관광 상품 패키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블록체인상에서 NFT로 구현해 낸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러면 해외 거래소는 어느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나요.
A 코스타리카를 시작으로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거래소 설립 절차가 용이하고, 이들 국가들은 저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장들이기도 합니다.
Q 해외 시장 개척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요.
A 맞습니다. 하지만 K 팝 등 한류의 영향으로 과거보다는 용이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사업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 저희가 가장 집중하는 시장이 인도네시아입니다.
Q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인구 대국이라는 점에 눈길이 갔습니다. 아무래도 수요 창출 측면에서 인구가 많으면 유리하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도네시아 여성 경제리더 모임인 ‘무슬림여성기업가협회(IPEMI, 이페미)’와 업무 협약을 추진중인 것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페미는 현지 여성 경제인리더들이 모인 단체로, 말레이시아·브루나이·일본 등 16여 개국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상당한 규모의 단체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만 회원수가 800만 명이며, 글로벌로 합치면 3800만 명이나 됩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여성경제인CEO 상당수가 한류에 호감을 표하고 있고, VIP 관광으로 한국에 오겠다는 의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을 당분간 집중하려 합니다. 이들의 한국 관광을 독점할 수 있다면 메디토 확산의 전기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5월 중 현지에서 이페미 측과 관련 논의를 하기로 돼 있습니다.
Q 그런데 해외 관광객 입장에서 굳이 메디토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A 맞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보시면 아시겠지만 환전이란 절차는 꽤 까다롭습니다. 규제나 수수료 문제도 있고요. 메디토는 이를 한 번에 해결해 줍니다. 그리고 용처가 확실합니다. 지역의 의료관광 활성화란 목적이 뚜렷하고 여기에 많은 지역사회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구 의료관광을 위해서는 가장 편리한 결제 수단이라고 확신합니다.
Q 메디토가 원화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하셨는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메디토는 법정화폐인 원화와 1대1 패깅(Pegging)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원화가 있는 만큼만 코인이 발행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격 변동성이 심한 다른 코인에 비해 가격 안정성이 담보됩니다. 그리고 사용된 메디토는 소각이 됩니다. 코인이 실생활에 잘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가격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인데, 메디토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애초부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했습니다.
Q 그러면 메디토를 구매할 경우 원화는 어디로 입금이 됩니까. 법인의 가상자산 관련 계좌는 불가하지 않나요.
A 여기서 메디토만의 장점이 한 가지 있는데, 회사는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연계된 법인 실명계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에 관련 기관의 승인을 얻어 계좌를 발급받았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저희도 국내에도 원화 거래소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만으로도 메디토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 사업을 추진할 생각은 없습니다. 해외 시장을 확장해 메디토의 쓰임새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웃음)
Q M&A 전문가로서 활동을 하다가 크립토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트렌드를 봤습니다. M&A업계에서 중요한 것이 트렌드를 읽는 눈입니다. 이를 토대로 투자 자산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계속 크립토 쪽의 성장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크립토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차에 메디토와 연이 닿았습니다.
Q 투자 전문가로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들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일본 도미인 그룹과 인사동 호텔 개발업무에 대해 구조화 기획 업무를 맡았습니다. 부산 노보텔 펀드를 은행에 리파이낸싱하는 과정을 자문했으며, 호주 쉐라톤 그랜드 미라지 골든코스트리조트를 회사 내 펀드를 통해 매입 후 자산을 운용했습니다. 호주 퀸즈워프 복합리조트, 바하마 아틀란티스 리조트 개발 등에도 참여했습니다.
[문수인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4호 (2025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