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형 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JBL |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심에 선 오디오 시스템 탄생 77주년…믿고 듣는 사운드 JBL

    입력 : 2023.09.18 13:49:12

  • 하이파이 오디오-JBL 4305P 올인원 뮤직 시스템.
    하이파이 오디오-JBL 4305P 올인원 뮤직 시스템.

    ‘우드스탁 뮤직&아트페어’ ‘코첼라 밸리 뮤직&아츠페스티벌’, 세계 최대 EDM 페스티벌인 ‘투모로우랜드’ ‘양키 스타디움’ ‘매디슨 스퀘어 가든’ ‘존 F. 케네디 예술센터’, 손흥민의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내로라하는 페스티벌과 대규모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 시네마에는 모두 ‘JBL’의 오디오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세계 최대 오디오 기업 하만인터내셔널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JBL은 올해 창립 77주년을 맞은 세계 1위 브랜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퓨처소스컨설팅의 조사 결과 JBL은 2015년부터 7년간 글로벌 블루투스 스피커 분야 판매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휴대용 스피커와 헤드폰은 현재까지 누적 1억 개 이상 판매됐고, 지금도 1초에 한 명씩 새로운 고객이 추가되고 있다”고 한다.

    유성영화 <재즈싱어> 이후 주목받은 사운드

    1946년 제임스 B. 랜싱(James B. Lansing)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워 설립한 JBL의 역사는 사실 1927년에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The Jazz Singer)>의 개봉 이후 전 세계 영화계에 유성영화 붐이 일었고, 영화상영관에선 양질의 사운드 시스템이 필요했다. JBL의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니즈를 파고들었다. 우선 상영관의 투웨이(Two-Way) 스피커 사운드를 개선했고, 그 결과 수십 년간 표준이 된 스튜디오 레코딩 모니터 스피커의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JBL의 헤리티지를 이끌어온 하이파이의 전설 ‘하츠필드(Hartsfield)’와 ‘파라곤(Paragon)’, 홈시어터 ‘L212’ ‘에베레스트(Everest)’, 플래그십 스피커 프로젝트 ‘K2 S9800’, 휴대용 스피커 ‘JBL 플립(Flip)’, 최고라 손꼽히는 헤드폰 ‘에베레스트 엘리트 700(Everest Elite 700)’ 등의 결과물은 이러한 기술력이 근간이 됐다. 현재 미국 영화관의 40%, 전 세계 영화관의 25%가 JBL의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JBL 올인원 뮤직 시스템 L75ms.
    JBL 올인원 뮤직 시스템 L75ms.

    1969년 8월 15일, 뉴욕주 베델 평원에서 3일간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JBL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끈 계기가 된다. 당시 무대 상황은 최악이었지만 다행히 JBL의 컴포넌트가 제 기능을 발휘하며 수십만 명의 관객에게 소리가 전달됐다. 음악계에선 그야말로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뒤이어 세계적인 록밴드들의 투어가 줄줄이 따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JBL은 미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콘서트 사운드 시스템인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콘서트홀, 공연장, 스타디움의 사운드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된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비비 렉사, 프로듀서 퀸시 존스, 프랑스의 축구선수 루카스 에르난데스, NBA 스타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그동안 JBL의 브랜드 홍보대사로 선정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300여 개의 특허, 독보적인 기술력

    77년의 긴 시간 동안 스피커 시장을 선도해온 JBL은 지금도 음향·소프트웨어·기계·전자·부품·품질·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과 청취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모든 재생 레벨에서 정확한 저음을 전달하는 ‘슬립 스트림™ 저주파 포트’, 라우드 스피커 시스템을 수직 혹은 수평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레시브 트랜지션™ 웨이브가이드’ ‘VGCTM 트랜스듀서 기술’ ‘플러스 원™ 우퍼-콘 기술’ 등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만 300여 개나 된다. 쉽게 말해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켜주는 시네마 사운드, 거실을 콘서트홀로 만들어주는 사운드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좋아하는 곡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휴대용 스피커, 생생한 게임을 뒷받침하는 게이밍 헤드셋, 자동차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카오디오까지, JBL의 기술이 사용자의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JBL은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2년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로부터 ‘오스카 과학 기술상’을, 2005년엔 오디오·사운드 기술과 관련 가장 혁신적인 기술력을 선보인 브랜드에 수여되는 ‘테크니컬 그래미’를 수상했다. 오디오 브랜드 중 오스카와 그래미를 모두 수상한 브랜드는 JBL뿐이다.

    ▶새로운 브랜드 홍보대사된 박재범
    JBL은 최근 브랜드 홍보대사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박재범을 선정했다. 새로운 캠페인 ‘데어 투 디스커버(Dare to Discover)’를 진행하는 JBL은 박재범이 ‘JBL 투어 원 M2’ 헤드폰을 사용해 작업에 몰입하고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레이스 고 하만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JBL 홍보대사가 된 박재범과의 캠페인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팬들과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BL TOUR PRO 2
    JBL TOUR PRO 2

    삼성전자와 하나된 JBL

    JBL은 2017년 8월, 한국에서 좀 더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 2017년 3월, 삼성전자가 JBL이 속해있는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인 하만인터내셔널을 인수한 후 그해 8월부터 이어폰과 헤드폰 등 17종의 모델을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9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후 진행된 첫 인수합병(M&A)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 규모로도 사상 최대였다. 이후 하만 인터내셔널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 6000억원, 2022년 8800억원 등 매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우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 영업이익은 9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매출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차량용 전장 사업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디지털 콕핏(디지털 계기반)과 카오디오 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이 확대됐다. JBL의 카오디오 시스템은 현재 포드, 크라이슬러, 토요타,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의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L100 classic 75주년 한정판 모델 JBL L100 Classic 75.
    L100 classic 75주년 한정판 모델 JBL L100 Classic 75.

    전장사업의 성장세가 관건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매출은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낮아졌다”는 우려의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인수 이후 하만의 매출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상반기 전장 분야 시장점유율은 낮아졌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하만의 디지털 콕핏 시장점유율은 21.2%로 전년 동기(24.8%) 대비 3.6%포인트 감소했다. 지난 2018년 18.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점유율이다. “올 실적은 소비자 오디오 수요 증가가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만은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진을 메우며 효자 계열사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 매출은 6조6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7.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87.2%나 늘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JBL을 비롯한 하만의 성장은 전장 시장에서의 승부가 관건”이라며 “결국 소비자 오디오 분야보다 훨씬 마진이 높고 시장이 큰 전장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하만 인터내셔널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은 커넥티드 카 시스템, 음향·영상기기, 기업 자동화 솔루션, 커넥티드 서비스 등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하만은 음향 엔지니어였던 시드니 하만과 버나드 카돈이 1953년에 설립한 음향 오디오 전문 회사 ‘하만카돈’에서 출발했다. 1956년 시드니 하만이 버나드 카돈의 지분을 인수하고 이후 JBL을 비롯한 여타 오디오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로 통합했다. JBL은 1969년 하만에 인수된 이후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했다. 하만은 현재 AKG®, 하만카돈®, 인피니티®, JBL®, 렉시콘®, 마크 레빈슨®, 레벨®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뱅앤올룹슨의 전장 부문을 인수했고, 바워스 앤윌킨스와는 협업을 통해 전장을 공급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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