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r My Walking] 한국의 나폴리, 강원도 삼척 장호해변… 둘레길 산책부터 수상레저까지 한 번에

    입력 : 2022.07.07 16:23:45

  • “삼척은 처음이세요? 여기가 요즘 아주 확 떴지.”

    “요즘이 아니라 몇 년 됐지이~. 여기 해변 주변으로 펜션만 몇 채가 들어섰는데.”

    “그니까 그게 요즘이지 뭘. 원래 살던 분들 중엔 집 팔고 부자 된 분들도 있다니 뜨긴 확실히 뜬 거지.”

    “또오 또오 이상한 소리한다. 놀러온 분들한테 그런 소리하니까 집 팔아 한 밑천 잡은 사람들 많다는 헛소문이 나는 거 아니냐고오. 그런 사람은 몇 없어요. 괜한 소리 때문에 음식이 비싸니 바가지니 이런 소리만 난다니까아.”

    장호해변
    장호해변
    잠시 항구 앞에서 쭈뼛대고 섰더니 한눈에도 관광객으로 보였는지 식당 앞에서 작업하던 분들이 점심부터 해결하라고 나섰다. 아닌 게 아니라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처럼 뭔가 먹어야 한다는 명제 앞에 온몸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도 그럴 게 서울서 이곳 강원도 삼척의 장호항까지 아침부터 약 300여㎞를 이동했다. 걸린 시간만 약 4시간. 도착한 시간은 마침 점심시간에 딱 걸쳤다. 미식가의 혀와 코, 눈이 아니더라도 이쯤 되면 배고플 만한 시간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앞서 두 분 말씀처럼 뭔가 달라져도 확 달라졌다. 처음 접한 풍경이지만 바닷가 주변은 직접 잡은 물고기를 요리하는 횟집부터 한식, 양식, 치킨, 베이커리, 카페까지 목 좋은 곳엔 이미 맛집스러운 곳이 들어섰거나 들어서는 중이다. 그중 선택한 메뉴는 문어비빔밥. 장호항에서 잡은 자연산 문어로 만들었다는데 이곳도 주말이면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는, 나름 뜬 메뉴란다.

    사진설명
    이미 뜬 트렌드와 뜨려는 예비 트렌드가 공존하는 장호해변에 도착했다. 평일 오후지만 바다엔 투명카약을 타고 나선 이들과 스노클링에 나선 이들이 꽤 눈에 띄었다. 바다에 들어갈까 말까를 놓고 다시 고민 한잔…. ‘여름엔 당연히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에 한 표! 아, 그 전에 장호해변 산책은 필수다.

    ▶수상레저 마니아들 홀린 이국적인 풍경 장호해변을 한국의 나폴리라 부르기 시작한 건 다분히 수상레저 마니아들 덕이다. 바닷속 수심 1m, 경사가 10° 안팎인 장호해변을 어떻게 알았는지 누군가 수경 쓰고 스노클링에 나섰고, 그 모습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가 함께 바다로 나서며 수상스포츠의 성지로 떠올랐다. 하나둘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기암괴석이 절묘하게 놓인 해안선과 맑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고 누군가 한국의 나폴리라 한 말이 입소문을 탄 게 아닐까.

    장호비치캠핑장
    장호비치캠핑장
    어쨌든 장호항이 깊은 수심과 풍성한 어족으로 유명하다면 바로 옆 장호해변은 얕은 수심과 잔잔한 파도가 첫손에 꼽히는 곳이다. 그러니까 낚시도 하고 스노클링도 즐기는 이들에겐 이곳이 진정한 휴양지이자 천국이다. 게다가 해변 바로 앞에 장호비치캠핑장도 자리했다. 일반야영장과 오토캠핑장, 카라반 등을 갖춘 이곳은 평일에도 좀처럼 빈자리를 찾기 힘들어 휴가시즌이면 예약하려는 이들로 홈페이지가 북적인다는 후문이다.

    해변산책은 바로 이 장호비치캠핑장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위쪽에 자리한 용화호텔에서 내려오는 게 정석이다. 마침 바로 옆에 휴게소도 있어 주차하기도 편하다. ‘장호해변 가는 길’이라 쓰인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한눈에 해변과 항구가 보이는 포인트에 서게 되는 데, 어느 곳에서 셔터를 눌러도 그림 같은 풍광을 담을 수 있다. 잘 정리된 내리막길과 데크로 마감된 산책로는 느릿하게 걸어야 제맛이다. 코너를 돌 때마다 풍경이 달라져 잠시 멈춰서야 눈에 담을 수 있다.

    삼척해상케이블카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어촌체험마을부터 케이블카까지 결코 길지 않은 이 산책로는 어쩌면 바다를 즐기기 위한 서막일지도 모른다. 해변에 다다르면 바로 앞 카페의 해변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멍 때려보자.

    도시인들에게 허락된 호사로운 시간이다. 그리곤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수상레저를 즐기기 위해선 해변 끝 장호항에 자리한 장호어촌체험마을을 이용해야 한다. 투명카누, 스노클링, 시워커, 체험다이빙 등을 즐길 수 있는데, 카누의 경우 30분 동안 2인승은 2만2000원, 4인승은 4만4000원의 요금이 든다. 스노클링은 수경 등 필요한 물품을 세트로 빌릴 경우 1만1000원이면 되는데 시간은 폐장 때까지다.

    바닷속보다 밖에서 감상하는 걸 좋아한다면 체험마을 바로 위에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왕복 1만원)이 있다. 이곳에서 바다 건너 용화역까지 874m 구간을 10분간 운행한다.

    해신당공원
    해신당공원
    삼척 관광 관련 광고나 사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바로 그 시설이다. 출발하는 역과 도착하는 역이 마주보고 있어 짧은 듯 느껴지지만 막상 타고 나면 짧다는 생각은 어느샌가 휘리릭 사라진다.

    좀 더 걷고 싶다면 남근숭배민속(男根崇拜民俗)이 전해져 내려오는 해신당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어촌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어촌민속전시관, 해학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남근조각공원 등으로 구성돼있는데, 공원을 따라 펼쳐지는 소나무 산책로가 멋스럽다.

    [사진 삼척시청]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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