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 아파트 상승세가 서울 주요 지역과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경기권에서는 과천시가 가파른 집값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과천 아파트 거래량도 162건으로 올해 1월(32건) 대비 5배 이상으로 늘었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매매 가격 상승세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과천은 지난 7월 15일 기준 아파트 값이 일주일 전보다 0.44% 오르며 경기도 내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지하철 4호선 과천역과 정부과천청사역 일대 아파트 단지에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3개월간 역대 최고가 거래가 16건이나 쏟아졌다.
특히 올 상반기 기준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을 보면 송파·성동·마포구 등 서울 대표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시가 16억 3603만원인 데 비해 송파구는 15억 7577만원, 성동구는 14억 2777만원, 마포구가 12억 6387만원이다.
물론 주거지역으로서 과천의 위상은 예전에도 높았다. 서울 서초구나 강남구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주변은 청계산과 관악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 친화적이다. 다만 2020년 이전에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2008년 준공한 래미안슈르를 제외하면 찾기 어려웠다. 2020년 이후 과천푸르지오써밋을 필두로 과천위버필드, 과천자이 등이 잇따라 준공했다. 지난해 하반기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때 과천 집값 역시 주춤했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거 환경이 뛰어난 과천 입지가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과천지역 대장 아파트는 크게 재건축 아파트와 신축으로 나뉜다.
리치고 AI 시세 분석에 따르면, 과천 지역 대장 아파트 선두와 2위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 주공 10단지와 9단지다.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 전용 105㎡도 5월 역대 최고가인 22억 75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6월 신고가(23억 5000만원)를 경신하며 1년 만에 4억원 상향 거래됐다. 전용 124㎡도 5월 25억 8000만원에 거래돼 전고점(28억원)에 다가섰다.
저층(5층) 아파트인 주공10단지의 용적률은 86%에 불과해 사업성이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 지하철 4호선 과천역과 붙어 있어 교통 인프라도 좋은 편이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2위인 주공 9단지와 6위 주공 8단지는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매매뿐 아니라 전세 수요도 크게 늘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과천시는 과천8·9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재건축분담금부과기준 및 예정액을 통지하면서 예정액 ‘면제’라고 밝혔다. 두 단지 모두 용적률이 128%로 낮아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사업시행인가를 기다리는 10위 별양동 ‘과천주공5단지’ 103㎡ 매물도 6월 29일 19억 1000만원에 팔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주택형 매물이 지난해 2월 16억 1000만원에 팔리고 나서 3억원이 올랐다.
6위를 기록한 주공 4단지는 9월 ‘프레스티어자이’로 새로 분양된다. 과천주공4단지의 분양가는 평당 5600만원을 웃도는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권에서 평당 5000만원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분양이 이뤄진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분양가는 평당 3400만원대였다. 이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최소 5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평균 경쟁률 228.5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과천시에서 거래가 기준 가장 비싼 아파트는 중앙동 ‘과천 푸르지오 써밋’이다.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2020년 3월 입주했다. 전체 15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84㎡(이하 전용면적)은 21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5월 20억원대를 회복하면서 가격이 점차 오르다가 6월 21억원을 찍고 한 달 뒤 21억 8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1년 전 18억 4500만원(4층) 대비 3억원 넘게 뛰었다. 전용 84㎡ 호가는 21억~22억원에 형성돼 있다.
푸르지오 써밋에 도전하는 곳은 별양동 과천자이(4위)와 과천위버필드(5위)다.
별양동 ‘과천자이’ 84㎡는 올 초까지 18억원대에 거래되다 지난 7월 초 20억 4000만원에 팔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천자이는 전용 84㎡를 기준으로 20억원 이상 거래된 사례가 2022년 7월(20억 5000만원)이 유일하다. 전고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20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됐으며 일부 집주인은 호가를 올리는 추세다. 전용 59㎡ 매물도 지난 6월 15억 4600만원으로 지난해 7월(13억 2000만원)에 비해 2억원 이상 올랐다.
지난해 7월 18억원에 거래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84㎡(12층)는 같은 층이 지난 7월 초 3억 1500만원 오른 21억 1500만원에 팔렸다.
8위와 9위는 부림동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와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가 차지했다.
