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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정현 캐치본부장 | 상위 10% 인재가 선호하는 기업의 공통점
입력 : 2025.10.22 18: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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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지원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건 의외로 연봉이 아니라고 한다. 입사 후 어떤 역할로 시작해 무엇을 배우고, 어느 지점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였다. 김정현 캐치본부장은 이 변화를 “채용의 언어가 달라진 증거”라고 말한다. 기업에겐 더 이상 ‘채용 공고’가 단순 고지문이 아니다. 제목에서 눈을 붙잡고, 본문에서 직무·커리어패스·복리후생을 친절하게 풀어내며, 지원자가 스스로 성장 경로를 그릴 수 있게 돕는 하나의 브랜딩 콘텐츠라는 것이다.
그는 “공고를 잘 구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꿀팁을 공개했다. ‘기업명보다 브랜드가 더 유명한 회사’라면 브랜드를 전면에 세우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조언이다. 제조 중심의 B2B 기업이라도 제품의 일상적 쓰임새를 생활 언어로 설명하면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게 그의 체감치다.
“지원자는 내가 잘 아는 브랜드 혹은 이해 가능한 언어로 회사를 기억합니다.”
대규모 정기채용은 여전히 효과적최근 대기업들의 경력직 선호현상과 함께, 정기채용이 아닌 상시채용 제도를 도입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충성도 있는 유망한 우수인재를 간택하기 위해 여전히 대규모 정기채용은 효과적이라는 것이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선호기업의 판은 종종 ‘모집 신호’의 크기에 따라 흔들린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순위 점프 사례를 들며 “채용 볼륨과 직무 가시성이 동시에 주어질 때 선호도가 빠르게 올라간다”라고 설명했다. 내부 데이터에서도 같은 패턴이 확인된다고 했다. 공고 제목에 ‘대규모 채용’이 붙는 순간 조회수와 관심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치가 최근에 진행한 조사에서도, 가장 지원하고 싶은 공고 유형 1위가 ‘대규모 모집 공고(39%)’였습니다.”
물론 신호의 크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가 말하는 관건은 ‘메시지의 진실성’과 ‘접점의 밀도’다. 공고가 크고 화려해도 직무의 구체성과 성장 경로, 보상·평가의 투명성이 빠져 있으면 지원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반대로 기업이 신사업 비전과 인재상, 육성 체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순간, 지원 버튼을 누르는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결국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가 지원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입니다.”
생활 접점이 많은 브랜드는 입구를 넓히고, 반도체·전지·모빌리티 같은 성장 섹터는 출구(지원·입사)로 연결한다.
“유명 브랜드라고 해서 자동으로 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브랜드는 입구고, 성장경험은 출구예요.”
실제로 그는 기업명이 생소한 뷰티 기업이 브랜드명을 공고 제목에 함께 노출한 뒤 조회수가 4배 이상 증가한 사례를 소개했다.
“보상과 명확한 성장 트랙”그렇다면 상위 10% 인재가 선택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김 본부장은 솔직하게 시작한다.
“첫 번째는 연봉입니다.”
다만 그는 곧바로 ‘공정한 평가’를 붙인다. 높은 보상이 성과 기반 평가와 함께 작동할 때, 우수 인재의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에서 직무급제나 레벨제 도입이 확산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명확한 성장 트랙.
그는 “우수 인재일수록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린다”라며, 좋은 선임에게 배우는 경험과 효율적인 업무 문화가 성장 속도를 좌우한다고 짚는다.
세 번째는 신사업 드라이브다. “전통 대기업이라도 신사업을 얼마나 선명하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인재 유입의 질과 양이 갈립니다.” 그는 사명 변경과 함께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던 SK AX(구 SK C&C) 사례를 들며 “새로운 성장 비전과 전략을 분명히 제시했을 때 구직자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라고 회고했다.
기업을 위한 실무 팁도 간단명료하다. ① 공고의 구조화: 제목에서 핵심을 당겨쓰고, 본문에서 직무·패스·보상을 구체화할 것. ② 친숙한 노출: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다면 브랜드를 전면에, 생소한 기업은 생활 언어로 설명할 것. ③현장 접점: 온라인을 넘어 직접 만나는 기회를 만들 것.
“채용도 브랜딩과 마케팅의 영역입니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 지속적 노출, 실제 접점이 인재 유입의 성패를 가릅니다.”
구직자에게는 세 가지 역량을 권한다. 첫째 AI 리터러시: 모든 산업이 AI와 연결되는 시대, 도구를 이해·활용하는 능력이 기본값이 됐다. 둘째 융합 사고력: 자동차는 이동수단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통은 판매에서 데이터 기반 경험 산업으로 바뀌는 흐름 속에서 기술·비즈니스·디자인을 잇는 감각이 필요하다. 셋째 학습 민첩성: 성장 산업은 변화가 빠르다. 도구와 제도, 시장을 빠르게 학습·적응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다.
“산업의 유망성과 회사의 체력은 개인이 아닌 기업이 만들어주는 환경입니다. 구직자는 AI를 이해하는 눈, 융합적으로 보는 힘, 빠르게 적응하는 민첩성을 준비해야 합니다. 반대로 기업은 지금 좋은 회사보다, 앞으로 더 성장할 회사를 선택하는 게 Z세대의 방식이라는 점을 깨닫고 기업이 그 미래를 명확한 언어로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박지훈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