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lth for CEO] ‘나는 살 안 찌는 체질’ 믿다가 큰 코 다친다

    입력 : 2024.12.20 18: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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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겉으로 보기에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적으로는 유전적 체질량지수(BMI)가 낮은 사람이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적 요인만 믿다가는 당뇨병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전적으로는 날씬한 체형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고칼로리 식단과 운동 부족으로 인해 체중이 늘어나 비만 상태로 간 경우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 요지다.

    유전 BMI와 실제 BMI 차이 나면 위험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유전적 체질량지수(BMI)와 실제 BMI의 차이가 2형 당뇨병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와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이태민 교수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예측된 BMI보다 실제 측정된 BMI가 높을 경우 2형 당뇨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한국인에서는 이 위험 증가가 더 두드러져 개인 맞춤형 체중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나 기능이 저하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만은 이러한 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BMI는 비만 정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된다. 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어 널리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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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I는 인종, 근육량, 체형 등을 고려하지 않아 개인의 정확한 비만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동아시아인은 BMI가 낮더라도 당뇨병 위험이 큰 경향이 있어, BMI만으로 당뇨병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적인 비만도를 예측하는 ‘유전 BMI’ 개념을 도입했다. 유전 BMI는 개인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타고난 비만 경향을 예측한 값이다. 이는 개인별 유전적 비만도를 파악하여 실제 BMI와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당뇨병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인이 특히 더 위험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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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팀은 영국 Biobank 코호트 38만3160명과 한국인 유전체 역학 코호트(KoGES) 7만4233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유전 BMI와 실제 BMI의 차이에 따라 연구 대상을 1분위부터 5분위까지 나누어, 각 분위별로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 여기서 1분위는 실제 BMI가 유전 BMI보다 큰 집단, 5분위는 유전 BMI가 실제 BMI보다 큰 집단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실제 BMI가 유전 BMI보다 높을수록 2형 당뇨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영국 코호트의 경우 실제 BMI가 유전 BMI보다 높은 1분위군은 5분위군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61% 증가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1분위군은 당뇨병 위험이 약 3배 증가했으며, 특히 여성의경우 약 4배까지 증가해 더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

    또한 한국인 데이터를 추가 분석한 결과, 실제 BMI가 유전 BMI보다 높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체내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아 혈당이 높아지는 상태가 되는데, 이는 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곽수헌 교수는 “유전적으로 예측된 BMI와 실제로 측정한 BMI의 차이가 당뇨병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라며 “개별화된 체중 목표에 따라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정밀의료를 통해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맞춤형 체중 관리의 중요성

    BMI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유전 BMI보다 실제 BMI가 높다면 당뇨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별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체중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비만 경향이 낮은 사람이 생활 습관으로 인해 실제 BMI가 높아졌다면, 이는 당뇨병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적극적인 체중 감량과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반대로 유전적으로 비만 경향이 높은 사람이 노력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면, 현재의 생활 습관을 지속하면서 추가적인 건강 관리를 통해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Diabetes Care’ 최근호에 게재되었으며, 국내외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개인의 건강 증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료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훈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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