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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y Walking] 충남 예산 예당호 느린호수길 잠시 쉬어가도 좋은 느릿느릿 걷는 산책코스
입력 : 2022.10.13 16: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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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가 다 거기서 거기지. 이거 보러 여기까지 두 시간 반이나 걸려서 올 이유가 뭐냐고.”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위아래로 맞춰 입은 중년 부부가 주차장에서부터 티격태격한다. 아내의 푸념에 남편이 미안한지 나름의 변명을 내놨다.
“여기 산책길이 그렇게 좋대. 호수 끼고 걷는 산책길이 아주 잘 돼있다네.”
“파주에 있는 출렁다리도 호수 끼고 걷는 길이잖아. 집에서 한 시간도 안 걸리고. 걷는 건 좋은데 집에까지 돌아가는 데 또 얼마나 걸릴 거냐고. 당신은 떠나는 것만 좋아하지 돌아갈 걱정을 안 하더라.”
옳거니. 아내의 말마따나 지난해 기준 전국의 출렁다리는 총 208개나 된다. 어떤 곳은 고개 너머 또 하나가 있으니 숫자만 놓고 보면 전국 시군구에 하나씩 있는 셈이다. 꿀 먹은 벙어리가 돼 걸음을 옮기던 남편이 호숫가로 내려서며 입을 열었다.
“높긴 높네. 공부 아주 열심히 하고 왔나봐.”
“그러어엄. 누굴 모시고 오는데, 이 정도 공부는 기본이지. 여기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 중 한 곳이야. 이 출렁다리하고 연결된 산책로가 ‘느린호수길’인데 올여름에 한국관광공사가 ‘대한민국 안심관광지’로 선정했다나 뭐라나. 그래서 한 번 와야지 했어.”
남편의 설명이 싫지 않은지 아내의 말끝이 살짝 휘어졌다.
“다음부턴 떠나기 전에 어디 간다고 설명부터 해주세요. 그래야 얼마나 갈지 알 거 아냐. 하늘이 높아졌네. 바람도 시원하고.”
어느새 올라간 남편의 어깨. 슬쩍 아내의 손을 잡고 이끄는 품이 이채롭다.
예당호 출렁다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예산엔 8미라고 여덟 가지 맛이 있는데, 예당호에서 잡은 붕어로 만든 붕어찜하고 민물어죽은 아까 말했고, 소고기도 유명해요. 소갈비지. 삽다리 곱창이랑 수덕사 산채정식도 빼놓을 수 없고, 광시시장이나 역전시장에 국밥이랑 잔치국수는 말해 뭐해. 그중에서 가장 맛있는 거? 배고프면 다 맛있지 뭐.”
올 4월부터 가동한 음악분수도 예당호와 출렁다리의 명물이 됐다. 호수 위에 떠 있는 길이 96m, 폭 16m, 최대 분사 높이 110m에 이르는 부력식 분수가 LED 불빛과 어우러져 공연을 펼치는데, 음악에 맞춰 춤추는 물줄기가 크고 웅장하다. 이런 공연을 보려면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출렁다리는 매달 첫째 주 월요일엔 검사 등의 이유로 문을 닫는다. 음악분수는 10월부터 12월까지 주중 오후 2시, 5시, 7시 반, 8시 반에 주말과 공휴일엔 오후 2시, 5시, 6시 반, 7시 반, 8시 반에 진행된다. 모두 무료다.
예당호 생태공원.
걷다보면 굽이굽이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가을바람 타고 나는 왜가리까지 무엇 하나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10월부터는 예당호에 설치 중인 모노레일이 운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가만히 앉아서 예당호의 사계절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데, 성인 8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6000원의 요금을 받고 운영할 계획이다.
10월 운행 예정인 모노레일.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5호 (202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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