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형 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룰루레몬 | 꾸준한 애슬레저 바람에 다시 UP 요가복의 샤넬, 매트 밖에서도 승승장구
입력 : 2025.02.24 15:17:11
-
매년 새해가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덕목이 있다. ‘금연’ ‘금주’ ‘체중감량’ ‘어학 공부’… 그중 첫손에 꼽히는 게 ‘운동’ 혹은 ‘자기관리’ 아닐까. 소비자의 새해 결심에 시장도 반응한다. 신세계그룹의 패션플랫폼 W컨셉이 집계한 이른바 ‘다짐 소비’ 매출(2024년 12월 18일~2025년 1월 14일)을 살펴보면 트레이닝복과 레깅스, 러닝화 등 ‘애슬레저’(Athletic+Leisure) 상품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7%나 더 팔렸다. 그럼, 그 중 성장세가 가장 도드라진 브랜드는 무엇일까. 패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요가’다. 지난해 패션업계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 유일하게 호황을 누린 시장이 바로 요가복 브랜드였다. <매경LUXMEN>이 ‘룰루레몬(lululemon)’을 주목한 이유다. 우선 매출부터 살펴보자. 룰루레몬의 2024년 회계연도가 올 1월까지인걸 감안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24억달러, 이익금은 전년 동기 2억4900만달러에서 3억5200만달러로 늘었다. 2분기에 이어 미주 지역 매출은 2% 증가에 그쳤지만 해외 부문 매출은 33%나 성장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성장세(36%)가 가파르다. 업계에선 룰루레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중국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룰루레몬이 미국보다 20% 비싼 가격으로 중국에서 요가 팬츠 판매에 성공하며 중국 내 3위의 서구권 스포츠의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침체로 지갑을 닫은 중국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한 룰루레몬의 전략은 ‘현지화’와 ‘SNS마케팅’으로 요약된다. 중국 소비자의 체형과 선호도에 맞는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전담팀을 가동했고, ‘더우인’과 ‘위챗’ 등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케팅과 커뮤니티 이벤트를 진행했다.
커뮤니티 허브로 디자인된 공간여기서 잠깐, 그럼 다른 국가에서의 전략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룰루레몬은 세계 각국의 매장이 커뮤니티 허브 역할을 한다. 매장 직원을 에듀케이터, 고객을 게스트라 부르는데 에듀케이터는 고객과 대화하며 즐겨하는 운동에 따라 제품 추천이나 피팅을 돕고 관련 커뮤니티를 소개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본사에 전달하는 건 기본. 쉽게 말해 게스트와의 관계를 통해 제품개발과 마케팅을 진행하는 셈이다. 룰루레몬이 광고 모델로 유명인 대신 요가 강사나 트레이너를 기용하는 것도 요가 커뮤니티와 제품 체험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현지화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커뮤니티 등 룰루레몬만의 문화가 (중국)소비자를 파고 들었다”고 말한다.
1998년 캐나다 출신 사업가이자 서핑, 스노우보딩 등 기능성 의류를 만들던 데니스 J.칩 윌슨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룰루레몬은 세상에 없던 재질과 디자인의 요가복을 선보이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요가나 필라테스 등 실내 운동에 적절한 복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요가복은 땀 흡수와 배출이 빠르고 착용감과 신축성이 좋았다. 창업 초기에 디자인 스튜디오로 사용되던 공간을 밤에는 요가 클래스가 진행될 수 있게 공유한 문화는 현재 룰루레몬이 지향하는 커뮤니티의 출발점이 됐다. 룰루레몬 측은 “게스트가 매장에 방문해 가까운 운동 스튜디오나 러닝 코스 등의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주변 커뮤니티 내에서 활동 중인 강사들의 수업과 룰루레몬 매장 내에서 진행하는 운동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다”며 “공식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채널에선 국내 최고 강사진인 룰루레몬 앰배서더와 함께하는 홈 튜토리얼과 라이브 클래스, 마이드풀 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고 전했다.
