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열하는 매그니피센트7 , 애플·테슬라 흔들 vs 메타·MS는 견고

    입력 : 2024.03.11 15:55:35

  • 지난해 뉴욕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어온 ‘매그니피센트7’ 기업들의 희비가 연초부터 엇갈리고 있다. 기업별로 호재와 악재가 뒤섞이는 가운데 각기 다른 실적 발표를 전후해 온도차가 더욱 극명해지는 분위기다. 투자자들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주요 7개 빅테크 기업을 두고 옥석가리기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2023년 상승세로 마무리한 뉴욕증시는 새해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과 달리 또다시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성장을 주도했던 7개의 빅테크 기업, 일명 매그니피센트7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들 기업들은 연초부터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7각 동맹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주가 변동률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48%나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순위에서 아마존과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제치고 미 상장기업 3위에 올랐다.<사진 연합뉴스>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 48%나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순위에서 아마존과 구글 모기업 알파벳을 제치고 미 상장기업 3위에 올랐다.<사진 연합뉴스>

    7개 주요기업 중 연초 대비 주가가 10% 이상 상승한 기업(2월 14일 종가 기준)은 마이크로소프트(+10.41%), 엔비디아(53.42%), 아마존(14.04%), 메타(36.67%) 등 4개 기업이다. 반면 구글은 5.43% 상승에 그쳤고 애플(-0.8%)과 테슬라(-24.04%)는 주가가 연초 대비 오히려 하락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처럼 동반 상승을 기대했던 7개 기업 주가들이 새해 들어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설명

    AI기술 경쟁력이 주가 좌우

    올해 이들 기업들의 주가 추세를 판가름한 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기술 경쟁력이다. 2023년 최대 화두였던 AI 열기가 올해에도 가시지 않고 활활 타오르고 있는 셈이다.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한 AI 기술력 경쟁은 이제 빅테크 기업의 역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지난해 각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AI 투자 여부와 규모 등을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올해는 기업들이 모든 화력을 AI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AI 산업에서의 경쟁력 여부가 기업 가치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실제 올해 10% 이상 주가가 오른 빅테크 기업 4곳의 공통점은 AI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란 점이다. 매그니피센트7 중 올해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엔비디아는 사실상 오픈AI와 더불어 AI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전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200% 넘는 성장률을 보였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무려 5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뉴욕증시에서 3번째로 몸값이 비싼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연초만 해도 5위권에 머물던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연초 폭등 덕에 차례대로 아마존, 구글을 제치고 1조8000억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제 엔비디아보다 비싼 기업은 MS와 애플, 두 곳뿐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5월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그 후 1년도 채 안 된 시점에 시가총액 1조8000억달러를 돌파하며 2조달러 달성을 앞두고 있다.

    시장 전망 역시 밝다. 2월 2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월가의 금융투자회사들이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증가율이 118%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최근 목표주가를 30∼50%씩 올렸다. 2월 14일 종가 기준 739달러로 마감한 엔비디아 주가는 850달러 안팎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810달러를 넘어갈 경우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2조달러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를 이끌고 있는 젠슨 황 CEO는 향후 AI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압도적 1위를 고수할 전략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연초부터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젠슨 황은 최근 반도체 칩 성능 향상으로 AI 투자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자사의 반도체칩 성능 향상을 예고했다.

    엔비디아 고평가 논란 여전

    다만 엔비디아가 급격한 성장을 이룬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실적 대비 주가가치가 고평가된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경쟁사들의 견제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지난해와 같은 독주보단 견제와 균형 속에서 성장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실제 직접 경쟁자라 볼 수 있는 인텔과 AMD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타도 엔비디아를 외치고 있고 오픈AI,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AI 전용 반도체칩 설계와 생산을 준비 중이다.

    황 CEO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AI를 위해 컴퓨터를 더 사야 할 것이라고 짐작하지 않아도 된다”며 “컴퓨터가 더 빨라지고 있어 필요한 컴퓨터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추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생성형 AI 기술의 대표기업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최대 7조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 직접 AI 전용 칩을 개발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픈AI가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해 자체 반도체칩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수장이 직접 이를 견제한 셈이다.

