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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형 기자의 트렌드가 된 브랜드] LVMH | 팬데믹에도 꺾이지 않은 상승세, 아르노의 세계 최대 명품왕국
입력 : 2022.06.13 15: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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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소속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한몫하고 있지만 실적부터 지배구조, 승계구도까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쌓아올린 명품왕국은 어떤 씨줄과 날줄을 갖추고 있을까. 팬데믹에도 꺾이지 않는 성장 곡선은 계속 우상향할 수 있을까.
LVMH는 이번 ‘V자 반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유한 고객들의 명품 시장 복귀를 꼽았다. 특히 주력 사업인 패션과 가죽 패션의 매출이 전년 대비 46%, 2019년 대비 42% 늘어난 308억9600만유로(약 41조4800억원)를 기록했다. 여기에 시계와 보석 매출도 전년 대비 167%나 늘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매출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티파니앤코를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파리 샹젤리제의 루이비통 매장.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각국의 봉쇄 조치가 길어지면서 브랜드 매장들이 문을 닫았음에도 명품을 향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LVMH에 대해선 “관광객 대신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면서 여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발 경기 불황에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빛을 발했다”고 분석한다. LVMH는 2020년 11월 미국의 주얼리 기업 ‘티파니앤코(TIFFANY&Co.)’의 인수 작업에 나섰다. 인수금액이 총 162억달러(주당 135달러, 약 19조512억원)에 달하는 LVMH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월엔 7500만유로를 들여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Tod's)’의 지분 6.8%를 인수했다. 이로써 LVMH의 토즈 지분은 기존 3.2%에서 10%로 늘었다. 6월엔 구글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루이비통, 크리스챤 디올 등 주요 고객들의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강화했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명품에 대한 온라인 쇼핑이 늘자 LVMH가 기선 제압에 나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7월에는 LVMH 계열의 사모펀드 ‘엘 캐터튼’이 50년 전통의 이탈리아 브랜드 ‘에트로(ETRO)’의 지분 60%을 인수했다. 엘 캐터튼은 2016년 LVMH그룹과 미국 투자회사가 함께 세운 사모펀드로 인수 금액은 5억유로(약 6700억원)에 달했다. 뒤이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 LLC)’의 지분 60%도 인수했다. 오프화이트는 루이비통 최초의 흑인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2013년에 설립한 브랜드다. 버질 아블로는 지난해 11월, 2년간의 암 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했다. LVMH는 이후 당분간 대형 인수합병은 없다고 선언했다.
1989년 ‘루이비통’을 인수하며 탄생한 LVMH그룹은 1988년 ‘지방시’, 1993년 ‘겐조’, 1996년 ‘로에베’와 ‘셀린느’, 1997년 ‘마크 제이콥스’, 2000년 ‘에밀리오 푸치’, 2001년 ‘펜디’와 ‘도나 카렌’을 인수했다. 주류부문은 ‘헤네시 꼬냑’ 인수 후 브라질과 호주,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포도밭을 사들이며 명품 와인 제조에 몰두, ‘모엣 샹동’ ‘돔 페리뇽’ ‘크뤼그’ 등을 인수했다.
LVMH그룹의 성공전략은 첫째 공격적인 인수합병, 둘째 디자이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셋째 명품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일류 브랜드 마케팅으로 요약할 수 있다. 크리스챤 디올을 인수하며 시작된 인수합병은 브랜드를 75개로 늘리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명품의 전통과 역사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인수하는 게 훨씬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아르노 회장의 판단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루이비통컵 요트대회와 유명 스포츠 스타 마케팅 등을 통한 상류사회 명품 마케팅은 지금도 유효한 성공전략 중 하나다.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내부.
LVMH는 두 개의 상장 회사인 크리스챤 디올과 LVMH를 중심으로 그 아래 수많은 비상장 자회사가 퍼져있다. 크게 보면 아르노 가족 그룹을 정점으로 크리스챤 디올이 중간에 지주회사로, 크리스챤 디올이 다시 LVMH의 지분을 보유하는 다층적 지분 소유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아르노그룹주식회사(Groupe Arnault S.E.)라는 가족지주회사를 포함하는 아르노 가족 그룹이 크리스챤 디올의 지분 97.5%(차등의결권을 인정받는 주식에 의거해서 의결권은 98.44%)를 보유하고 있고, 크리스챤 디올이 다시 LVMH 지분 41.25%(의결권 56.49%)를 보유하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
1992년생인 차남 알레상드르 아르노는 여행용 가방 브랜드 리모와의 최고경영자를 거쳐 티파니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셋째 아들 프레데릭 아르노(1995년생)는 아르노 회장이 수학한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수학을 전공한 수재라고 알려졌다. 2020년 25세의 나이에 태그호이어 최고경영자로 임명돼 일하고 있다. 막내아들 장 아르노(2000년생)는 루이비통 시계 부문의 마케팅과 개발이사로 활동 중이다.
실제로 LVMH그룹에는 20년 이상 경영진으로 활동 중인 전문 경영인이 여럿이다. LVMH의 전략을 담당하는 그룹 전무이사 안토니오 벨로니, 불가리와 루이비통의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버크, 개발과 인수를 담당하는 아르노 가족 그룹의 전무이사 니콜라스 바지레가 그 주인공이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1호 (2022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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