룰루레몬 커뮤니티 활동 그러니까 땀 흘리고(Move), 관계를 맺고(Connect), 성장(Grow)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개인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룰루레몬의 ‘스웻라이프(The Sweatlife)’가 매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다. 2000년 11월 밴쿠버 키칠라노에 첫 매장을 낸 룰루레몬은 현재 전 세계 22개국에서 72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웨어의 샤넬2007년 공모가 18달러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룰루레몬의 현재 기업가치는 무려 430억 달러. 넥스트 나이키라 불리는 이유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나이키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면 룰루레몬은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나이키가 대규모 캠페인을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면 룰루레몬은 앰버서더로 선정된 요가 강사나 트레이너가 일반 회원들과 함께 운동하며 자연스레 제품에 대한 평가와 홍보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9년 첫 번째 앰버서더인 아슈탕가 요가 수련자 피오나 스탱이 시제품을 착용하고 수련하며 제품의 장단점을 전했고, 이러한 내용이 제품 개발에 반영됐다. 제품 시착이란 개념이 처음 탄생한 순간이다. 기존 제품에 비해 상당히 고가임에도 인기가 여전한 이유는 이러한 팬덤에 기인한다. 여타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비교해 온라인 자사몰 판매 비중이 높다는 것도 룰루레몬 성장의 주요인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가격 인하 정책 등으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걸 막고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D2C(Direct to Customer)방식의 판매를 통해 룰루레몬은 창업 이후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다.
팬데믹 시기의 경기침체 등 수많은 위기도 비켜 갔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팬데믹 시기 호황을 누린 100대 기업’에 선정할 만큼 기세가 높았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애슬레저가 근무복을 대체했고,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가 바로 룰루레몬이었다. 최근 룰루레몬은 요가와 피트니스 외에 골프와 테니스, 슈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룰루레몬 측은 “‘Power of Three’ 전략을 기반으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2억달러의 매출을 62억 5000만달러로 성장시켰다”며 “앞으로 ‘Power of Three X2’ 전략 아래 세 가지 핵심 축을 강화해 2026년까지 매출 125억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6년 국내 진출, 매출 1100억원 훌쩍국내 최대 규모의 룰루레몬 이태원 스토어 2016년 서울 청담동에 첫 번째 매장을 개장하며 한국에 진출한 룰루레몬은 현재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등지에 백화점, 플래그십스토어 등 총 2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7% 성장한 1170억원. 지난해 요가 외에 트레이닝, 러닝 등 주요 스포츠 제품과 다양한 데일리 웨어를 출시한 룰루레몬은 올해 골프, 하이킹 등 새로운 스포츠 카테고리와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룰루레몬 명동 타임워크 스토어 국내 커뮤니티도 주목받는 활동 중 하나.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요가에 관심이 많은 남녀 약 100여 명이 요가수업을 즐겼다. ‘Together We Grow(함께 더 큰 성장을 이뤄요)’란 슬로건 아래 펼쳐진 이날 행사에는 KAAIAA 홀리스틱 웰니스 프로그램 창립자이자 룰루레몬 앰배서 더인 리아 시몬스가 강사로 참여했다. 이날 게러스포프 룰루레몬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사장은 4번째 발행된 글로벌 웰비잉 리포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룰루레몬은 2021년부터 세계 주요 15개 시장(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호주, 뉴질랜드,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한국,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해마다 웰비잉의 수준을 진단하고 주요 아젠다와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웰비잉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4번째 리포트의 특이점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것. 건강해야 한다는 압박이 웰비잉 번아웃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캘빈 맥도날드 룰루레몬 CEO 게러스포프 부사장은 “웰비잉 번아웃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커뮤니티와의 소통과 신체적 활동이 도움이 됐다”며 “타인과 함께 하는 가벼운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 더욱 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목표 의식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웰비잉 수준을 약 16%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 사진 룰루레몬코리아]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3호 (2024년 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