    엔비디아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메타 역시 AI가 숨은 공신이다. 메타는 2021년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꿀 만큼 ‘메타버스’ 산업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메타버스 산업 성장이 더뎌지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은 바 있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특히 SNS 기반 사업을 전개해온 메타 입장에서 광고 수익 외 수익 다변화 전략의 필요성은 근원적으로 품고 있는 과제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는 고심 끝에 파격적으로 사명을 바꿀 만큼 사활을 걸고 신사업 투자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최악의 위기를 맞은 메타는 절치부심하며 결국 2023년, 전격적으로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택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잠시 접어둔 채 AI 산업에 올인을 선언했다.

    사진설명

    메타는 최근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을 목표로 내세우며 대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22번째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 메타는 처음으로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며 AI 산업 주도권을 쥐겠단 포부를 공개했다. 공사비는 8억달러, 한화 1조원에 달하며 특수 냉각유 등을 사용해 비용 절감과 시설 효율화에 나섰다. 특히 2024년 말까지 60만개의 AI 전용 반도체칩을 확보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AGI 기술을 선보일 만큼 메타의 성장도 주목해볼 만하다.

    애플 밀어낸 MS

    올해 10% 넘게 주가가 오른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간 세계 1위 시가총액 기업 왕좌를 지켜오던 애플을 끌어내리고 1위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빛났다는 평가다. 오픈AI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한 마이크로소프트는 100억달러를 투자해 오픈AI 지분 49%를 확보했다. 기업 인수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해 오픈AI가 보유한 AI 기술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현재의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오픈AI의 기술력은 이미 검증받은 만큼 이를 구현하고 상품화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과제인 셈이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 기술을 접목시켰고 기업용 오피스 프로그램인 오피스365에도 AI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상태다. 그뿐 아니라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등 AI와 더불어 게임 산업과 클라우드, 기타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만큼 일부 사업에 타격을 입더라도 이에 대한 대응과 대비가 가능하다는 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강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

    월가에서는 AI 기술을 중심으로 급성장 중인 해당 3개 기업을 묶어 ‘M&M’에 투자하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있기까지 하다. 7개에 달하는 매그니피센트7 대신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등 AI 핵심기업 3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그나마 AI 투자를 확대하고 호실적으로 선방한 아마존, 구글과 달리 애플과 테슬라의 부진은 뼈아프다.

    지난해까지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온 애플의 주가는 상승장 속에서 제자리걸음 중이고 테슬라는 새해 들어 24%나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각각 스마트폰과 전기차 시장의 1위 사업자로 리딩기업의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매출의 심각한 부진은 애플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사진 연합뉴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매출의 심각한 부진은 애플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사진 연합뉴스>

    애플의 경우 매년 지적되어온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포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문제로 지적됐지만 아이폰13과 아이폰14의 예상 밖 대흥행으로 위기를 넘긴 바 있는 애플은 지난해 말 출시된 아이폰15 판매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간 아이폰 판매의 효자 노릇을 하던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가장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중국 정부는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고 대중 규제로 피해를 입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직접 반도체칩을 개발하고 자체 기술로 스마트폰을 개발해 애플을 견제하고 있다. 이러한 애국 마케팅은 실제 효과를 발휘하며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 증대로 이어졌고 이는 애플의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아이폰뿐 아니라 아이패드, 맥북 등 제품군의 판매량 감소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태다. 애플은 최근 최초의 VR 기기 비전프로를 출시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하지만 3000달러가 넘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악화 테슬라

    테슬라는 겹악재에 시달리며 연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AI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휴식기에 들어갔다. 전기차 시장 성장 대비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충전 효율화 문제는 아직까지 미해결 상태다. 이로 인해 오히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늘어나며 전기차의 인기가 식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중국 전기차 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지난해 4분기 테슬라는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중국 전기차 기업 BYD에 빼앗겼다.

    또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시행한 전기차 가격 인하 전략은 테슬라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고 판매량이 저조하고 실적이 부진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CEO인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각종 사적인 루머와 부정적 뉴스들이 이어지며 테슬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물론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테슬라 투자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친테슬라 투자자인 캐시 우드 역시 자신이 운영하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 상품 등의 테슬라 투자 비율을 확대하는 등 저가매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다만 테슬라의 부진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시기상조 우려는 추후 산업 성장 자체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GM과 포드 등 지난해 전기차 시장에 수백억달러 투자를 공언했던 전통 제조차 기업들도 전기차 공장 설립을 연기하고 투자를 축소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주력으로 한 토요타의 약진이 돋보일 정도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며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 자체가 바뀌기보단 그 시기가 언제일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이뤄질지가 중요한 만큼 이에 대한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