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ging - Interview] 손성준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부원장 “1만보? 단 10분이라도 걸어야”

    입력 : 2025.04.18 17: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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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속노화를 위해 가장 좋은 운동법은 무엇일까. 최근 ‘스포츠의학으로 읽는 발의 과학’(현익출판)을 집필한 손성준 차의과학대학 교수는 “노화를 늦추기 위해선 우선 잘 자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잠들기 3~4시간 전 과격한 운동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국민 운동인 걷기에 나설 때도 무턱대고 1만보를 걷기보다 내가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7시간반~8시간은 자야 거뜬

    Q 느리게 늙기 위해선 어떤 점을 지켜야 합니까.

    A 첫째,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우선 잘 자야 합니다. 수면에는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데 먼저 7시간 반에서 8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죠. 둘째, 수면의 질도 따져 봐야 합니다. 잠을 자다 몇 번이나 깨는지, 불면증이 있는 분들은 한 번에 7~8시간을 잠들지 못하고 낮에 졸면서 그 양을 채우거든요. 잠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이 졸게 됩니다.

    Q 나눠 자더라도 8시간을 채우면 되는 건가요.

    A 수면의 질 차원에선 다르죠. 8시간을 한 번에 푹 자고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우리 몸은 일단 해가 지면 잠을 자야 하고 해가 뜨면 생활해야 하거든요. 여름과 겨울이 다르긴 한데, 보통 여름이면 6시경에 해가 뜨잖아요. 그 시간을 기준으로 8시간을 돌리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에요. 밤 10시에서 아침 6시가 가장 이상적이죠. 보통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수면을 조절해 주는 호르몬들이 가장 많이 분비됩니다. 가장 깊이 잠이 들죠.

    Q 잘 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A 뇌 입장에서 수면 시간은 몸에 쌓인 다양한 찌꺼기나 노폐물들 또는 독서나 학습한 정보를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집을 대청소하는 것과 같은 건데, 낮에 쌓인 좋지 않은 물질이나 순환되지 못한 것들을 8시간 동안 모두 처리해 줍니다. 대기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21도에서 23도를 가장 많이 추천하고 있어요. 또 하나는 빛이에요. 호르몬 분비를 저해하는 요소가 빛인데, 밖에서 들어오는 인공적인 빛이 깊이 잠드는 걸 방해합니다. 암막 커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죠.

    Q 그럼에도 낮잠을 자야 한다면.

    A 일단 오후 3시 이후에 낮잠을 자게 되면 취침 시간이 뒤로 밀리게 됩니다. 보통 낮 11시에서 1시 사이에 20~30분 정도, 절대 1시간을 넘기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Q 잘 자기 위해 운동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데요.

    A 운동도 좋은 수면을 위한 선행 요소 중 하나죠.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전 자료를 보면 중강도로 이틀에 30분씩, 일주일에 최소 3일간 90분이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으로 바뀌었어요. 권고안을 보면 일주일에 50분씩 최소 3회 이상, 가능하다면 거의 매일 운동을 해도 된다고 나와 있죠. 이 기준에선 매일 운동하는 게 몸의 순환이나 회복에 좋고 수면에도 좋습니다. 한 가지 지켜야 할 건 잠들기 3~4시간 전에는 과격한 운동을 피해야 해요.

    1만보 걷기에 얽매이지 않아야

    Q 퇴근 후 운동하는 직장인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인데요.

    A 우리 몸의 호르몬이나 심박수, 호흡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어요. 낮의 활동은 교감신경이,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심박수나 체온을 조절하는데 잠을 못 자고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 하나가 켜질 때 하나가 꺼지질 못해요. 자려고 누웠는데 가슴이 뛰거나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밤 9시에 운동을 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니 바로 잠드는 데 시간이 걸리죠. 교감신경이 서서히 감소되고 부교감신경이 높아져야 하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걸 3~4시간 정도로 권고해서 밤 10시에 잠이 든다면 7시까지 운동을 끝내는 게 좋습니다.

    Q 그래서인지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A 걷기는 예전부터 가장 기본적인 국민 운동인데, ‘1만보는 걸어야 한다’ ‘걷기만 해선 안된다’처럼 여러 의견들이 있습니다. 일단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단 10분이라도 걷는 게 건강상 무조건 좋습니다.

    Q 어떻게 걷는 게 좋은 겁니까.

    A 얼마나 어떤 속도로 혹은 맨발로 걸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걷기가 모든 이에게 이로우려면 한 가지 기준을 제시해선 안됩니다. 신체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가 가장 중요하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이에게 단순히 걷는 운동은 그다지 효과가 없겠지요. 달리기하던 사람이 계속 걷게 되면 오히려 몸에 퇴행이 오거든요. 반면 한 번도 걷지 않았던 이에게 걷는 운동은 굉장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1만보 걷기보다 내가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Q 현재 1만보 걷기를 진행 중이라면 걸음 수를 늘려야 할까요.

    A 그런 수준이면 조깅이나 달리기가 나을 수 있습니다. 걷기보단 달리기의 운동 효과가 높거든요. 아무리 빨리 걸어도 심박수는 100에서 110 정도에요. 달리게 되면 150~160까지 올라가죠. 심장과 폐의 기능을 높이려면 심박수를 최대치까지 올리고 내리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1만보를 걷고 있다고 해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달리는 게 무리가 될 수 있어요.

    Q 하루 몇 보 정도 걷는게 건강에 좋은 겁니까.

    A 연구 기준으로 본다면 적게 걷는 사람보다 많이 걷는 사람이 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은 건 맞습니다. 최근엔 하루 3000보만 걸어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나왔어요. 3000보에서 5000, 7000, 1만보까지 늘리고 천천히 달리기로 넘어가면 건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주의해야 할 점도 있을 텐데요.

    A 몸무게를 간과해선 안 되죠. 체중이 100㎏이라면 한번 걸을 때마다 1.2배에서 1.3배의 충격이 오거든요. 1만보라면 발과 무릎, 고관절에 전해지는 충격이 엄청나겠죠. 가장 충격이 큰 관절은 무릎이에요. 무릎은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이 충격을 흡수합니다. 이 근육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지 않고 무작정 걷게 되면 문제가 생기죠. 또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근육량은 줄고 근력도 감소하는데, 충격제 역할을 하는 근육이 없어진 상태에서 계속 걸으면 관절에 미세한 손상이 오고, 추후에 무릎 연골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어떤 근력운동이 좋을까요.

    A 걷기 운동을 하는 분들은 앉아서 무릎을 펴고 하는 운동이나 스쿼트 런지, 박스를 딛고 올라가는 스텝업, 계단 오르기 등으로 대퇴사두근의 근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안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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