과천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은 지난 7월 9일 전용 84㎡가 18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같은 평수가 17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1억8000만원이 올랐다.
주공10단지와 관문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래미안에코팰리스(11위)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지난 4월 111㎡가 20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3년 전 신고가인 20억원과 같은 가격이다. 과천 부림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고금리, 불경기가 계속되는 동안 시장 불확실성이 커서 거래가 없다가 4월 총선이 끝난 뒤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며 “강남과 거리가 가깝다 보니 강남 3구의 집값 상승세가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천 내에서 큰 평수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외부 유입도 늘었다”고 했다.
실제 과천시 인구는 2017년만 해도 약 5만 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2020년에는 약 6만 3000명, 2021년에는 약 7만 3000명, 올해 6월 기준 약 8만 5000명이다. 7년 만에 약 70% 증가했다. 예비 청약자들이 과천시로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전세 품귀 → 전세가 상승 → 매매가 상승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지식정보타운이 조성 중인 단계로 과천주공을 재건축한 중앙동이나 원문동, 별양동 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4호선 과천정보타운역이 2026년 말 신설되고 지식정보타운 내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과천시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최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과천시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대 169만㎡에 조성되는 과천 공공주택지구의 지구계획을 승인했다. 앞서 과천지구는 2018년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로 지정한 곳으며, 이번 정부의 ‘8·8 주택공급 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로 추가 공급 계획이 발표됐다. 과천지구는 2028년 주택착공, 2029년 분양을 목표로, 공공주택 6500가구를 포함해 총 1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지역은 2018~2019년 3기 신도시 5곳을 선정할 때 기타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된 곳이다. 국토부는 애초에 7000가구를 목표로 했지만 8·8 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공공택지 이용 효율화로 2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발표에 맞춰 3000가구가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현재 토지보상 작업을 완료했고 문화재 조사 등을 거쳐 올해 주택 설계를 시작한다. 내년부터 택지 조성 절차를 밟은 뒤 2028년 착공한다. 과천~우면산 고속화도로 지하화 사업과 동시에 추진한다. 분양은 2029년부터다. 원래 과천지구 분양 목표는 2026년이었다. 과천지구는 편리한 입지가 강점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등을 통해 강남역까지 20분 안에 이동하고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 경부고속도로(양재나들목) 등 주요 간선도로도 가깝다.
교통망도 추가된다. 과천과 강남·위례를 연결하는 위례 과천선이 민자적격성조사를 거쳐 과천지구 안에 정차할 예정이다. 과천지구 주변에는 GTX-C 정부과천청사역도 2028년 신설된다. 지구 안에 정차하는 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2030년엔 광역 환승시설까지 마련된다. 이러면 광역·시내버스와 개인 이동수단을 연계하는 환승 거점이 탄생하게 된다.
자연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대공원과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 등이 가깝고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을 마주하고 있다. 양재천과 막계천도 흐른다. 지구 안에는 양재천을 따라 여의도공원의 2배 크기인 43만 8000㎡ 규모 수변공원이 마련된다. 생태도시로 과천지구를 꾸미겠다는 복안이다. 교육시설로는 유치원 1곳과 초등학교 2곳, 중·고등학교 각 1곳이 배치된다.
기업친화도시 면모도 갖출 전망이다. 4호선 역세권(선바위역~경마공원역∼대공원역)을 중심으로 총 28만㎡ 규모 자족시설용지를 지정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기존 양재 연구개발(R&D) 혁신지구와 과천지식정보타운 사이에 있는 만큼 ‘첨단산업 자족벨트 연결축’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공원역 옆 자족용지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의료·바이오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경마공원역 인근에 서울대공원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있는 점을 고려해 공연·전시·쇼핑 등 다양한 상업 기능을 집적한 중심복합용지도 지구 안에 마련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1만가구는 송파 헬리오시티급 규모여서 서울의 주택 수요 분산 효과는 분명할 것”이라며 “넓은 공원을 비롯해 이미 재건축이 많이 이뤄진 주변 아파트 상황까지 고려하면 최적의 입지가 확실하지만 분양까지 5년이 남아 현 집값 상승기에 이 분양을 마냥 기다릴 만한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수 기자·김재구 리치고 AI부동산랩 디렉터]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8호 (2024년 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